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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2000년 초, 주간지 뒷면에 초록색의 네모난 박스 광고가 있었다. 당시 몇 번이나 눈길이 갔지만, 그것이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를 좌지우지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한국 교회는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3차 산업혁명에서 뒤쳐졌고, 그 결과 반기독교적인 문화와 정서에 제대로 맞서지 못했다. 또 인터넷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영향력으로부터 자녀 세대를 신앙으로 보호하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다 판이 다시 크게 바뀌고 있다. 사회 변화의 주도권이 인간으로부터 기술로 넘어가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인공 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이 서로 연결되고 융합하면서 인터넷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혁명적 기술이 정치, 사회, 경제 시스템의 변화를 이끄는 시대가 도래했다. 교회가 복음 전파와 구원의 문을 더 크게 열기 위해서는 3차 산업혁명 시대에 보였던 안타까움을 결코 반복해서는 안 된다.
작금의 인터넷이 주도했던 세상은 부정적인 면에서 볼 때 사물을 지능화하고 가상의 세계를 현실화시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비하면 오히려 평면적이며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할지 모른다. 예를 들면, 1980~1990년대는 소수의 사람들만 접근이 가능했던 음란물이 2000년대에는 인터넷상에서 초등학생에게조차 그 문이 열렸으며, 이제 가상현실을 통해 실제처럼 보고 만지며 느끼는 시대가 도래할 텐데, 무슨 수로 젊은이와 자녀 세대의 신앙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단 말인가? 뿐만 아니라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해 더욱 실감 나게 거짓을 진리처럼 선전하고 세뇌하며 미혹하는 무신론적인 교육과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어떻게 주님의 몸 된 교회와 성도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이런 시대에 자칫 목회자는 초대 교회 당시 교회를 흔들었던 영지주의의 21세기판 덫에 걸릴 수 있다. 세상이 첨단 기술을 통해 무신론적 사고를 확산시키는 도구로 오용하고 몸집을 키울수록 교회는 세상의 중력을 피하는 쉬운 방법으로 사람들을 영적 차원으로만 향하도록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교회는 세상과 분리되고, 복음의 선한 영향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런 위기의 때에 우리는 교회의 제사장적 책임과 성육신적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교인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길은 사역자와 순장을 비롯한 교회 지도자들이 선지자적 비판을 넘어 백성의 죄를 대신해 자신을 드렸던 제사장적 책임을 갖고, 목자의 심정으로 교인과 순원들을 살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교회가 세상과 유리되지 않고, 세상 속에서 복음의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죄인들의 친구가 돼 자신의 몸을 내어놓았던 예수님처럼, 우리의 몸이 성육신적 교회의 터전이 돼 삶의 현장에서 섬김과 헌신의 도구가 돼야 한다. 제자훈련은 이를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