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일본 제자훈련은 수년 동안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많은 일본 목회자가 제자훈련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상황이었다. 일본 내 제자훈련의 전도사처럼 널리 알려진 몇몇 지도자들의 추문으로 인해 마치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일본 교회의 제자훈련이 무너져 내렸다.
故 옥한흠 목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본의 제자훈련 상황을 점검하며 안타까워했다. 지금까지 일본 열도에 심혈을 기울여 쏟아부은 모든 노력이 무너져 내리고 물거품이 되는 것을 보면서 가슴앓이를 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지난해 9월 초 故 은보 옥한흠 목사의 1주기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 교회 제자훈련 동역자 십여 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때의 모임이 작은 불씨가 되어 제자훈련 사역자들이 마음을 모으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삿포로에서 목회하는 시타미치 마사미 목사는 제자 삼으라는 명령이 어떤 한 사람의 가르침이 아니라 성경의 가르침이기에 하나님으로부터 온 명령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 열매로 이번에 홋카이도의 도야호에서 ‘일본의 제자훈련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모였다. 일본 교회의 제자훈련 사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에 참석한 30여 명의 일본 목회자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뜨겁게 토론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목소리 높여 기도했다. 이들의 모습 속에서 제자훈련의 씨앗이 잿더미 속에서도 계속해서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 함께 나눈 대화를 통해 일본 제자훈련의 회복을 위한 숙제를 정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왜곡되어온 제자훈련의 잘못된 그림을 내려놓고 온전한 제자훈련의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제자훈련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을 지배하거나 조종하려고 하는 영적 학대(Spiritual Abuse)가 아니다. 제자훈련이 지도자의 사심이나 야망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본의 제자훈련을 위해서는 이렇게 왜곡된 제자훈련의 틀을 깨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제자훈련을 늘 기초양육의 수준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 교회는 훈련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꺼려서 제자양육이라는 말로 대치하고 싶어했다. 큐티하는 수준에 만족하고 그 이상에 관심을 갖지 못했다. 제자훈련을 수료한 뒤에도 사역을 맡기지 않았다. 지도자를 세워가는 일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제는 양육의 수준을 넘어서 훈련하는 일에 헌신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과나무의 진정한 열매는 사과열매가 아니다. 열매 속에 있는 씨앗이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자라나는 또 다른 사과나무가 진정한 열매다. 진정한 리더십은 지도자가 그 자리를 떠날 때 비로소 평가된다는 말이 있다. 사도 바울도 자신이 키운 디모데에게 충성된 사람들 선택해서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세울 수 있도록 가르치라고 부탁했다. 믿음의 다음 세대를 키우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육의 단계를 넘어서 지도자로 세워가는 훈련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서 얻은 수확 중 하나는 잿더미와 같은 일본 교회 안에 튼실한 제자훈련의 모델을 발견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 목회자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새롭게 재건된 제자훈련의 네트워크를 통해 매년 컨벤션으로 모이게 될 것이다. 큐티 잡지 <날마다 솟는 샘물>도 곧 일본어 판으로 출간될 것이다. 이 일을 위해 함께 섬길 동역자들의 헌신과 기도가 필요하다. 하나님께서 일본 교회 안에 이루실 일들을 소망 가운데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