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교회란 무엇인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예배가 강제되면서 근본적으로 제기되는 질문이다. 정부가 교회의 예배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은, 적어도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하는 우리 사회에서 일 년 전만 해도 꿈에서조차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성도가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 현실이 돼 버린 지금, 목회 현장에 있는 사역자들은 현 상황에 불쑥불쑥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열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할 것이다.
지난 40여 년의 목회 사역에서 교회를 생각할 때 언제나 마음을 뜨겁게 한 것은 “교회는 영광스럽다”라는 사실이다. 교회에 대해서 교리적으로 여러 가지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주님의 몸 된 교회의 영광은 비록 교회의 구성원이 잘못하는 순간조차 조금도 훼손될 수 없는 진리다. 그리고 이것은 교회가 이 땅에서 생명을 구하는 복음 사역과 빛과 소금으로서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으뜸으로 가져야 할 교회의 정체성이다.
이것을 위해 한국 교회에 갖는 간절한 바람은 간장 종지 같은 속 좁은 명분론에서 벗어나 교회 영광의 실체를 경험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처음 온라인 예배를 드리게 됐을 때, 어떤 교단에서 목양 지침이 내려왔다. “온라인으로 하면 아이들이 참석하기 힘들고 오래 앉아 있기 힘드니까, 설교도 10분 내지 15분만 하고 모든 순서를 30분 내로 마쳐라.” 아마도 여러 가지 상황을 심사숙고한 결과 내려진 권면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많은 목회자가 그것을 보고 답답함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영적 전쟁의 최일선에서 심한 가슴앓이를 하면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목회 현장의 사역자라면 오히려 더 열심히 기도하고 더 열심히 설교하며, 평소 30분 했으면 온라인으로 40분 하고. 그렇게 살아 있는 예배를 위해 진액을 쏟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지금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때에 한국 교회 목회자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 44년 전에 강원도 예수원에서 R. A. 토레이, 대천덕 원장님이 대학부 여름수양회에서 주신 요한복음 14장 12절 말씀이다.
“나를 믿는 자는 내가 하는 일을 그도 할 것이요 또한 그보다 큰일도 하리니 이는 내가 아버지께로 감이라.”
어떻게 우리가 주님보다 더 큰일을 할 수 있을까? 우리를 크게 놀라게 했던 충격적인 말씀이었다.
우리가 감히 언감생심, 주님께서 하신 일을 할 수도 없고,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주님께서 승천하시며 보내신 보혜사 성령님이 우리 가운데 임재하실 때 우리가 주님께서 하신 일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환경을 보고 사회적인 상황을 보면 모든 것이 넘지 못할 큰 산처럼 보이는 지금, 한국 교회가 믿음으로 붙들어야 할 말씀이다.
또한 우리가 이 막중한 상황을 돌파하는 길은 “힘으로 되지 아니하며 능력으로 되지 아니하고 오직 나의 영으로 되느니라 큰 산아 네가 무엇이냐 네가 스룹바벨 앞에서 평지가 되리라”(슥 4:6~7)는 하나님의 말씀을 삶의 현장에서 경험하는 데 있다. 2020년의 끝자락을 향하고 있는 때에, 이제는 좁은 마음의 명분론에서 벗어나, 선지후행(先知後行)의 책상머리 신앙을 넘어, 영적 지행합일(知行合一)과 거룩한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역을 통해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세상의 소리를 압도하는 교회의 영광이 드러나고 선포되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