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3년 10월

제자훈련 실패론에 대하여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매년 가을 학기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교회와 제자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선택 강의가 개설되었다. 해마다 40여 명이 수강했다. 그런데 올해는 5명이 수강신청을 하고, 수업시간에는 달랑 3명만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폐강되었다. 왜 갑자기 이런 사태가 되었는지 궁금해서 학생들에게 알아봤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강의시간마다 시간을 할애해 사랑의교회 사태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야기 속에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은 실패했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랑의교회 사태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왜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이 실패했다고 생각할까? 제자훈련 현장이 어디 사랑의교회 하나뿐인가? 전국 곳곳마다 제자훈련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한 수많은 교회들을 그들은 왜 외면하는가? 하지만 이런 생각은 너무 안일한 판단이다. 사랑의교회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작년, 총신대 신학대학원은 해마다 응시자가 줄어드는 원인에 대해 논의했다. 입시개선 위원회에서 올 3월 재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응시생이 감소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 두 항목 있었다. ‘주변에서 총신대 신대원 진학을 고려하다가 타 신학교로 진학한 사례가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응답자 1,211명 중 688명(56.8%)이 “합동 교단 지도자들의 실추된 모습 때문”이라고 답했다.
‘총신대 신대원 응시자가 감소하는 가장 큰 요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같은 답변이 나왔다. “교단 지도자들의 실추된 모습 때문에 합동 교단을 기피한다”(598명, 50.1%)는 것이다. 목회자의 비윤리성으로 촉발된 합동 교단의 추락이 총신대 신대원의 지원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식을 가지고 있는 젊은 신학도들에게 제자훈련의 산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의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가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제자훈련의 목적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인격적 변화에 있다고 강조해 온 사랑의교회가 이제는 더 이상 제자도를 말할 수 없는 도덕성의 상실에 직면하고 있다.
거짓으로 자기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제자도를 가르칠 수는 없다. 도덕적으로 땅에 떨어진 인격을 가지고 ‘인격적 성령운동’을 소리높여 외친들 누가 소리를 듣겠는가?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잘못을 합리화하는 것은 정말 망하는 길이다. 철저하고도 진정성 있는 회개만이 살 길이다. 일제시대에 신사참배를 했던 사람들이 둘러댄 이유가 교회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교회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구차한 변명으로 입막음해서는 모두가 망한다.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은 과연 실패했는가? 아니다. 제자훈련으로 건강하게 세워져 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수많은 목회현장이 그 열매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제자훈련에 대한 심각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회의 본질보다 외형적 성장에 무게 중심을 두다가 결국은 본질마저 훼손해 온 우리의 잘못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본질이 무엇인가? 한 영혼에 생명을 거는 목자의 심정으로 목회하는 것이다. 외형적 성장이 주는 달콤함에 빠져서는 그 목자의 심정을 간직할 수 없다. 제자훈련이 더 이상 성장 지상주의와 개 교회 이기주의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목회자의 야망을 채우는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된다. 구호만 난무하고 제대로 평신도를 깨우지 못한 우리의 목회현실을 되돌아봐야 한다. 그 후 철저한 반성 위에 제자훈련 2.0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제자훈련은 사랑의교회의 독점물이 아니다.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도 하나의 지역 교회가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도폭발 임상훈련이 다양한 목회현장에서 개최되는 것은 본받아야 할 좋은 모델이다. 각 지역에서 튼실하게 자리 잡고 검증된 제자훈련 현장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제자훈련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가서 제자 삼으라’는 주님의 명령에 온전하게 반응하기를 소원하는 모든 교회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풀뿌리 제자훈련의 현장을 통해 제자훈련을 왜,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