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오정현 목사
금년 초에 한국갤럽연구소가 한미준(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의뢰를 받아 ‘한국교회 미래 리포트’를 발표하였다. 신자와 비신자 각각 1,000명씩을 대상으로 기독교인의 교회활동과 신앙생활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한 것인데, 리포트를 읽으면서 필자의 눈길을 끌었던 질문과 대답이 있었다.
“한국 교회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과제, 또는 문제점이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이 질문에 대해서 신자 그룹과 비신자 그룹이 여러 가지 상이한 대답을 하였지만, 흥미롭게도 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대답은 양쪽 모두 똑같았다.
“교회가 내적인 면보다 외적인 모습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교회가 교인들의 변화와 성숙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외형적 성장을 더 중시했기에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한국 교회가 외화내빈이라는 중병에 걸린 이유는 무엇보다도 삼허(三虛)에 빠진 목회자의 기본 의식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삼허란 허수(虛數), 허세(虛勢) 그리고 허상(虛像)을 말한다.
삼허는 목회자로 하여금 교회가 내적인 면보다 외적인 모습에 더욱 치중하게 하여, 결국은 신자들이 교회 문만 나서면 신앙과 삶의 불일치라는 고질적인 질병에 시달리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삼허에 시달리는 교회를 복음의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목회자의 전도된 가치관의 회복이요, 둘째는 신자들의 탄탄한 신앙의 기본기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최근에 어떤 기사를 보면서 생각에 잠긴 적이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1964년만 해도 국민 총생산의 20%를 영국 군사 기지에서 나오는 임금으로 채웠는데, 기지가 철수하면서 실업률이 치솟는 등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때 리콴유 수상의 주도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지원을 받아 금융의 허브를 세우면서 도약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싱가포르가 작은 나라이지만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경제력을 구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각자적인 한 사람의 지도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사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한국 교회가 교회 안팎의 부정적인 시각을 반전시키고,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보였던 국가와 사회의 영적인 부흥을 다시금 회복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교회가 복음의 허브가 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허브란 자전거 등의 바퀴에서 살이 꼽히는 중심부를 말한다. 그래서 모든 에너지가 모였다가 다시 퍼져나가는 중추적 역할은 물론이요, 교두보로서 그리고 도약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허브이다.
복음의 허브가 되는 것에 한국 교회의 살길이 있지만, 허브는 결코 열정만으로는 될 수 없다. 허브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튼튼한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제자훈련은 교회의 가장 강력한 영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길이다. 예수님은 이 사실을 가장 잘 아셨던 분이다. 그분의 공생애의 뼈대는 제자들과 3년간의 동고동락의 삶이었으며, 이것은 바로 제자훈련을 통한 교회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기였다.
나는 한국 교회가 제자훈련을 통하여 동아시아의 복음의 허브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북아의 거점 도시로 베이징과 서울과 도쿄를 꼽아 ‘베세토(Beseto)’라고 말한다.
이제는 한국 교회가 제자훈련에 기초한 복음의 허브 역할을 함으로써 중국과 일본이라는 큰 구축함을 이끄는 복음의 예인선의 역할을 능히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