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7년 07월

믿음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세상에서 가장 큰 보폭을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목회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목회자는 언제나 한쪽 발은 믿음의 꿈 위에, 그리고 다른 한쪽 발은 차가운 현실 위에 서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목회자가 큰 보폭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믿음의 꿈과 현실이 거의 맞닿은 경우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양자 사이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먼 경우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하나님의 우주적 계획 속에서 복음의 씨앗으로 파종돼 풍성한 열매를 맺느냐는 것이다.
나는 사랑의교회에 부임하면서부터 ‘복음의 서진’을 이야기했다. 한국 교회가 유럽 교회의 쇠퇴를 막고, 복음의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적지 않은 사람이 이것을 사역의 명분을 위한 구호로 이해했다. 영국 시골의 웨스트 신학교와 손을 잡고 유럽의 복음적 신학교를 다시 살리자고 했을 때, 불과 역사가 130년밖에 되지 않은 한국 교회가 천년 이상의 교회 역사와 문화를 가진 서구의 신학교를 돕는 것 자체를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겼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슬람에 잠식되고 있는 유럽을 살리기 위해 영국의 시골에서부터 유럽 전역에 이르기까지 1,000개의 교회를 개척하는 꿈을 이야기했을 때도 도무지 이루지 못할 헛된 꿈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초에 교회 창립 39주년을 맞아 ‘G’LOVE 선교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유럽 교회 현지 지도자들도 함께했다. 현재 50개 정도의 교회가 개척됐고, 그중 36명의 개척 교회 목사님들이 모여서 함께 예배하고, 함께 복음의 꿈을 꾸면서, 어떻게 하나님의 역사와 복음의 서진이 사역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열매 맺고 있는지 확인했다. 130여 년 전, 선교 수혜국이었던 한국 교회가 이제 무너지고 있는 유럽 교회를 다시 일으키며 길을 열어 주는 교두보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다.
믿음의 꿈이 몽상과 다른 결정적인 차이는 ‘누가 주어가 되느냐’ 하는 것이다. 아무리 그럴 듯하게 꿈을 믿음으로 포장한다고 해도, 그 꿈의 주체와 주어가 하나님이 아니라 목회자 자신이라면 그것을 믿음의 꿈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나는 내가 꿈꾸는 그 꿈의 주어가 내가 될까 조심하고 늘 긴장하게 된다.
믿음의 꿈과 현실은 사역의 두 기둥이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중심을 잃은 배처럼 목적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침몰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디디면서도 믿음의 꿈을 튼실하게 움켜쥔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그것은 엘리야가 손만 한 작은 구름을 구하기 위해 갈멜 산 꼭대기에서 땅에 꿇어 엎드려 얼굴을 무릎 사이에 넣고 일곱 번이나 간절히 기도했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차가운 땅바닥 위에 무릎을 꿇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중에서도 낙망하지 않고 기도하면서 하나님만이 비를 주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조각 구름을 구하는 것은 믿음의 꿈이다.
이번 여름은 사역자들이 보폭을 넓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역지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믿음의 꿈이 영글기를 소망한다. 하나님이 주어가 되기만 한다면, 그 꿈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