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23년 03월

챗GPT 시대, 어떻게 설교를 할 것인가?

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 지능)가 설교를 한다. 정확히는 연초부터 인터넷과 언론 매체를 달궜던 챗GPT*가 설교문을 작성하고, 그것을 AI 보이스가 읽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웬만한 설교문을 방불한다. 적절한 성경 구절과 정서를 자극하는 인용글, 그리고 논리적인 맥락을 갖춰 선입관 없이 읽고 들으면 AI가 작성한 것이라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오히려 설교의 모범적 텍스트로 여겨질 만하다.

올해 오픈AI가 공개할 GPT-4는 1,000조 개에 달하는 인간의 시냅스(신경세포 접합부) 개수와 동일한 수준으로 매개 변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AI가 특이점을 넘어서면서 인간의 뇌를 뛰어넘는 충격적인 새로운 미래가 도래할 수 있다. 

이미 챗GPT에게 개인적인 심리 상담까지 받고 있다는 글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고 있다. 또한 챗GPT가 전문 분야에서까지 각 사람의 필요에 맞게 각색된 형태로 원하는 것들을 제공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특히 학생들의 지적 역량을 발달시키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삼는 교육 현장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패닉에 빠졌다. 

그동안에는 AI가 인간의 감정과 지능의 자리는 대신할 수 있다고 해도, 종교적인 영역은 대체할 수 없다고 여겼다. 기계가 아무리 학습하고 나름의 창의성을 발휘한다 해도 영성까지 학습하고 체득할 수는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AI가 사람의 옷을 입고 사전적 의미의 종교, 즉 초월적 존재로서 인간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제로서의 종교를 대신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AI는 성경을 신화로써 읽는 사람들, 훌륭한 철학서로 읽는 사람들, 인간을 계도하는 고상한 윤리책으로 읽는 사람들의 기독교를 대신할지도 모른다. 

그럴 때 우리는 아마도 이런 성경의 말씀을 다시 듣게 될 것이다. “이 땅에 무섭고 놀라운 일이 있도다 선지자들은 거짓을 예언하며 제사장들은 자기 권력으로 다스리며 내 백성은 그것을 좋게 여기니 마지막에는 너희가 어찌하려느냐”(렘 5:30~31). 

목회자는 성경 읽기를 다시 해야 한다. 성경을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읽고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성령의 능력으로 강단에 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성경의 모든 구절을 그대로 기억하고, 구절들의 원어적인 의미도 파악하며 성경 말씀의 역사적인 맥락과 구절 간의 연결 고리도 인지하는 AI, 그것도 위장된 영성으로 무장한 AI를 무슨 수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대비하되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AI는 인류사를 집대성한 해박한 지식을 배경으로 성경을 읽고 주해도 할 수 있겠지만, 성령의 조명으로 말씀을 읽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의표를 찌르는 적용을 줄 수는 없다. AI는 첨단 과학을 통해 세상에 유토피아를 약속할 수는 있지만, 십자가의 보혈로 인한 구원의 잔을 마시거나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천국의 소망을 말할 수는 없다. AI는 문제가 생길 때 과학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는 인격적인 기도를 드릴 수는 없다. 

그러하기에 사랑의교회는 매주 토요일 공동체가 함께 성경을 읽고(Public Reading of Scripture), 말씀을 암송하여 마음에 새기며 ‘기도의 지팡이’를 들고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고 있다.

성경을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읽지 못하고, 말씀을 성령의 조명으로 풀어내지 못하며, 기도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설교자는 강단에서 설 힘을 잃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AI의 본격적인 등장은 위기가 아니라,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진위를 드러내는 시금석이요, 이제야말로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영적 배수진을 칠 황금 같은 기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