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21년 02월

대변불관족(族)과 룬샷

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대변불관’(大變不觀)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큰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바로 앞만 보는 미시적 시각으로는 큰 변화가 보이지도, 볼 수도 없음을 말한다. 이미 우리 시대는 눈에 보이는 수평적, 수직적인 XY 축의 변화는 물론이요, 기존의 사회적 규범을 해체하고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시키는 Z축의 변화까지 초래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변에 대변불관족(族)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지, 시대의 큰 변화를 보지 못한다고 해서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침에 하늘이 붉고 흐리면 오늘은 날이 궂겠다 하나니 너희가 날씨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표적은 분별할 수 없느냐”(마 16:3)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소위 영적인 대변불관족(族)에 대한 경고다. 이들의 뿌리는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기 전까지 먹고 마시고 장가가고 시집가다가 홍수가 나서 다 멸망당하기까지 깨닫지 못하던 사람들이다. 

대변불관의 고집이나 환경 속에서는 노아 시대의 인물들만 양산될 뿐, 시대의 판을 바꾸는 사고도, 인물도 키울 수 없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가속화된 4차 산업혁명의 급류와 하나님의 나라가 도전받고 있는 디지털 변혁의 시대에 교회는 성령으로, 생명 사역으로, 말씀의 절대적인 능력으로 세상을 견인해야 한다.

‘문샷’(moonshot)이란 말이 있다. 망원경으로 달을 보는 것에 만족할 때, 달에 가기 위해 달 탐사선을 만드는 발상을 말한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에, 그 당시의 가치관으로 보면, 수많은 아이들이 굶어 죽어 가고 있는데, 달나라에 우주선을 착륙시키는 발상은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문샷과 함께 통용되는 것이 ‘룬샷’(loonshot)이다. 누가 보기에도 정상이 아닌 듯한 발상이지만, 전쟁이나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끌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창의적 생각이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것이 룬샷이다. 

20세기 초에는 아무도 태평양 횡단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프로펠러 비행기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중국까지 14,000km를 날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모두가 포기했을 때, 팬암항공사의 후안 트립은 비행기가 중간에 기착할 수 있는 섬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은 섬이 바로 미드웨이, 웨이크, 괌이다. 

나중에 태평양 횡단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만들어졌고, 당시 B급 배우였던 험프리 보가트가 출연했다. 후안 트립의 세상을 바꾸는 생각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팬암항공사가 살고, 미드웨이, 웨이크, 괌이 살고 영화가 살고, 험프리 보가트가 살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한국 교회는 이전에 없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오늘의 교회적 위기 상황을 넘어 이 시대를 섬기기 위한 룬샷이 필요하다. 우리의 관심은 룬샷의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는 기막힌 아이디어 자체가 아니라, 이로 인해 함께하는 사람을 살리는 데 있다. 

모두가 한국 교회의 현실에만 주목할 때 한국 교회를 4차 산업혁명 너머로 안착시키고, 모두가 기독교에 적대적인 사회를 복음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길 때 룬샷으로 이 땅의 영적 판도를 뒤집기 위해서는 교회를 대변불관족의 서식처로 만드는 모든 상황과 사탄의 모든 계략을 몰아내야 할 것이다.

누구보다도 생명을 살리는 제자훈련 사역자와 훈련생들은 더욱 마땅히 대변불관(大變不觀)이 아니라 대변직관(大變直觀)으로 언제나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의 창조적 사역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