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1년 03월

멀리 보는 지도자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버펄로라고 부르는 아메리칸 들소가 있다. 버펄로의 눈은 얼굴의 앞이라기보다는 양 옆에 붙어있어서 늘 주변에 적이 있는지를 살핀다. 위험이 감지되면 앞을 보는 것보다 옆에서 움직이는 다른 버펄로를 보고 따라서 우르르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이런 버펄로의 습성을 아는 인디언들은 손쉽게 버펄로를 사냥할 수 있다고 한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함성을 지르면서 버펄로 무리의 선두에 선 우두머리를 절벽으로 몰아간다. 버펄로는 앞서가는 동료를 따라 정신없이 달리게 되고, 비록 맨 앞에서 달리던 버펄로가 절벽 앞에서 멈춘다고 하더라도 뒤따라오던 많은 버펄로들은 멈추지 못하고 절벽 밑으로 떨어져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인디언들은 절벽 아래서 기다리다가 떨어지는 버펄로를 거두어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버펄로 가운데도 멀리 내다보는 리더 버펄로가 있었다. 이런 특별한 리더십을 가진 버펄로는 언덕 위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인디언들이 가까이 오면 그 버펄로는 절벽 쪽이 아니라 언덕 아래로 무리를 이끌고 도망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이런 버펄로를 영물로 신성하기도 했다.
지도자는 멀리 볼 수 있어야 한다. 미래의 비전을 붙잡아 방향을 설정하고, 그 비전을 공동체에 전달하고 용기를 북돋아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도자의 책임이다. 이러한 리더십은 관리와는 다르다. 제시된 비전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조직의 구조를 만들어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관리라고 말한다. 리더십과 관리는 상호보완적인 것이다.
교회 공동체의 미래를 바라보며 준비하는 리더십은 누구의 몫일까? 최근에 교회의 리더십을 책임지는 당회와 장로의 역할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고려대의 배종석 교수는 “조직체로서의 교회와 장로의 역할”이라는 글에서 장로의 역할을 개인적인 역할과 조직 안에서의 역할로 구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성도를 돌보는 목자로서의 역할과 좋은 신앙인격자로서 다른 사람들의 본이 되는 역할이 있다고 보았고, 교회라는 제도와 조직 안에서는 복음을 변증하는 자로서의 역할과 하나님의 가치로 제도와 조직을 세우는 역할이 있다고 정리했다.
배 교수는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구비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이런 메커니즘이 준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목회학은 박사과정까지 있는데 장로학은 등한시되고 있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서 임원교육에 엄청난 비용을 마다하지 않고 평가도 철저하게 실시하고 있다. 반면에 교회는 한 번 장로직에 선출되면 평가나 재신임도 없이 평생 가는 경우가 많다.
건강하지 못한 당회는 관리적인 측면의 세세한 일에 집착하다가 교회가 가야 할 방향을 상실하는 리더십 부재의 현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앙인격이나 성품, 모범된 삶을 세워가는 제자훈련 과정을 통해 ‘기본자질’이 검증되는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또한 리더십 역량을 개발하고 교회의 비전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공통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예배나 교육, 선교나 구제, 재정이나 총무분야와 같이 특정한 교회의 사역과 관련된 성경적 전문 지식과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직무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신약에서 교회의 리더십은 늘 복수 형태로 등장한다. 공동사역의 무거운 짐을 진 교회 공동체 지도자들은 교회 구성원을 수동적인 구경꾼으로 전락시킨 지난날의 잘못된 리더십을 청산하고 멀리 내다보는 리더십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성경이 지향해온 교회 리더십으로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