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었다. 맷 에몬스는 50미터 라이플 3자세 경기에서 마지막 한 발만 남겨놓고 있었다. 이미 2위와의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어서 과녁 어디에나 맞추기만 하면 두 번째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는 침착하게 사선에 들어서서 과녁을 정조준하고 발사했다. 과녁에 명중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전광판에 표시되어야 할 점수가 보이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이 과녁에 다가가 확인한 후 에몬스가 다른 사람의 과녁을 맞혔다고 판정했다. 2번 레인이 있던 그가 3번 레인의 과녁을 맞힌 것이었다. 결국 에몬스는 다 잡았던 금메달을 놓쳤고 등수에 들지도 못했다.
전문용어로 “교차 발사(cross firing)”이라고 말하는 이런 일은 경기 중에서는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우리가 섬기는 사역 현장에서는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사역자들이 확신을 가지고 열심히 사역하고 있지만 정작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놓치는 경우가 많다.
제자도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성도들의 영혼이 잘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분명하고 평가가능한 기준이다. 옥한흠 목사는 제자도의 핵심적인 모습을 전적 위탁자, 증인, 종으로 설명했다.
네비게이토에서는 수레바퀴 예화를 통해 제자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순종하는 생활에는 기도와 교제, 증거와 말씀이라는 네 가지 바퀴살이 있다. 수레바퀴가 제대로 작동해서 움직이면 살은 보이지 않고 중심에 계신 그리스도만 보인다고 설명하는 이 모형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윌로크릭교회에서는 5G를 통해 온전히 헌신된 제자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한다. 5G란 은혜(Grace), 성장(Growth), 모임(Groups), 은사(Gifts), 그리고 선한 청지기 정신(Good Stewardship)을 말한다.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면서 이러한 기준을 놓고 평가를 내리는 사역자들이 얼마나 될까? 대개는 계량화하기 쉬운 ABC, 즉 출석수(Attendance), 건물(Building), 현금(Cash)을 가지고 교회를 평가하려는 유혹에 끌리기 십상이다. 이런 기준으로 교회를 평가하기 시작할 때 겉모습은 요란하지만 껍데기만 남은 교회로 전락하게 된다. 오늘 교회의 사역자들이 사역을 하면서도 힘이 없고 기진맥진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증인이자 하나님 나라의 종이다. 그 나라를 기대하며 그 나라를 추구한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보냄을 받아 성육신하시고 사명을 이루신 것처럼 교회는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구현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문제는 교회가 마치 그 나라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자기 교회의 왕국을 세우는 일에 집중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세우고 있다고 착각한다. 자기들의 건물을 세우면서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나 예수님의 제자를 만들어내는 일은 뒷전으로 밀어두고 있다.
현재의 교회, 사역, 선교에 대한 우리의 패러다임을 이 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그리스도의 사역에 동참하는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 매력적인 교회를 만드는 수준에서 세상을 향해 파송하는 교회로 성숙해야 한다. 교회의 프로그램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하는 패러다임에서 자신의 남은 생애를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곳에 헌신하도록 무장시키고 그 사역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과녁을 다시 확인해보자. 우리의 과녁은 하나님의 나라인가 아니면 우리 교회인가? ABC인가? 아니면 제자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