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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당신이 자녀에게 가장 물려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는 가정의 달이면 흔히 듣는 질문이면서, 모든 부모가 일생을 두고 풀어야 하는 인생 질문임에 분명하다. 아마도 성숙한 성도라면 답은 정해져 있다. “나는 신앙을 물려줄 것이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대개 가정예배를 제대로 드리고,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주일을 바르게 지키고, 헌금 생활의 본을 행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한 번 더 질문을 하려고 한다. 이렇게만 하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순풍에 돛을 단 듯이 자녀에게 신앙이 잘 이어지는가?
목회 40년 동안 신앙적으로 훌륭한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가 좋은 신앙을 물려받는 모습을 봤다. 그러나 때로는 부모의 신앙이 안타깝게도 자녀에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목도하면서, 부모가 좋은 신앙의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녀에게 좋은 신앙을 물려주려 할 때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은 무엇일까? 자녀가 부모로부터 보고 경험해야 하는 것은 신앙의 좋은 모습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은혜다. 부모는 자녀에게 신앙의 모습을 넘어 은혜를 전달해야 한다. 이것이 부모의 신앙을 자녀에게로 잇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자녀에게 좋은 신앙의 모습을 보이는 것과 은혜를 남기는 것은 얼핏 같아 보이지만 실상 같지 않다.
자녀와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는 것과 예배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에 사로잡히는 경험은 같지 않다. 십일조를 구별해서 드리는 것과 그 속에 하나님의 은혜를 담아 드리는 것은 같지 않다. 가정예배에서 말씀을 읽고 기도를 하는 것과 그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는 것은 같지 않다. 자녀가 봐야 하는 것은 부모가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며, 그 은혜를 진정으로 누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다.
부모로부터 이런 은혜를 경험하고, 그 은혜를 유산으로 받은 자녀가 부르는 찬송이 있다. “내가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될 때, 날 지탱하던 힘 다 사라질 때, 내 바라던 소망 다 허사가 될 때… 주 사랑 한없고, 주 은혜 끝없네 주 권능을 사람이 어찌 알까 내 주 예수 무한한 풍성함으로 넘치게 주시며 늘 더 주시네.”
은혜는 반드시 흘러야 한다. 고인 은혜는 더 이상 살리는 은혜가 될 수 없다. 믿음으로 구원받는 은혜에는 유효 기간이 없지만, 구원받은 이후 삶의 여정에서 누리는 은혜에는 유효 기간이 있다. 일상의 은혜에는 소위 “라떼는~”이라는 말이 있을 수 없다. 과거의 은혜가 오늘의 삶을 이끌 수 없다는 말이다.
가정마다 부모로부터 자격 없는 자에게 주시는 파격적이고도 과분한 호의에 감사하고 감격하는 은혜가 넘치고, 그 은혜가 자녀에게 누수 없이 전달되는 5월이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예수 믿는 자녀가 험한 세상에서 상하고 넘어지고 심지어 꺾일 때에도 다시 일어서며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