기획

2018년 02월

기획1 - 멈출 수 없는 길

기획 박주성 목사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총무

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만나 결혼한 지 23년 차에 들어섰다. 처음 사랑을 고백하고 예쁘게 사랑을 키워가던 때와 비교하면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남들이 말하는 권태기도 지나고 이제 산전수전 다 겪은, 서로에 대해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 너무나 익숙한 관계가 됐다.
그러나 이렇게 친숙해지면 서로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고, 설렘은 오간 데 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혼 초기의 식탁을 위해서는 신메뉴를 개발하는 정성을 보이지만 신메뉴도 바닥을 드러내고, 신메뉴가 가져다주는 신선함도 빛이 바래게 된다. 결국 김치찌개, 된장찌개, 짜장덮밥, 카레덮밥과 같은 기본 메뉴가 순환하며 식탁을 채우는 의무방어전만 계속된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목회 현장도 마찬가지다. 많은 목회자들이 처음 사역지에 부임하면 설교 준비와 산적한 목회적 부담을 소화해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사역한다. 늘 성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신선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노력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의무방어전으로 접어들게 된다. 그래서 목회적 돌파구를 찾는 목회자들이 신선한 목회프로그램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게 되는 것이다.
바로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이하 CAL세미나)가 그 대안 중 하나다. CAL세미나는 단순한 ‘교회 성장’ 세미나가 아니라 ‘교회가 무엇이냐?’ ‘교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느냐?’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답으로 제자훈련이라는 목회 철학을 제시한다.
제자훈련을 교회성장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회론으로 받아들인 교회는 사랑의교회와 비슷한 활성화의 궤적을 그린다. 어떤 지역의 어떤 대상을 목회 회중으로 섬기더라도 비슷한 성장 그래프를 그린다.
제자훈련이 가져다주는 활성화는 그 이전의 어떤 목회적 시도와도 차별화되는 것이다.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균형 잡힌 교회론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목회자가 선호하거나 선험적으로 체득한 교회를 구현해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제시하는 교회,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제자들이 추구해야 할 균형 잡힌 제자도에 초점을 맞춘다. 목회자가 선호하는 제자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 요구하는 균형 잡힌 제자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제자훈련을 통해 찾아오는 신앙과 목회의 활성화는 성도 개인의 신앙생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교회적인 차원에서의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활성화와 재활성화
‘재활성화’(Revitalize)라는 말은 ‘활성화’(Vitalize)된 적이 있었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교회가 ‘활성화’되던 때에 어떤 조건을 갖추었고,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확인해보면, 어떻게 재활성화가 가능한지 힌트를 얻어낼 수 있다.

첫째, 코치를 통한 규칙적인 신앙 점검을 하라. 제자훈련은 코치의 지도를 받아 균형 잡힌 영적 기초체력을 길러가도록 돕는 과정이다. 기초체력을 기르는 과정은 ‘한 길 가는 지난한 단순 반복’의 과정이다. 영적인 근육을 키우고, 영적인 기초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한 반복의 ‘영적인 노가다’를 감당해야 한다.
대부분의 제자훈련생은 일평생 신앙생활하면서 제자훈련을 받던 기간만큼 강도 높게, 지속적으로, 때로는 감당하기 버거운 부담감을 안고, 영적인 성장과 성숙을 위해 달음질해 본 경험이 없었다고 말한다. 반면, 제자훈련 과정은 분명 열매를 맺는 효과가 있었다. 훈련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받았느냐의 문제를 떠나 훈련의 과정이 가져다주는 필연적 열매, 효과가 있다.
코치가 있는 훈련은 코치가 없는 개인 훈련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개인 훈련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강도에 맞춰 훈련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코치가 있는 훈련은 훈련생의 의지나 상황과 상관없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강도에 맞춰 훈련할 수 있다. 그래서 가격이 더 비싸지만 헬스클럽에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 PT(Personal Training)를 받는 것이다.
제자훈련도 마찬가지다. 제자훈련은 코치가 있는 훈련이다. 제자훈련은 훈련 지도자가 코치가 되어 Small Group Training을 통해 훈련하는 과정이지만, 그 과정 안에는 개인별 맞춤형 Personal Training이 포함된다. 매일, 매주 일정한 양의 과제물을 소화해야 하고, 매주 교재를 다루며 균형 잡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가야 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제자훈련을 수료하고 나면 코치가 사라진다. 그래서 결국 제자훈련을 받으며 뜨거웠던 신앙이 시간을 거치면서 식어진다.
교회의 재활성화는 필연적으로 교회 안에 속해 있는 제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재활성화를 통해서 이뤄진다. 그러므로 각 사람이 그리스도의 온전한 제자 되기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계속 개인적인 점검을 통한 규칙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사실 영적인 기초체력 훈련을 마무리하고 난 이후에는 전임 사역자가 되지 않는 이상, 삶에서 규칙적인 영성훈련을 통해 이끌어 가면 된다. 그러나 코치의 지도가 없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습관이 몸에 밸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코치의 원 포인트 레슨을 받으면 정체돼 있던 부분이 속 시원히 뚫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둘째, 영적인 동지들과 함께하라. 제자훈련은 지도자와의 일대일 관계를 통해서만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소그룹 상황에서 영적인 변화와 성장과 성숙을 추구해가는 과정이다. 옥한흠 목사의 『평신도를 깨운다』에서도 소그룹으로 모일 때 갖게 되는 탁월한 치료요소 5가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혼자 하면 어렵지만 함께하면 힘을 얻어 더 멀리 간다.
그런데 제자훈련을 수료하고 나서 소그룹 지도자로 파송되지 않고 외톨이처럼 신앙생활을 하거나, 소그룹 지도자로 섬기더라도 귀납적인 방법으로 소그룹을 인도하지 않고 연역적인 방법으로 일방적인 설교 스타일의 소그룹을 인도하다 보면 쉽게 에너지의 고갈 상태에 빠지게 된다. 소그룹 지도자는 서로 봉사하고 사랑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하면 탈진(Burnout)한다.
‘서로’라는 말은 관계를 전제로 한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앞에 둔 시점에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권면하시면서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셨다(요 13:34). 예수님은 일방적으로 목숨을 내어놓으시며 사랑하셨지만,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은 일방적으로 내어놓는 사랑만 해서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아셨던 것이다. 봉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연약하기에 서로 봉사하는 공동체에 속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나눠주면서 언제나 샘솟는 은혜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순장으로 파송되고 나면 일방적으로 어리고 연약한 순원들을 향해 쏟아붓는 경우가 많다. 언제나 혼자서 양질의 영적 식탁을 유지해야만 하는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갈되는 것을 경험한다. 순장이 혼자 힘으로 사역하기 때문에 순장의 에너지가 떨어질 경우 소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함께 같은 푯대를 향해 달려가는 동료다.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줄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하다.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어본 선배도 필요하다. 혹은 꼭 나보다 더 먼저 이 길을 걸어본 선배일 필요는 없다. 바울은 자신보다 훨씬 신앙적으로 미성숙한 로마교회 성도들을 향해 피차 안위함을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롬 1:11~12). 헬라어로 ‘피차 안위함을 받는다’(sumparakaleo)는 말은 상호격려를 받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핵심은 ‘피차’, ‘서로’라는 단어다. 교회가 재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피차’, ‘서로’를 세워갈 수 있는 관계가 견고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봉사하고 사랑하는 마르다들이 많아지면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봉사와 사랑의 짐 때문에 불평과 원망이 생기게 되고, 교회의 생명력에 방해요소가 늘어가게 된다.

셋째, 영적인 고봉을 향해 도약하라. 윌로우크릭교회가 교회의 전 성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발견한 영적인 원리를 『발견』이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윌로우크릭교회가 발견한 사실 중의 하나는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신 그룹 중 전체 조사 성도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불만족 그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100명이 모이는 교회라면 10명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숫자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유의미한 숫자이다. 특별히 이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셨기에 교회 일에 가장 많이 참여하는 사람들이고, 자신의 믿음을 성장시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십일조나 봉사 생활이나 전도 생활에 있어 다른 성도들보다 더 헌신돼 있는 그룹이다(그림 : 불만족 그룹 그림Ⅰ).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영적으로 왕성한 식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 60%는 깊이 있는 성경의 가르침을 더 많이 받기를 원한다. 전체 표본 집단에서는 30%의 성도들만 응답한 항목이다(그림 : 불만족 그룹 그림Ⅱ). 이들 중 56%는 더 많은 도전을 받기 원한다. 전체 표본 집단에서는 19%의 성도들만 응답한 항목이다. 한마디로 제대로 믿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가 은혜로운 예배를 제공해주는 면에서, 신앙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도전해주는 면에서, 성경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면에서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마음에 불만족을 품고 신앙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가끔씩 교회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거나, 곧 교회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이들을 재활성화할 수 있겠는가?

1. 목회자들의 도약이 필요하다. 제자훈련을 통해 잠자던 평신도를 깨우고 나면 성도들이 영적인 성장과 성숙을 경험한다. 성도들은 훨씬 더 영적인 식욕이 왕성해지고, 단단한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해진다. 목회자가 제자훈련 하기 이전의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는 제자훈련을 통해 성장해가는 성도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는 ‘쫓고 쫓기는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이전보다 더 양질의 말씀을 준비해야만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런 부담과 스트레스는 긍정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해 목회자들이 자신의 한계를 탈피하여 도약하게 해 준다.

2. 순장들의 도약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순장들도 제자훈련을 수료한 상태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영적인 고봉을 향해 도약해야 한다. 기독교를 알아가는 단계를 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성장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각종 양육 프로그램과 제자훈련을 통해 그리스도를 닮아가며,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신 단계까지 성장해 왔지만, 여전히 하나님의 온전하심과 같이 온전한(teleios) 단계(마 5:48)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에 끊임없이 자신을 쳐 복종시키는 영적인 노가다를 감당해야만 한다.
우리가 어떻게 온전함을 소유할 수 있겠는가? 온전함은 영화의 단계에 이르러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온전함을 추구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제자훈련을 수료하고 순장으로 파송된 것이 최종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온전하심이 목표가 돼야 한다. 영적인 고봉을 지향하는 사람은 마음의 준비상태부터 다르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려고 준비하는 사람과 동네 뒷동산을 오르려고 준비하는 사람은 준비하는 태도와 준비하는 물품부터가 다르다. 그러나 이런 영적인 온전함은 한순간에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영적인 노가다가 필요하다.

3. 교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래 제자훈련을 한 교회는 영적인 도약대가 필요하다. 그것이 ‘40일간의 특별 캠페인’이 되었든, ‘순장수양회’가 되었든, 깊이 있는 ‘영성수련회’가 되었든, 영적으로 갈급함을 채워줄 수 있는 수준 높은 재헌신과 도약의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께 시선을 내어드려야
목회현장은 언제나 홍해, 여리고성, 골리앗 같은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아니 하나님께서 해변길이 아니라 홍해와 광야 길로 이끌어 가신다. 그러나 언제나 하나님께는 답이 있다. 모든 시선을 ‘문제’에 두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두고 한 걸음씩 인도하심을 받아갈 때 분명 하나님께서 온 교회 공동체로 하여금 다시 날아오르게 하실 것이다. 2018년 목회도, 홍해나 여리고성, 골리앗이 아니라 그곳으로 인도해 오신 하나님께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재활성화의 지름길이다.





박주성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M. Div.)과 달라스신학교(S.T.M. 성경주해 전공)를 졸업했다. 이후 1998년부터 2011년까지 국제제자훈련원 사역코디네이터 및 출판디렉터로 섬기다가 현재, 국제제자훈련원 대표총무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