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질문공세로 쩔쩔맨 경험이 있을 것이다. 4살짜리 아이가 엄마에게 하루 동안 하는 질문이 평균 300회라고 한다.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백 번씩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런 아이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하다가 지친 부모들은 윽박지르거나, 아이들의 관심을 돌려놓기 위해 비디오를 틀어주고 만다.
이렇게 자라는 아이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질문을 잊어버린다. 어릴 때부터 질문을 봉쇄당하는 환경 속에서 자란데다, 족집게 과외선생을 통해서 시험에 나올 핵심문제만 머릿속에 쏟아 붓는 특혜를 누리던 아이들에게 질문의 습관이 자리 잡혔을 리 없다. 이렇게 자라난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면 하루 동안에 하는 질문이 고작 20회로 줄어든다고 한다.
잃어버린 질문을 되찾아야 한다. 제자훈련이나 멘토링, 코칭을 하는 지도자라면 누구나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적절한 질문은 사역에 훌륭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좋은 지도자는 자신의 경험이나 해답을 일방적으로 늘어놓지 않는다. 상대방의 경험, 관심, 흥미, 필요를 끄집어내어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만나게 한다. 질문이라는 매우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서 그 메시지가 가슴 깊이 남도록 만들어야 한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 박사는 어렸을 때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질문을 평생 동안 기억하며 살았다고 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너는 무엇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느냐?”고 질문했다. 아이들이 대답을 못하자 선생님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대답하지 못해도 괜찮다. 하지만 나이 오십이 되어서도 대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너희가 삶을 낭비했다는 뜻이란다.”
질문의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 필요하다. 삶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질문을 연습해서 자신의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 성경공부를 인도할 때에는 본문의 핵심과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깨달은 진리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비추어볼 수 있도록 돕는 질문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학교, 교회 등에서 정확한 해답을 찾는 일에 집중해왔다. 그러다 보니 생각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지 못하고 이것이 정답이냐 아니냐에 매달려온 것이다. 그리고 내가 확신하는 바로 그 정답을 상대방에게 주입하려고 애를 써왔다. 현대인은 남이 발견한 정답과 규정한 도그마를 자신에게 강요당하는 것을 혐오한다.
하지만 질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무는 힘이 있다. 어떻게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과의 거리가 1km가 될 수도 있고 1m가 될 수도 있다. 솔직하게 묻는 질문과 질문에 대해 진실되게 대답하는 진정성이 있을 때 두 사람의 관계는 강화된다.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관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믿고 있는 진리를 주입하고 강요하기보다는 질문을 통해 말씀 앞에 다가앉게 하고, 말씀의 의미를 고민하게 해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이게 빠른 길이다.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다.
또한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의 태도도 중요하다. 동시에 상대방이 한 말을 자신의 말로 요약해서 피드백하는 것도 필요하다. 맞장구치는 습관, 즉 고개를 끄덕거리며 상대방의 말을 잘 받아주는 행동은 질문의 힘을 상승시킨다. 마치 포수가 투수의 공을 받을 때 미트에 공이 들어오는 소리를 좋게 내주면 투수가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 질문은 힘이 있다. 질문을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질문을 하는 사람의 사고도 자극한다. 질문은 마음을 열도록 만든다. 자신의 생각, 관점, 느낌, 의견을 물어보는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낸다. 질문은 귀 기울여 경청하도록 만든다. 질문은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준다. 편견을 깨뜨려 진리를 추구하게 돕는다. 삶에서 경험하는 많은 사건들의 의미를 찾아가도록 돕는다. 질문의 힘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제자 삼는 사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