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요즘은 SNS가 대세라고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시간이 나면 페이스북에 들어간다. 컴퓨터를 켜고 페이스북에 들어갈 때마다 컴퓨터가 질문을 한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한두 번도 아니고 페이스북에 들어갈 때마다 이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 앞에 서면 넋 놓고 있던 사람도 생각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고해성사하는 것처럼 비밀스런 생각까지도 여기에 풀어놓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제자훈련을 하면서 훈련생들은 수많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훈련 교재 자체가 대부분 귀납적으로 생각하도록 돕는 질문으로 가득하다. 질문을 몇 개 던져놓고 빈칸으로 훈련생의 답을 기다린다. 우리는 대개 누군가 말하고 나머지는 앉아서 듣거나 받아적는 형태의 교육을 받아왔다. 일방통행식에 익숙하다. 그런데 제자훈련 시간에는 늘 대화를 요구한다.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한다. 질문 앞에 서면 생각을 해야 한다. 처음 제자훈련에 들어가면 이게 껄끄럽고 부담스럽다.
제자훈련은 지금까지 그냥 받아서 내 것처럼 당연하게 믿고 살아왔던 믿음의 내용을 들춰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덮어놓고 믿었던 사실에 대해 다시 검토하며 생각하게 만든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 즉 생각을 새롭게 함으로 세상의 유행을 따라 살지 않고 변화 받은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 제자훈련이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교회가 새롭게 제자훈련반을 꾸린다.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제자훈련에 임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지도자의 성경 지식이나 뽐내는 성경공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신앙인으로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성경 지식을 머릿속에 부어 넣고 세뇌시키려는 지도자가 많다.
제자훈련은 생각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종교적인 분위기 속에 무심코 살아가는 종교인을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신앙인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제자훈련을 했는데도 변화를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를 파헤쳐보면, 생각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방적인 가르침에 원인이 있다. 단순히 어떤 교리 하나 가르친다고 사람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성경적 진리 앞에서 자신의 생각과 삶을 들여다보도록 도와줘야 한다. 유교와 불교, 샤머니즘의 오랜 전통과 문화 속에 찌들어 있는 생각을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바꿔가도록 도와야 한다.
제자훈련은 성경적 관점으로 우리의 현실을 보도록 돕는 과정이다. 그래서 훈련을 받을 때 오른손에는 성경을, 왼손에는 신문을 든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슈에 대해 성경적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 신문은 읽지 않고 성경만 다루면 이원론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성경은 외우다시피 하면서도 삶은 지극히 세속적인 사람들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제자훈련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의 행동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묻는다. 하나님의 명령 앞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묻는다. 순종을 요구하는 것이다.
김세윤 박사가 『구원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믿음에 윤리를 내포하지 않은 것이 한국 교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믿음으로 의인이 되고, 하나님께 의존하고 순종하는 올바른 관계에 들어가서, 하나님의 능력과 자원으로 살게 되는 실재(reality)를 말한다. 하나님께 의존하는 것은 곧 순종으로 표현된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윤리가 실종된 믿음은 거짓이고 미신이고 종교일 뿐이다.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하게 만들고, 삶으로 순종하도록 돕는 제자훈련인지 점검해 보라. 종교인이 아닌 신앙인의 자리에 서도록 돕는 제자훈련인가? 생각의 변화가 구체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