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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하나님의 크신 역사(役事)였다. 2003년 8월 계획되지 않은 특별새벽부흥회(이하 특새)가 시작됐다. 사랑의교회에 부임하면서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기도의 갈급함이 터졌다. 제1차 특새는 47일간이나 계속됐고, 그렇게 시작된 사랑의교회 특새는 올해로 21차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역사(歷史)로 진행 중이다.
20여 년 전,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고 찬양하던 내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젊음의 포텐이 가득하다. 이제 지나 온 긴 시간을 머금은 얼굴은 주름지고, 시력은 약화됐으며, 머리카락은 희어졌다. 길가에 꽃을 보면 더욱 반갑고, 아이들을 보면 감사와 축복의 마음이 몽글거리는 나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세파의 성상(星霜)으로 겉모습은 물기가 사라져도 그 속은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맥박치는 사람이다. 이것이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속사람이 날로 새로워지는 근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생기와 밀도, 영감과 기백, 그리고 집중력으로 충천해 목회하고 사역할 수 있는 이유다.
생기(生氣)는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증거다. 밀도(密度)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아가는 누수 없는 삶의 특성이다. 영감은 성령께서 성도에게 주시는 유니크한 은혜다. 기백은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의 부활 능력으로 사는 성도가 취해야 할 마땅한 태도다. 집중력은 하나님의 시각으로 삶의 현장을 살피는 집념이다.
타락 이후로 시간은 모든 것을 마멸(磨滅)하고 침식(浸蝕)하는 속성을 갖게 됐다. 그래서 목회자가 시간의 고삐를 꽉 붙잡지 않으면, 사역은 초심을 잃고, 관료화되다가 화석화되어 마침내 장례식을 치르는 비극을 맞게 된다.
어떻게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사역을 청청(靑靑)하며 생동감 있게, 그리고 영적인 활력을 지니며 비상하게 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도 사역을 힘 있게 하는 비결은 생기와 밀도, 영감과 기백, 그리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있다.
세상에 가치 있는 것 중에서 수고 없이 그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영혼을 세우고, 생명을 건져 내는 가장 가치 있는 사역을 위해서는 얼마나 더 큰 수고가 요구되는지 자명해지는 것이다.
주님의 몸 된 교회의 사역이 생기와 밀도, 영감과 기백, 그리고 집중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사역자, 그중에서도 담임목사가 성도들의 헌신과 섬김 위에 자신을 제물로 드리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있을 수가 없다. 이것이 사도 바울이 말하는 “너희 믿음의 제물과 섬김 위에 내가 나를 전제로 드릴지라도”(빌 2:17)의 의미일 것이다.
지난 20년간 특새의 새벽 강단에서 온전히 진액을 쏟았다. 언제까지 지금처럼 할 수 있을지는 주님만이 아실 것이다. 주님께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주의 몸 된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그리고 주님께 더욱 착하고 충성된 종으로서 온전히 드려질 수 있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