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25년 01월

2025년에 소원하는 ‘박수 쳐 주는 인생’

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지난 40여 년의 목회 기간 동안 교회 안팎으로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러면서 인생길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어떤 모습이며, 동시에 내가 그런 사람이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나누고자 한다.

첫 번째는 에너지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주는 사람, 만남 후에 뭔지 모르지만 나를 일어서게 하는 사람이다. 두 번째는 어둠을 탓하지 않고, 어둠을 밝히는 사람, 험한 인생길에서 지혜의 불빛을 들고 세상을 밝히는 사람이다. 세 번째는 열 정탐꾼처럼 사실 보고가 아니라, 여호수아와 갈렙처럼 ‘믿음 보고’를 하는 사람, 역사의 상선(上線)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보는 사람이다. 네 번째는 ‘아직 최선은 오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거룩한 소망으로 설레고 꿈꾸는 사람, 죽음의 순간을 삶의 클라이맥스로 준비하는 사람이다. 이 네 가지 통찰은 하나님과 함께 울고 웃었던 지난(至難)한 사역 동안 담금질 되고 고아진 목회적 결정체이다.

위 내용들을 하나로 압축하면 나오는 삶이 있다. 바로 다른 사람의 성공에 진심으로 ‘박수 쳐 주는 인생’이다. 언뜻 당연하고 쉬워 보이지만, 당사자가 없을 때조차 한결같이 진심으로 박수 치는 것은 쉽지 않다. 나아가 여러모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누군가가 성공했을 때 박수를 치는 것은 수치와 효율, 인과(因果)를 중시하는 현실에서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민족의 혈관에 DNA처럼 흐르는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더러 강단 위에서도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을 비판하거나, 혹은 청중이 다 아는 방식으로 아름다운 말로써 희화화(戱畵化)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된 것이 있다. 진리를 독점하는 사람들이다. 말은 논리적으로 그럴듯하게 하고, 심지어 깊은 공감마저 불러일으킬지 모르나, 그 속에는 공로 의식에 붙잡혀 청중의 영혼을 베어 내는 섬뜩한 칼날이 숨겨져 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을 질시해 자신과 이웃을 망치는 이 민족의 고질적인 병을 치유할 수 있을까? 서두에 언급한 우리가 인생길에서 만나야 하는 사람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성공에 박수 쳐 주는 사람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들의 혈관 속에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읍하는 은혜 의식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다른 사람의 성공에 진정으로 박수 치기 위해서는 가인의 본성을 지닌 우리의 마음을 은혜 의식이라는 쟁기로 완전히 뒤집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교회에 십 년, 이십 년을 다녀도 공로 의식으로 돌같이 굳어 버린 마음으로는 다른 사람의 성공에 진심으로 박수 쳐 주는 걸음을 걸을 수 없다.

새해에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날마다, 주일마다 은혜 의식의 쟁기로 경작돼 이웃의 성공에 진심으로 박수 쳐 주는 인생으로 한 차원 올라서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그래야 한국교회가 세계를 품는 용량으로 키워져 복음의 힘찬 깃발을 들고 세계 교회를 견인하며, 남북통일의 비전을 품고 세계 선교의 마무리를 이끌 수 있지 않겠는가?

 “선한 목자 되시는 주님, 우리 안에 오염된 공로 의식을, 보혈의 은혜와 예수님의 ‘목자의 심정’으로 말끔히 씻어 내고, 은혜 의식만 가득 자리 잡게 하여 주옵소서.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비교 의식을 버리고,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지체 의식을 갖게 하사, 한국교회와 주님의 자녀들이 서로에게 박수 쳐 주는 행복하고 기쁜 2025년이 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