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지난 12월에 미국 워싱턴 D.C.와 뉴욕을 방문하면서 놀랍게 느낀 것이 있다. 두 도시가 이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워싱턴 D.C.는 작아 보였고, 뉴욕은 세계 최고의 경제 도시였지만 불편하고 시끄러운 점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두 도시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두 도시를 바라보고 느끼는 내가 달라진 탓일 것이다.
두 도시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역동적 도시로 평가받지만, 적어도 내게는 산과 강, 오랜 역사로 어우러진 서울의 역동성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처럼 내 생각과 느낌을 바꾼 것은 무엇일까? 서울이 어느덧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그 실마리가 있다.
이런 강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추종을 불허하는 초저출산율과 정치 이념의 극단적 분열은 한국의 우울한 미래를 예고한다. 최근 언론 매체의 주요 토픽 중 하나는 일상까지 파고든 정치의 양극화다. 이미 고착화된 지역 갈등, 남녀 갈등, 세대 갈등보다 정치 이념 갈등이 더 심각해졌다. 그것은 반세기 전에 중국에서 문화 혁명으로 나라가 갈라진 것처럼 어느 순간, 아니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사회에 나라를 두 쪽으로 나누는 이념적 문화 혁명이 됐다.
한류(Korean Wave)를 기반으로 한 서울의 역동성, 그러나 초저출산율과 안타까운 높은 자살률 그리고 극단적인 정치의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실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가?
이 민족의 근대 역사를 다시 생각해 본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로 이어지는 열강의 침략 속에 국가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렸고, 일제의 지배로 미래를 완전히 상실했던 한국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바로 기독교였다.
세계사에서 우리나라처럼 기독교의 역할이 독특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수천 년 동안 유불선(유교, 불교, 도교)이 자리 잡고 있는 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온 지 반세기도 되지 않아 독립운동의 주체가 됐다. 한국은 수천 년 내려오던 민족 종교의 흐름을 백 년 만에 바꾼 나라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크리스천 팍스 코리아나(Christian Pax Koreana)를 이뤘다.
지금 서울의 역동성을 글로벌 스탠다드화하고, 동시에 정치 이념에 의해 극단적으로 분열된 이 민족을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길은 21세기 크리스천 뉴 팍스 코리아나(Christian New Pax Koreana)를 이루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글로벌 스탠다드의 시각이 필요하다. 화가 이중섭과 박수근은 훌륭하지만 국내 무대에서 그치고, 김환기 화가는 파리와 뉴욕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올라갔기 때문에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여기서 우리 사회 문제의 난망함을 해결하는 빛을 발견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다드로 올라가기 위해 한국 교회와 목회자는 이사야 19장 24~25절의 말씀을 다시 읽어야 한다. “그날에 이스라엘이 애굽 및 앗수르와 더불어 셋이 세계 중에 복이 되리니 이는 만군의 여호와께서 복 주시며 이르시되 내 백성 애굽이여, 내 손으로 지은 앗수르여, 나의 기업 이스라엘이여, 복이 있을지어다 하실 것임이라.”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노예로 삼은 애굽과 북이스라엘을 멸절시킨 앗수르가 이스라엘과 더불어 세계에 복이 될 것임을 말씀하신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상식이나 성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생명을 살리는 하나님의 관점, 모든 차별과 장벽을 넘어서는 전 지구적인 복음의 시각을 가질 때에만 주어지는 기독교만의 독특한 은혜요 능력이다.
이제 한국 문제가 해결되면 세계 문제가 해결되는 길이 열릴 것이다. 크리스천 뉴 팍스 코리아나는 한국 교회가 이런 경천동지(驚天動地)의 거룩한 DNA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만들어, 국제적으로는 2033년 예수님 승천 2,000주년을 기념하고, 국내적으로는 20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100주년을 준비하여 우리의 다음 세대가 명실상부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길이다.
또한 크리스천 뉴 팍스 코리아나는 이 땅을 쪼개고 있는 극단적 분열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