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최봉우 목사_ 대구 아멘교회
얼마 전 미국에서 목회를 하는 후배를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신학교 제자이며 함께 동역하며 교회를 섬겼던 적이 있는 아끼는 목회자다. 오랜만에 귀국해 인사차 나를 방문한 것이다.
한 교회의 담임목사로 자리 잡기까지 쉽지 않았던 후배의 목회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하며 위로하고 격려해 줬다. 쉽지 않은 이민 목회지만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셔서 기적과 같은 놀라운 기도의 응답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목사님, 그런데 사람들이 변하지 않던데요.” 놀라운 기도의 응답과 기적 같은 일들을 보고도 신앙 인격이 변하지 않는 성도들로 인한 답답함과 함께 아픔이 담긴 말이었다.
그 힘든 마음이 느껴져 함께 공감해 주면서 그래도 우리 목회자가 가야 할 길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사역이며, 말씀만이 사람들을 변화시킨다고 강조하면서 제자훈련의 필요성에 대해 나눈 적이 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죄악된 본성을 갖고 있는 인생은 자기중심적인 삶의 태도를 잘 바꾸지 않는다. 이젠 좀 변했나 싶었는데 어떤 일을 계기로 다시 옛날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성도들의 모습이 목회자를 실망하게 하고 힘들게 한다.
하지만 사람은 변화된다. 말씀과 함께 성령께서 역사하실 때 변화가 일어난다. 제자훈련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경험하듯이, 제자훈련을 통해 사람이 변하는 열매로 인한 기쁨은 이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
부인의 간절한 권유로 가정의 평화를 위해 마지 못해 제자훈련에 들어왔던 남자 성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기쁨으로 훈련의 자리에 나오고, 앞서서 섬기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것을 본다. 교회 생활을 오래 해서 모든 일에 시큰둥하던 성도가 훈련을 통해 말씀을 사모하게 되고, 예배의 감격을 회복해 기쁨으로 신앙생활하는 활력 있는 성도로 변화된 것을 본다.
또 교회에만 출석했지 삶의 현장에서는 자신의 생각대로 살던 성도가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렇게 살기 위해 날마다 애쓰는 성도가 되는 것을 본다. 이런 변화에 대한 기대와 소망, 그리고 기쁨이 있기에 제자훈련 목회를 포기할 수 없다.
변화를 일으키는 분은 성령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하는 것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목회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변화를 일으키시는 분은 성령이시다. 우리의 지식과 힘과 노력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역사하셔야만 변화가 일어난다.
사람이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은 우리가 성령의 능력을 얼마나 신뢰하느냐와 깊이 연관한다. 사람이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변화를 향해 달려갈 것이고, 우리가 추구하는 그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도록 성령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신앙 인격에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가 성령이시기 때문이다.
‘변화의 주체가 성령이시다’라는 진리는 한편으로 제자훈련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을 겸손하게 만든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큰 위로와 소망을 준다. 내가 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더욱 겸손히 무릎을 꿇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연약함과 한계성을 알기에 성령의 도우심을 사모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우리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성령께서 우리를 사용하시기만 하면 변화가 일어남을 알기에 소망 가운데 포기하지 않고 훈련에 임할 수 있다.
훈련을 하다 보면 종종 경험하게 되는 것이 있다. 훈련생들에게 내가 기대했던 변화와 성령께서 일으키시는 변화가 다른 것이다. 그러기에 조바심을 내지 말고 늘 열린 마음으로 성령의 일하심을 기대하며 제자훈련에 임해야 한다.
제자훈련생을 모집할 때에는 적절한 기준을 세워 선발 과정을 거쳐 준비된 자들을 훈련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세워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우리 교회 같은 경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제자반을 구성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신청자를 받아 훈련에 참여시키도록 독려한다.
훈련을 처음 시작할 때는 훈련생들이 제대로 따라올까, 내가 그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되고 훈련생 때문에 힘들기도 하다. 그런데 오히려 애초 힘들 것 같은 사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훈련 이후 더 크게 변화되는 것을 경험한다.
나는 내 생각과 성령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준비되지 않은 자를 참여시켰을 때 훈련의 질을 떨어트릴 위험성이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요점은 변화의 주체가 되시는 성령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성령의 일하심을 의지하면서 제자훈련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의 통로 - 말씀·사람·상황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여러 가지 통로가 있다. 이에 대해 릭 워렌 목사는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변화를 위해 당신의 말씀, 사람들 그리고 상황을 이용하신다”라고 정리했다.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다.
첫 번째, 우리를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하고 주된 통로는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활력이 있으므로 사람들의 인격 깊이 파고들어 그 깊은 곳으로부터의 변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말씀이 변화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성령께서 함께 역사하셔야만 가능하다. 성령은 말씀과 함께(cum vervo) 일하시기를 기뻐하신다.
두 번째,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관계하는 사람들을 통해 변화를 일으키신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변화를 경험한다. 하나님께서는 기적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통해 일하시는 것을 선호하신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와 행동들이 우리의 생각을 깨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사람들과의 교제를 통해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 교제에 성령께서 함께하셔야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
세 번째,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상황들을 사용하셔서 변화를 일으키신다. 심지어 고난과 힘든 상황을 통해 우리의 연약함과 한계를 알게 하고,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게 만들어 우리의 인격을 하나님의 형상, 하나님 자녀로서의 모습으로 변화시키신다.
제자훈련은 바로 이 세 가지 변화의 통로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자훈련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최선의 통로다. 제자훈련은 말씀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말씀에 따른 세계관을 세우고, 말씀을 따라 구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실제적 훈련이다.
특별히 말씀 묵상 훈련을 통해 말씀이 우리의 삶을 깊이 파고들도록 훈련한다. 제자훈련은 소그룹으로 이루어진다. 거의 1년 가까이 함께 훈련하는 사람들과 교제하면서 서로를 통해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
때로는 상처도 주고받지만 그 상처를 하나님 안에서 그리고 말씀의 원리로 이겨 내는 훈련을 받는다. 거기에다 실천해야 하는 생활숙제를 통해 삶의 현장 속에 말씀의 원리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훈련, 주어진 어떤 환경 속에서 제자로 살아가는 훈련을 받는다. 그러므로 성령을 의지하며 훈련을 하게 되면 반드시 변화가 일어난다.
변화의 기대를 품고
우리는 훈련을 통해 사람들이 변화될 것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사역에 임해야 한다. ‘성령의 능력이 아무리 위대하다 하더라도 사람의 성격은 못 바꾼다’라고 말하는 사탄의 거짓말에 속지 말고 흔들리지도 말아야 한다.
우리가 성령을 의지하고 훈련에 임할 때 성령께서 우리를 사용하시며, 우리가 실행하는 훈련 과정을 도구로 사용하셔서 한 영혼 한 영혼의 변화를 일으키실 것이다.
제자훈련의 인도자로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성령께 쓰임받기 위해 인간으로서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빌 도나휴와 그렉 보먼은 그들의 저서 『삶을 변화시키는 소그룹 리더 코칭』에서 소그룹 리더들을 위해 4가지를 제안했다. 이 4가지는 제자훈련 인도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는 본 보이기이다. 제자훈련 인도자는 삶과 신앙의 본을 훈련에 임한 훈련생에게 보여야 한다. 또 훈련생 서로 간에도 본이 되며,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둘째는 말씀이다. 소그룹 안에서 서로 나누는 말씀은 훈련생의 삶을 영적으로 자극하는 가장 큰 통로가 된다.
셋째는 기도다. 인도자와 훈련생이 마음을 모아 서로를 위해 중보하는 기도는 성령께서 가장 크게 역사하시는 통로다.
넷째는 경청이다. 현대인은 듣기보다 말하기를 더 좋아한다. 자신의 고민과 아픔을 소그룹 안에서 나누고, 이를 경청해 주는 이들로 인해 치유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변화의 주체가 되시는 성령을 의지하고, 본 보이기, 말씀, 기도, 경청으로 훈련에 임할 때, 놀라운 변화의 열매들을 보게 될 것이다. 2018년 각자의 사역 현장에서 풍성한 변화의 열매를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최봉우 목사는 계명대학교(B. A.)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총신대학교 일반대학원(Th.M.)을 졸업했다. 대신대학교 교수로 섬겼으며, 현재 대구 CAL-NET 총무, 대구 아멘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