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그날* 이전에 사람들은 세속의 힘이 너무도 커서 힘을 다해 맞선다 해도, 이기는 것은 요원(遼遠)하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전에 사람들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지 않은 한국도 머지않아 드센 세속의 파고에 무너질 것이며, 한국에서 수십 개의 교단으로 나눠진 기독교가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더 이상 불가(不可)하다고 생각했다.
세속의 거대한 힘이 세상을 휩쓸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 반세기에 걸쳐 서구를 집어삼켰던 동성애를 비롯한 젠더(gender)의 파괴는 우리 사회에 “포괄적 차별 금지법”이라는 엄청난 문화적 실체로 뿌리내렸고, 세상은 이를 당연시하며 기독교를 조롱하고 조소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사람들은 다시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이 나라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고 수호할 수 있음을, 한국교회에서 시작된 조각구름이 전 세계의 동성애와 무신론의 광풍에 맞서 거룩한 역전의 큰비가 될 수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여전히 교회 안팎에서 냉소와 비판의 소리가 들린다. 한 걸음을 떼면 숨은 듯 다시 나타나는 무수히 많은 장애물이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말이 아니라 능력으로 세워지는 곳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미사여구나 상식이 아니라, 물 떠온 하인의 헌신 위에 쌓이는 곳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믿음을 가진 약한 자가 기어코 천을 이루고 강국을 이루는 곳이다.
10·27은 다음 세대가 다시 복음의 초석 위에 세워지는 골든타임이었고,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은 기적의 시간이었다. 10·27은 믿음의 젊은 세대가 성경적 진리를 붙잡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대각성의 현장이었다. 후세는 10·27을 이 나라가 세속의 거센 물결에 맞서 거룩한 역전을 이룬 한국교회의 분수령으로 기억하리라 믿는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 된 지체로서, ‘너 없으면 나 없고, 나 없으면 너 없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6시간씩 버스를 타고 완도와 거제도, 제주도에서, 나라의 땅끝에서부터 달려와 온 세대가 한마음으로 시청과 광화문, 서울역과 여의도에 모였다.
구부러진 허리로 지팡이를 쥐고 오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계셨고, 유모차를 타고 온 어린아이도 있었다. 여러 형편 가운데서도 ‘나 한 명이라도 더’라는 마음으로 참석해 주신 모든 교회와 성도 한 분 한 분이 복음의 거룩한 역전이 시작된 10·27의 역사이다.
다시 꿈을 꾸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종대왕 때 ‘집현전’이 있으므로 작지만 강한 나라, 강소국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이제 앞으로 나라를 새롭게 하는 ‘영적 집현전’과 같은 씽크 탱크가 설립돼 복음의 눈으로 시세(時世)를 읽는 기독 청년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 인재들도 함께 참여하는 플랫폼을 세울 수 있도록 힘을 다할 것이다.
선한 목자 되신 주님께서 이번 10·27에 부르짖은 200만 성도들의 기도 때문에 이 민족을 더 큰 선교의 나라로 세우시고, 쇠락해 가는 서구 교회가 다시 복음으로 일어서게 하는 거룩한 디딤돌의 사명에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한국교회를 사용해 주시기를 엎드려 기도한다. 10·27 그날 이후 시작된 거룩한 역전은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와 이 민족이 살길을 열어 주신 성탄의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