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09년 03월

EPIC 문화와 교회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커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기호식품으로 하루 약 25억 잔이 소비된다. 1896년 고종 황제가 공식적으로 처음 커피를 접한 한국은 이제 커피 소비량 세계 11위가 되었다. 미군 PX에서 흘러나오던 인스턴트커피가 정식으로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다방이라는 곳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었다. 문인들이 단골다방에 모여 문학과 철학을 토론하는 문화의 첨병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60년대에는 건축 붐과 함께 많은 휴식공간들이 마련되고 다방은 휴식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80년대 말 이후에는 커피숍이라는 이름의 장소에서 원두커피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를 잡았고, 설탕과 크림을 뺀 블랙커피를 유행시켰다. 1999년 이대 앞에 1호점을 낸 스타벅스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일반화시켰고, 새로운 감성문화를 대표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커피뿐만 아니라 고급스런 분위기 속에서 여유와 감성을 소비한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다. 젊은이들은 이곳에 노트북을 가져와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독서의 여유를 즐겼고, 편안하게 자기만의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미래학자이자 강연가로 알려진 레너드 스윗은 이러한 커피 문화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어 신선한 도전을 주고 있다. 그는 이곳의 문화를 네 가지 단어로 분석했다. 경험(Experience), 참여(Participation), 이미지(Image), 관계(Connection). 이 네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EPIC이라고 정리했다. 그가 말한 에픽의 요소를 가지고 우리 교회를 정리해보자.
경험과 참여.이들이 제공하는 것은 원가 오백 원도 안 되는 커피 한 잔의 상품이 아니다.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관계라는 가치에 투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고급 감성문화를 경험하기 위해서 비싼 돈을 투자하며 줄을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커피 한 잔 주세요”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다. 주문하는 사람은 이곳에서만 사용하는 전문용어를 가지고 주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 새로운 문화를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미지와 관계. 스타벅스는 세계 어디를 가도 동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회사의 사명과 그들만의 독특함을 담은 녹색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깊이 새겨져 있다. 또한 그저 단순히 커피 장사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관심을 쏟는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관계를 제공하는 매개체이다.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적당하지 않았던 한국 문화에서는 이곳이 제공하는 편안하고 안락한 만남의 자리가 큰 의미를 갖는다.
 이제 우리 교회를 살펴보자. 사람들은 교회에 와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까?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들은 선포되는 말씀을 통해 자신의 삶에 변화를 경험하고 있을까? 혹시 자신에게 구체적으로 와 닿지도 않는 추상적인 교리로 가득 찬 설교로 머리를 쥐어뜯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 교회 성도들은 예배에 대한 기대와 사모함으로 교회 문을 넘어서고 있을까? 그리고 죄 사함의 기쁨과 말씀의 은혜를 가슴에 담고 환한 얼굴로 예배당을 나설까?
우리 교회 성도들은 우리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비전으로 함께 꿈을 꾸고 있을까? 혹시 교회에서 제시하는 비전을 목사님 한 분만의 개인적인 야망쯤으로 치부하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 교회는 성도들에게 함께 참여하고 사역할 수 있도록 도전하며 문을 열어놓고 있는가?
얼마 전에 기윤실에서 조사한 한국 교회 신뢰도에서 기독교에 대한 호감도는 18.4%였다. 불신한다는 쪽은 48.3%에 이르렀다. 이것이 오늘 교회의 이미지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회 지도자들이 인격적이고 윤리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교회를 운영하는 방식이 변해야 된다고 꼬집었다. 교회성장주의에서 벗어나 봉사와 구제에 열심을 내야 교회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가족이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관계로 뭉쳐진 공동체이다. 속 깊은 이야기를 내어놓을 수 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아픔과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는 열린 대화의 공동체가 교회다. 교회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가족이다. 우리 교회는 영적 가족의 따뜻한 품을 제공하고 있는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변함없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진정한 변화를 경험케 하는 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