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2년 04월

잔인한 사월에 부활을 노래하다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T. S.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에 나오는 글귀다. 사월이 잔인한 이유는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꽃을 피워야 하기 때문이다. 꽃을 피우려면 땅속에 내린 뿌리를 통해 자양분을 끌어올리는 수고를 해야 하는데 그게 싫기 때문이다. 겨우내 움츠러들어 살아가던 습관과 타성을 깨고 움직이는 것이 싫어 오히려 겨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월이 잔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봄의 화사한 꽃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사월은 기대와 설렘의 계절이다. 차갑고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새봄은 추운 과거보다는 따뜻한 미래를 내다보며 소망을 갖게 만든다. 죽은 것만 같았던 나무에 움이 트고 연녹색 이파리가 돋아나고, 결국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봄꽃으로 세상을 수놓는 봄은 부활의 계절이다.
똑같은 사건을 보고 똑같은 계절을 맞이하는데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느낌은 전혀 다르다. 한쪽은 변화를 두려워하여 불안과 두려움으로 사월을 맞이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은 부활을 찬송하며 기대와 설렘 속에 사월을 맞이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봄을 맞이하면서 교회마다 하나님의 사람을 세워가기 위해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제자훈련을 받기 위해 찾아온 새로운 얼굴들을 대하며 훈련이 시작된다. 작은 교회라고 불리는 구역이나 목장, 다락방과 같은 소그룹에서도 새롭게 만난 얼굴들을 대하기 마련이다. 이들과 함께 영적 순례의 길을 떠나는 사람들도 두 가지 마음으로 갈린다. 성령님께서 이루실 일들을 기대하는 설렘이 있는가 하면, 과연 내가 이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 염려와 두려움도 있다.
새롭게 사역을 시작하는 새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들을 내다보며 가지는 설렘의 마음일 것이다. 함께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서서 귀를 기울일 때 우리의 인격과 삶에 일으키실 아름다운 변화의 역사를 소망 가운데 기대하는 설렘 말이다. 이러한 설렘에는 우리의 연약함으로 인한 약간의 두려움이 동반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약함을 뛰어넘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믿고 나아갈 때 비로소 설렘이 있다.
해보지 않던 일을 시도하는 것은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다. 제자훈련이나 다락방을 인도하는 지도자들에게만 두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참여하는 훈련생이나 순원에게도 두려움이 존재한다.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열어 보여줘야 하는 두려움, 익숙하지 않은 주제의 책을 읽고 논리 있게 말해야 하는 두려움, 무엇보다도 말씀에 따라 내 삶의 패턴을 바꿔가야 한다는 두려움. 이러한 두려움은 우리로 하여금 움츠러들게 만들고 소극적으로 사역에 임하도록 만든다.
예레미야가 전한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렘 29:11)”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아는 자들은 우리의 약함과 문제를 끌어안고 하나님께 나아가 온 마음으로 부르짖고 기도한다. 그럴 때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는 잔인한 4월, 지금은 잔인한 사월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새봄의 화사한 꽃을 소망하면서 엑셀러레이터을 밟아야 할 때이다. 마치 태양의 화가 반 고흐가 해바라기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노란색을 이글거리는 태양으로 묘사한 것처럼,  우리의 사역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루실 멋진 결과를 기대하면서 강렬한 붓 터치로 사역에 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