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4년 09월

고(故) 옥한흠 목사 추모 4주기 * 한국 교회 갱신과 일치를 위한 좌담회

특집 우은진 편집장

구원의 감격을 회복해야 교회 갱신운동을 일으킬 수 있다!


일   시 : 2014년 8월 11일
장   소 : 국제제자훈련원 원장실
사   회 : 이성구 목사(시온성교회, 한목협 상임총무)
참석자 : 손인웅 원로목사(덕수교회, 한목협 2대 대표회장),
              전병금 목사(강남교회, 한목협 3대 대표회장), 
              오정호 목사(대전새로남교회, 교갱협 상임회장)
사   진 : 김 원 팀장(dmitv)
정   리 : 우은진 편집장(월간 <디사이플>)

 


천상 목회자였던 옥한흠, 교회 갱신에 눈을 뜨다
이성구 목사  9월 2일은 고(故) 옥한흠 목사님의 4주기 추모의 날입니다. 이를 위해 <디사이플>에서는 생전 옥한흠 목사님이 한국 교회 갱신과 일치를 위해 노력하신 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손인웅 목사님은 통합 교단의 어른이시고, 전병금 목사님은 기장 교단의 어른이십니다. 서로 다른 교단적 배경을 갖고 계신 분들이 어떻게 합동 교단의 옥한흠 목사님과 함께 한국 교회 갱신과 일치를 위해 연합 운동을 펼치셨는지 궁금합니다.

 

손인웅 목사  한국 교회의 갱신과 일치를 위한 공적인 뜻을 가지고 옥한흠 목사님을 만난 것은 1997년 장로교목회자협의회(이하 장목협) 모임 때입니다. 당시 한국 교회의 연합과 갱신을 위해 뜻을 모으고, 함께 일하자고 결의하며 자주 만났습니다. 저희 통합 교단 안에서는 바른목회자협의회(이하 바목협)가 타 교단보다 먼저 생겨서 교회개혁운동에 앞장섰습니다. 그런데 보수 교단의 수장이었던 합동의 옥 목사님을 만나면서 그분도 전에 해보지 않은 교회연합운동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웠겠지만, 저 역시 옥 목사님의 삶과 사역, 인격적인 면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던 시간이 됐습니다.

전병금 목사  저는 한국 교회를 어떻게 갱신하고 일치시킬 것인지를 논의하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이하 한장연)에서 옥한흠 목사님을 처음 뵀습니다. 당시 합동에서는 옥한흠 목사, 통합에서는 손인웅 목사, 고신에서는 윤희구 목사, 기장에서는 제가 각각 발제자로 나섰습니다. 그런 자리가 아니었다면, 사실 서로 만나지 않았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합동, 통합, 기장, 고신은 장로교의 뿌리가 같은 교단입니다. 처음으로 4개 장로교 교단의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 교회를 갱신하자고 제안했더니, 손인웅 목사님께서도 통합은 바목협이 있으니 함께 갱신하자고 맞장구를 치셨습니다. 또 기장 교단도 1996년 21세기 기장목협을 만들어 활동 중이었고, 고신 교단에서도 고신정신잇기모임이 있어서 윤희구 목사님에게 연합 운동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처음으로 장로교 4개 교단 지도자들이 모이면서 이후 1996년 3월 사랑의교회에서 갱신과 일치, 섬김의 세 가지 기치 아래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이하 교갱협)가 만들어졌고, 이후 그 뜻을 이어 1998년 11월 15개 교단 목회자협의회 소속 목회자들이 모여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를 창립하게 됐습니다.

 

이성구 목사  저는 가장 보수적이었던 옥한흠 목사님께서 교회 갱신과 일치라는 진보적인 연합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삶과 사역에 눈을 뜨셨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옥 목사님이 한목협이나 교갱협 등 연합 운동을 하시면서 정점에 다다르셨을 때가 바로 강원룡 목사님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기장 교단 목회자를 만났을 때 “기장 목사들은 모두 머리에 뿔이 났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우스갯소리를 하신 게 기억나는데, 강원룡 목사님이 성경 전체를 꿰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신 후에는 “옥한흠 목사는 자유주의자고, 강원룡 목사는 보수주의자 같다”고 고백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동안 너무 속고 살았다”며, 타 교단 목회자와의 만남이 없었던 점을 후회하셨습니다. 옥 목사님이 갖고 있었던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고, 그후 합동 교단 목회자로서는 최초라고 할 정도로 그의 마음에 교회 갱신과 일치를 향한 열정이 불탔습니다. 마치 제자훈련에 불이 붙어 대학생들을 지도했던 30대 그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강원룡 목사님과 옥한흠 목사님의 만남은 한국 교회의 지형을 바꾼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손인웅 목사  맞습니다. 한목협 수련회에서 강원룡 목사님이 삼위일체에 대해 강의를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옥 목사님께서는 “내 평생 삼위일체 강의를 오늘과 같이 감동적으로 들은 적이 없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장의 강원룡 목사는 삼위일체를 안 믿는 줄 알았고, 박형룡 목사는 얼굴이 빨간 줄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안 만나니 서로 간에 오해가 쌓였던 것이라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장 목회자들과도 적극적인 만남을 가지셨습니다. 교단마다 갱신모임이 발전해 한목협으로 발전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통합은 신대원 출신들이 바목협으로 세우고, 갱신 운동이 교단 내부에서 일어나 타 교단에까지 파급됐습니다. 급기야 장로교 4개 교단이 같이하자는 공론이 일었습니다. 처음에는 “4개 교단이 아주 다른데, 어떻게 연합하느냐”는 소리도 있었지만, 막상 함께 모이니 갱신그룹의 정신이 같았습니다. 그래서 1997년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한국장로교목회자협의회(이하 장목협)를 창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성구 목사  고신 교단의 윤희구 목사님은 당시 옥한흠 목사님을 만나고 1987년 CAL세미나를 2기로 수료하셨습니다. 옥 목사님께서 “노회나 총회에는 절대 가지도 말고, 교회에서 제자훈련 목회에만 몰두하라”고 당부하셨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노회와 총회에 기웃거리는 것을 싫어하시던 분이 어떻게 교회 갱신 운동을 하게 되셨는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자훈련을 교회 교육으로만 알았는데, 오히려 사람을 제대로 키우면 교회를 새롭게 하는 일이 시작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으셨던 것 같습니다. 교회 갱신운동이 제대로 되려면 사실 합동 교단이 움직여야 일이 됩니다. 제가 교수 시절, 합동 교단의 학자들을 만나면 서로 절대 말을 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옥 목사님께서 교회 갱신운동에 눈을 뜨고 교회 갱신의 전면에 나서시니까, 그분을 존경하고 따르던 합동 교단의 다른 목회자들이 이 운동에 기꺼이 동참했습니다. 합동 교단에 옥 목사님이 계셨기에 합동에서도 갱신운동이 가능하게 됐던 것입니다.

 

손인웅 목사  옥한흠 목사님은 합동과 합신으로 교단이 나뉠 때 교권주의로 인한 갈등과 아픔을 이미 경험하셨습니다. 또한, 당시 합동 교단 총회의 부정부패한 생리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셨습니다. 제자훈련 목회만 골몰하던 분이 아니라, 이미 교회 갱신에 대한 생각을 갖고 계셨던 분입니다. 합동, 통합, 기장, 고신 교단이 함께 모여 보니, 그분의 눈에 공통점이 보였고, 함께하면 뭔가 되겠다는 판단을 하신 후에는 아주 열심히 교회 갱신운동에 동참하셨습니다. 장목협을 함께할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한번은 3개 신학교 총장들을 초청해서 모임을 했는데, 당시 총신대 총장이 “우리 아버지가 보시면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는 곳에 네가 왜 갔느냐고 책망할 것 같다”며 “신앙이 다른데, 모여서 뭘 하겠다는 것이냐?”고 찬물을 끼얹는 소리를 해서 옥 목사님이 그 소리를 듣고 화가 많이 났습니다. 이후 또 그 총장을 불러 모임을 가졌는데, 이번에는 그가 “우리 아버지가 잘 갔다고 하실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이 웃은 적이 있습니다. 옥 목사님의 영향력으로 그 총장의 의식이 변화된 것입니다. 그만큼 옥 목사님은 합동 교단에서 영향력이 상당하셨습니다.

 

오정호 목사  저는 결혼을 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사랑의교회에서 사역하다가 1997년 미국 유학을 다녀와 옥 목사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적인 만남을 통해 그분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옥 목사님의 교회 갱신에 대한 생각은 과거 어린 시절 거제도 지세포교회에서 직분자들의 건강하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교회와 성도의 건강한 모습은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갈등한 끝에, 교회가 건강하려면 직분자들이 바로 서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신 것입니다. 그래서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당시 선교 단체의 커리큘럼을 교회 현장에 도입하셨고, 미국 유학 시 본인의 교회론이 신학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검증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랑의교회에서 제자훈련 목회를 하시면서 한 지역 교회만 건강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깨달으신 것입니다. 이것은 건강한 목회자가 밟게 되는 수순인 것 같습니다. 1996년 교갱협을 만들 때 합동 교단의 교권주의와 부정부패를 보시고, 옥 목사님의 고민은 개 교회에서 교단, 교단에서 한국 교회 전체로 확장됐습니다.

 

갱신과 일치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통감하다
이성구 목사  1998년 한목협 창립대회 당시, 옥한흠 목사님은 한국 교회 당면 과제로 세 가지를 꼽으셨습니다. 첫째는 일치, 둘째는 갱신, 셋째는 사회적 책임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 선명한 과제를 사전에 논의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손인웅 목사  장목협 활동 1년을 하면서 한국 교회의 갱신과 일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감대가 서로 간에 형성됐던 것 같습니다. 돌아가며 1년씩 처음 1년은 옥한흠 목사, 2년째는 제가 각각 한목협 대표회장을 맡았고, 4개 교단을 넘어 교단의 폭을 확대하자고 결의했습니다. 그래서 한목협 창립 때 같은 내용을 공유하며 “일치해야 한다”, “갱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입니다. 특히 갱신의 문제는 옥 목사님의 뼈에 사무친 부분이었습니다. 당시 교회의 사회적 책임 문제는 갱신과 일치에 비해서는 절실하지 않았지만, 한국 교회가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신 옥 목사님께서 대사회적 봉사를 세 번째 과제로 내세우시면서 한목협 전체가 공유하게 됐던 것입니다.
 
이성구 목사  한목협 창립대회 당시 1,500여 명이 모였는데, 한국 교회 갱신과 일치를 위한 운동이 힘을 받고, 한국 교회 전체에 선명한 이미지를 심어줬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교회 갱신의 문제를 굉장히 많이 강조했는데,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병금 목사  그 세 가지 이슈를 처음부터 결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 교회 일치를 위해 모였는데, 일치를 통해 한국 교회 갱신의 문제를 풀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한, 섬김은 한국 교회가 이미 많이 하고 있었지만, 옥 목사님께서 한목협 창립대회 설교를 통해 다시 한 번 제시하셨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의 섬김은 각 교회가 자기 교회를 나타내기 위한 섬김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부터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며 겸손히 섬겼듯이, 한목협이 섬김에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하자고 강조하셨습니다.

 

손인웅 목사  특히 옥한흠 목사님께서는 2005년 기독교 사회복지엑스포를 열어 한국 교회의 대사회적 섬김에 상당한 공을 들이셨습니다. 이 대회는 한국 교회의 사회복지 의식에 큰 전환점을 만들었습니다. 개신교가 교회별로 진행해온 사회복지 활동을 점검하고 역량을 집결하는 한편, 체계적이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랑의교회는 이 대회전에도 사회봉사와 복지 시설에 예산과 인력을 투자했고, 실제로 많은 헌신과 봉사를 감당해 왔습니다. 이 대회는 교회가 사회를 섬기고 감동을 전할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옥 목사님의 사역의 한 꼭지가 바로 봉사와 섬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갱신 속도보다 부패의 속도가 빠르다
이성구 목사  그러나 서글프게도 한목협 창립 이후 16년이 지났는데, 전보다 한국 교회는 더 악화된 상황입니다. 이제는 아무도 연합 운동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그동안 한목협이 교회 갱신을 위한 운동도 많이 했고, 한국 교회 안에서 교회 일치를 위한 생각도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됐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교회의 건강성은 악화됐는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하십니까?

 

손인웅 목사  옥 목사님께서 살아 계셔서 좀 더 한국 교회에서 힘을 모아 주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이하 교단장협의회)를 위해 힘을 모았는데, 그것이 무너지면서 교권주의자들의 분열이 일어났습니다. 각 교단별로 갱신 운동을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교단마다 점점 세속화되고, 금권선거가 개입해 총회장 선거는 세상보다 더 부패해져 버렸습니다. 전에는 추대해서 총회장이 됐는데, 선거제로 바뀌면서 선거가 과열되고, 금권선거가 판을 쳤습니다. 교단마다 폐해가 극심해지자, 연합기구를 결성하기까지 했습니다. 대표적인 폐해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입니다. 교권주의의 힘이 너무 강해져, 연합하고 갱신하는 힘을 눌러버린 것입니다. 금권주의와 교권주의가 한기총에서 폭발했습니다. 이것은 결국 교회의 타락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즉, 한국 교회의 갱신 속도보다 부패의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된 것입니다.

 

전병금 목사  연합과 일치, 갱신을 위해 한목협을 만들었던 때보다 지금 한국 교회의 상황은 더 안 좋아졌습니다. 한기총에서 부정부패가 드러나고, 합동 교단이 자기 교단을 잘 정리하지 못하면서 통합 교단과의 갈등으로까지 번져 버렸습니다. 급기야 통합 교단이 한기총을 나갔고, 여러 교단도 탈퇴하면서 지금은 이름만 살아있는 한기총이 됐습니다. 이후 통합 교단이 중심이 된 2012년 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이 생겼습니다. 저는 한국 교회 분열의 문제는 제일 큰 교단인 통합과 합동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 교회의 갱신은 합동 교단이 변해야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합동 교단을 대표해 참석하신 오정호 목사님께서 합동 교단이 변화하는 데 사명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지금은 한기총이나 한교연도 연합하기 어렵고, 한기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와의 연합은 아예 말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지금의 한국 교회 상황에서는 우선 통합과 합동이 먼저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합동이 한국 교회에 대한 역사적 사명을 깨닫고, 문제를 하나둘씩 수습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교회 연합과 갱신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손인웅 목사  저는 한교연을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합동 교단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다시 조립해야 합니다. NCC 총무는 이번에 통합 교단이 맡을 차례입니다. 그동안 NCC는 ‘NCC 마피아’에 의해서 움직여진 면도 없지 않은데, 정치꾼에 의해 좌우되면 한국 교회 갱신과 일치는 멀어집니다. 한교연과 교단장협의회를 제대로 복원하면, 옥 목사님이 꿈꾸던 그 연합의 모양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전병금 목사  한목협과 교갱협이 교단장들을 초청해서 한국 교회를 위한 대화를 하고, 합동과 통합을 중심으로 새로운 보수연합기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과거 한기총과 NCC가 중심이 돼 진보와 보수 연합기구를 만들었을 때처럼, 한국 교회를 장려해 나가야 합니다. 과거 손인웅 목사님과 제가 추진해 나간 연합운동도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번 장로교 가을 총회가 끝나면 ‘하나 된 새로운 보수연합기구’를 만들기 위해 각 교단 지도자들이 모여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정호 목사  이번에 합동 교단은 한기총을 탈퇴합니다. 저는 한국 교회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를 생각해봤습니다. 교회 소그룹을 경험한 사람들은 상호존중의 태도를 유지하는데, 이것이 안되면 독선주의와 지분확보 등 세속주의 행보를 보입니다. 권력의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지분을 확보하려 하면, 연합 운동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게 됩니다. 한기총도 한경직 목사님의 고매한 인격으로 세워진 기관인데, 지금은 명예를 차지하려는 권력의 자리로 변질됐습니다. 전병금 목사님의 말씀처럼, 한국 교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합동과 통합이 정신을 차리고 연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옥 목사님은 이를 깨닫고, 일찍이 통합과 기장 교단 지도자들과 만남의 물꼬를 트셔서 교회 갱신 운동에도 물심양면으로 앞장섰던 것입니다.

 

이성구 목사  저 역시 솔직히 교회 갱신을 위한 노력이 주춤하고, 지금의 한국 교회 상황이 악화된 배경에는 합동 교단 때문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저는 합동 교단이 제대로 하면, 한국 교회의 갱신과 일치 문제는 많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기총의 파국도 결국 합동 교단의 대표성을 띠지 않는 분이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회의 연합기관인 한기총 내에는 개별적 기관들이 다 참여하는데, 옆에서 자격 없이 들어온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니까 공신력이 떨어지고, 공교회 중심으로 연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손인웅 목사  옥 목사님과 관계된 한국 교회 갱신 운동중에는 교단 총회 선거제도의 개혁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총회에서 총회장에 당선되기 위해 10억, 15억 원씩 돈을 쓴다는 점은 통탄할 만한 일입니다. 이런 총회장 금권선거는 통합 교단보다 합동 교단이 더욱 심했습니다. 오죽하면 옥 목사님께서 총회 선거제도의 개혁 대안으로 제비뽑기 선거를 들고 나오셨겠습니까? 옥 목사님에게까지 돈 봉투가 보내져 왔다고 하니 두말하면 잔소립니다. 통합과 합동 교단은 같이 제비뽑기 선거로 개혁하자고 결의하고, 저와 옥 목사님이 제비뽑기 추진위원장이 돼서 함께 이 운동을 벌였습니다. 옥 목사님이 합동 총회에서 전단지도 나눠주며, 총회에서 제비뽑기 선거운동을 펼친 결과 2001년에 통과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반면, 통합은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세칙은 규칙부에서 나온 것으로 하자고 했지만, 총회에서 그만 부결돼 버렸습니다. 통합은 헛수고했고, 합동은 총회선거제도에 획기적인 개혁의 발판이 마련됐던 것입니다. 이 제비뽑기 선거제도는 당시 한국 교회 갱신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오정호 목사  합동 총회의 제비뽑기 선거제도가 통과되자, 당시에 큰 화제를 일으키며 10억 원 넘게 쓰던 금권선거를 막아내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정말 획기적인 개혁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어렵게 통과시킨 제비뽑기 선거제도도 세월이 지나자 사람들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며 인격이 중요하지, 제비뽑기로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뽑히는 것은 문제라며 반대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두고 ‘제비뽑기의 역습’ 또는 ‘제비뽑기의 재앙’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다 총회장, 부총회장이 되겠다고 나왔고, 오히려 교단 정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손인웅 목사  사실 당시 옥 목사님과 저는 제비뽑기만으로는 선거제도가 불완전하니, 보완을 하자는 의견을 나눴습니다. 두 후보 중 나은 사람이 뽑혀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부족한 후보가 당선되곤 했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이 제비뽑기 제도는 보완되지 못했습니다. 제비뽑기 선거제도가 제대로 발휘되려면 절충안을 바로 이어 시행했어야 했는데, 총회장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많으니 계속 미뤄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금권선거의 폐단은 교단 총회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로 무대를 옮기게 됐습니다. 돈 받는 사람 수가 수천 명 총대에서 수십 명 목회자로 좁혀졌을 뿐, 폐단은 더 심각해졌습니다. 한기총은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었는데, 금권선거로 인해 한국 교회 전체 이미지까지 부정적으로 전락시켜 버렸던 것입니다.

 

오정호 목사  사실 옥 목사님은 교회 갱신을 위해 애를 많이 쓰셨습니다. 그분은 늘 고민하는 선지자의 모습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행복하지 않으셨습니다. 교단만 생각하면 우울해 하셨고, 노회와 총회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후배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제가 합동 총회 정치부에 있는 이유는 옥 목사님의 교단 개혁 의지에 저 자신이 순종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 역시 합동 교단의 모습을 보면 갈등과 고민이 계속됩니다. 교갱협은 교단 정치를 안 하겠다고 선언했고, 시세에 따라 왔다 갔다 하지 않기로 결의했습니다. 2013년 9월에는 교갱협을 사단법인화해서 옥 목사님의 갱신정신을 잇고, 목회자부터 개혁하는 운동을 재다짐했습니다. 

 

구원의 감격을 잃으면 갱신운동도 변질된다
이성구 목사  현재 한목협이나 교갱협 등을 비롯해 한국 교회연합기구들의 갱신운동이 많이 침체돼 있습니다. 개 교회 부흥뿐만 아니라, 연합 운동도 안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 교회의 갱신과 일치를 위한 교단 간 교파 간 연합 운동이 헤쳐모여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손 목사님과 전 목사님께서는 한기총과 NCC에서 각각 몸담고 일하신 경험도 있으시니,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전병금 목사  NCC는 군사독재 체제에서 민주화운동을 했고, 인권운동을 하며 사회적 약자 편에서 그들을 대변해 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NCC가 민주화와 인권운동만 하려고 하면 한국 교회 연합기구의 역할에는 맞지 않습니다. 이제는 한국 교회 전체가 하나가 돼서 새로운 부흥의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한국 교회 연합 운동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사회봉사나 북한 문제, 교회 위상을 높이고 봉사하는 데 연합의 끈을 당겨야 합니다. 제가 NCC 일치위원회 위원장이었을 때, 하나의 연합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잘 안됐습니다. 그 후 교단장협의회가 만들어지면서 한기총의 손인웅 목사님께서 한기총과 NCC가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많은 기여를 하셨습니다. 실패했든 성공했든 이런 연합 운동의 경험은 소중합니다. 그러나 이 연합과 갱신 운동의 바통을 이어갈 한국 교회의 다음 세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1세대들이 했던 연합 운동의 경험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정호 목사  옥 목사님은 2007년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를 열 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2017년에는 종교 개혁자들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인제사장의 정신으로 각 교단이 차이를 극복하고 만나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500주년 후에나 만나야 할지 모릅니다. 남은 3년 안에 준비를 잘해서 갱신과 연합, 일치와 상호 존중, 대 교단의 횡포를 막고 군소 교단도 참여하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교단장협의회를 중심으로 2017년 종교개혁 정신을 살리기 위한 준비모임이 꾸려져야 합니다. 2017년을 놓치면 한국 교회는 큰 후회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성구 목사  옥 목사님께서는 갱신과 일치, 사회적 관심을 은퇴 후에도 지속해서 가지셨습니다. 한 번은 오정현 목사님에게 담임목사직을 위임하면서 저를 부르셔서 만나게 하셨습니다. 고신 교단에 별종이 하나 있으니까, 한목협만큼은 잘 지켜내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 정도로 그는 한국 교회의 하나 됨에 한목협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 하셨습니다. 한 시절 한목협과 교갱협의 역할에 만족하지 말고, 이제 무력감을 털고 일어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전병금 목사  옥 목사님은 한국 교회에서 제자훈련의 선구자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분의 사역과 저서들을 보면, “목회자가 구원의 감격을 놓치면 세속적으로 변화된다”고 경고합니다. “목회자는 항상 구원의 감격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분은 항상 한 사람의 영혼을 소중히 여기셨습니다. 갈보리교회 척 스미스 목사가 초기 7~8명을 데리고 교회를 시작했을 때, 여러 해 동안 인원이 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은 한 영혼에 집중했답니다. 옥 목사님은 “그 마음을 한국 교회가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옥 목사님은 한목협 운동을 하면서 2000년 초 한국 교회 지도자로 급부상했습니다. 사실 90년대만 해도 진보진영에서는 옥 목사님을 알아주지도 않았습니다. 한장연에서 옥 목사님이 한 영혼과 구원의 감격에 대해 강조하며 교회 갱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이 마음을 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일 때, 당시 교회 갱신가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연합 운동을 하면서 감투나 쓰고, 세속화된다면 한국 교회 갱신운동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옥 목사님이 가지셨던 구원의 감격과 한 영혼 철학을 붙들고 계승한다면 한국 교회 갱신과 일치운동은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교회 안 제자’에서 ‘세상 속 제자’로 본이 돼야
이성구 목사  전병금 목사님께서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구원의 감격을 잃어버리면 목회도, 교회 갱신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구원의 감격과 한 영혼 철학은 목회자나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핵심에 해당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오정호 목사  목회자는 땅과 세속의 가치보다는 하늘의 가치를 보고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가톨릭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신부들이 청빈하고 검소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회 목회자도 청빈하고 검소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대전 새로남교회에는 정부 제3청사와 대덕연구단지에 다니는 성도들이 많습니다. 저는 항상 “나는 대한민국 대표 공무원이다”, “나는 대한민국 대표 연구원이다”라고 가르칩니다. 주님께서 세상 속에 파견한 제자라는 신분을 인식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 20:21)라고 말씀하셨듯이, 그런 의식으로 세상 속에서 제자로 살아간다면 한국 교회에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병금 목사  솔직히 한국의 종교 가운데 기독교에서 유독 존경받는 인물들이 많이 배출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 불교와 가톨릭의 성장세는 높은 반면, 기독교는 침체되고 있습니다. 불교에는 성철 스님, 가톨릭에는 김수환 추기경, 개신교에는 한경직 목사, 강원룡 목사 등 존경받는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옥 목사님께서 더 사셨으면, 성철 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 못지않은 존경을 우리 사회로부터 받으셨을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가 된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가 되라”(고전 11:1)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목회자라는 직분이 비판받지 않고, 아무에게도 거리끼지 않도록 행동해야 합니다. 목회자들이 하는 행동이 한국 교회를 욕먹게 합니다. 은퇴하면서 물질적으로 흥정하는 목회자들도 많습니다. 재정 문제, 성 문제가 목회자의 삶에 거리끼지 않도록 해야, 한국 교회가 살아납니다. 오정호 목사님께서 교회 성도들에게 “너희가 대한민국 대표다”라고 말했듯이, 우리 역시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 목회자다” 하면서 옥 목사님의 뒤를 이어가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손인웅 목사  한국 교회의 문제들은 한 사람이 복음으로 변화돼 구원의 확신을 갖고,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일에 역점을 두면서 교회와 사회를 바꿔간다면 하나씩 풀릴 것입니다. 이것은 복음에 충실했던 옥 목사님이 처음부터 교회 갱신운동을 하며 외치셨던 부분입니다. 옥 목사님은 개인 제자훈련에서 교회, 교단, 한국 교회로 시야를 넓히시고, 범위를 확장하셨습니다. 그는 한스 큉의 『교회론』을 보고 제자훈련에 목숨을 걸었고, 그의 교회론적 변화는 교회 갱신운동을 하며 더 넓어졌습니다. 저는 그분이 한목협 운동을 하면서 에큐메니컬 신앙에 동참하고, 신학적인 변화를 겪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그의 제자훈련 사역에 접목돼 좀 더 폭넓게 변화를 일으켰으면 싶었고, 이제는 그에게 제자훈련 받은 제자들이 그 점을 이어갈 때라고 생각합니다.

 

오정호 목사  제자훈련은 세상으로부터 부름 받은 하나님의 백성이요, 또한 세상으로 보냄 받은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빛으로 소금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무장돼야 합니다. 제자훈련 목회자 네트워크(이하 CAL-NET)는 그런 옥 목사님의 정신과 사역을 이어 이제 교회와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와 세상으로 보냄 받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사역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전병금 목사  생전 옥 목사님은 교회의 사도성을 많이 강조하셨는데, 오늘날 한국 교회는 교회의 사도성이 많이 약화된 것 같습니다. 제자훈련을 통해 제자가 됐는데,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없는 제자훈련은 보완돼야 합니다. 한국 교회 보수진영에는 장관, 국회의원, 교수, 법관 등 인재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 곳곳에 개신교의 영향력이 전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 예수의 제자로 바로 서야 합니다. ‘교회 안의 제자’에서 ‘세상의 제자’로 변화돼야 합니다. 

 

개혁으로 출발한 개신교, 개혁으로 돌아가라
이성구 목사  올해는 가톨릭의 교황이 방한을 해서 교계에서 많은 우려를 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로 구설에 오른 한국 기독교와 달리, 가톨릭은 대사회적인 이미지가 좋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목사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전병금 목사  우리 역시 교황이나 가톨릭이 성서적 근거가 없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과거에도 한국에 교황이 두 번 정도 방한한 적이 있는데, 유독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대해 한국 교회가 긴장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다른 두 번의 교황 방한으로 가톨릭 신자들이 증가하기는 했습니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기가 있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개혁적인 삶을 실천하는 교황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자의 가까이에 있고, 검소한 삶을 실천하는 교황입니다. 반대로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모습은 개혁적이거나 검소한 삶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차라리 교황의 방한을 한국 교회가 갱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손인웅 목사  저는 오히려 교황의 방한을 한국 교회가 환영하는 넓은 마음을 보여줬더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사실 가톨릭도 사제의 성폭행, 세습, 재산 축적 등 부정적인 모습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혁을 추진합니다. 그것이 대중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이고, 사람들이 가톨릭으로 옮겨 가는 이유입니다. 종교개혁은 개혁이 핵심입니다. 개혁으로 개신교가 나왔는데, 지금 한국 개신교는 개혁과는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개혁을 부르짖지만, 암살 세력, 저항 세력이 큰 곳에서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개혁으로 시작한 개신교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새로워지기 위해 몸부림쳐야 합니다.

 

전병금 목사  가톨릭은 힘 있는 하나의 조직체의 통제 아래서 홍보에 능합니다. 한 국가의 총리나 대통령이 추기경을 찾아오도록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신교는 섬기는 것으로 교회의 권위를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에 맞춰 갱신운동 복원해야
이성구 목사
  마지막으로 평소 목사님들께서 생각하시는 고(故) 옥한흠 목사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손인웅 목사  저는 옥 목사님의 임종 때 그분이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고 빈손으로 가시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분은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셨고, 목사로서 사명에도 최선을 다하셨던 분이었습니다. 한경직 목사님도 그런 분이셨는데, 종교계의 노벨상인 템플턴상 수상식에서 자신이 신사 참배한 것을 회개하셨습니다. 용기가 없으면 못하는 일입니다. 저는 한경직 목사님 다음으로 옥 목사님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절제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선비 정신을 본받고 싶습니다. 즉 청빈한 생활과 지조를 지키는 모습이 오늘날 목회자들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옥 목사님은 본이 되시는 분입니다.

 

이성구 목사  저는 옥 목사님이 사랑의교회 안의 제자훈련뿐 아니라 모든 교회, 하나의 교회, 하나님의 교회로 관심을 확대하신 점이 그를 한국 교회의 지도자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 제가 안식년을 맞아 미국으로 갔습니다. 그때 과거 옥 목사님이 개척하셨던 한인 교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옥 목사님을 초청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께서 합동 총회가 난리가 나서 못 가시겠다고 거절하신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그는 자기 교회에서 벗어나 한국 교회로 시선을 옮긴 지도자였습니다. 총회를 하나의 교회로 보시고, 자리를 지키셨던 것입니다. 저는 이 점에 있어 젊은 목회자들이 교회론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총회에는 정치꾼들만 오지, 제대로 된 목회자들은 오지 않습니다. 옥 목사님과 같이 총회도 하나의 교회로 보는 교회론을 지닌 목회자들이 많이 와서 총회를 정화해야 합니다.  

 

손인웅 목사  저는 이 좌담회를 통해 옥 목사님을 그리워하고, 더 흠모하게 되며, 새롭게 그의 모습을 조명해서 높이고 싶습니다.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종을, 지금도 하나님께서 하늘나라에서 보상해주시는 줄 믿습니다. 그가 남기신 교회와 삶의 자취가 훼손되지 않고 빛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정호 목사  초교파 기관인 한목협과 교갱협뿐만 아니라 CAL-NET 등 옥 목사님의 제자들이 국내와 미국, 브라질, 호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세계 각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 갱신과 일치를 위한 연합 운동이 많이 침체됐지만, 오늘 좌담회를 계기로 활성화됐으면 합니다. 옥 목사님께서 남기신 또 하나의 유산, 한국 교회 갱신가로서의 모습을 우리 역시 이어받아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시점을 계기로 확실하게 결실 맺을 수 있도록 함께 연합해 최선을 다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