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농부들은 이제 곧 1년 동안 지은 농사를 마무리하고 다음해 농사를 준비할 것이다. 제자훈련 사역의 대부분도 연초부터 시작해서 12월 초면 마무리를 한다. 그래서 이 시기쯤 되면 곧 끝난다는 생각에 다시 힘을 내서 마무리를 하게 된다. 하지만 큰 과오없이 제자훈련을 수료하는 것이 다는 아니다. 사역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평가와 피드백 또한 중요하다. 자신의 가르치는 사역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살펴보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내년도 사역이 좀 더 효과적이고 좀 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알려진 조벽 교수는 비디오 피드백을 통해 가르치는 사람의 수업을 분석하는 방법을 ‘마이크로 티칭’(Microteaching)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해왔다. 마이크로 티칭은 하버드 대학교 홈페이지에 어느 교수가 매해 200명 이상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올리며 시작되었다.
사실 옥한흠 목사도 주일낮예배 시간에 전한 자신의 설교 내용을 그날 저녁에 다시 들으면서 분석하고 점검했다. 한두 번만 한 것이 아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사실 자신의 녹음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영 어색하기도 하거니와 내가 생각했던 목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더 이상 듣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러한 피드백은 설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제자훈련을 이끄는 인도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자신의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서 보라.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스톱 버튼을 누르고 말 것이다. 어쩌면 평소에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했던 모습들이 고스란히 그 비디오에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까지 지켜 볼 필요가 있다. 내 모습을 과장하거나 평가절하 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직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가꾼다. 이런 습관은 여성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거울을 본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 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울이 필요하다. 설교나 훈련에 임하면서 거울을 쳐다보지 않는다면, 이에 고춧가루가 끼거나 머리가 헝클어져 있는데도 그런 모습으로 가르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모습 때문에 그가 가르치는 내용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의 모습을 가지고 뒤에서 수군거리기에 바쁠 것이다.
따라서 할 수 있으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비디오를 보는 것이 좋다. 제자훈련을 시작하기 전부터 어떻게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지, 어떻게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지,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지 점검해보라. 찬양과 기도, 숙제점검 등의 시간을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도 보라. 성경공부 시간을 어떻게 인도하고 있는지도 살펴보라.
가르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도 유심히 살펴보라. 학생들에게 시선을 주고 있는지, 손놀림은 자연스러운지, 내 모습 속에서 열의가 보이는지, 유머를 적절히 사용하고 있는지, 얼굴에서 평안함이 묻어나오는지 점검해 보라.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칭찬하며 격려하고 있는지, 나눈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요약하고 있는지,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에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함께 내린 결론을 가지고 각자의 삶에 적용하고 있는지, 이런 관점에서 자신의 가르치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경험이 많은 사람보다 자신이 한 일을 평가하고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서 실천한 사람이 상당한 진보를 경험할 수 있다. 올해의 사역을 되돌아보면서 내년 사역을 잘 준비할 수 있는 연말을 보낸다면 내년은 보다 열매와 보람이 있는 훈련 사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