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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소그룹 리더, 소위 순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순장이 흔들리면 교회가 흔들리고, 순장이 든든히 서면, 교회는 삼각파도도 능히 이겨 낼 수 있다.
예전에 남가주사랑의교회에 있을 때, 8개월 동안 안식년을 가진 적이 있다. 담임목사가 물리적으로 장기간 교회를 비우는 것은 큰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감히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제자훈련으로 세워진 순장들을 믿었기 때문이다. 후에 교회에 돌아왔을 때, 교회가 든든히 서 있는 것을 보며 순장이 목회 현장의 첨병으로서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절감했다.
그렇다면 순장이 다락방을 인도하고, 순원들의 영적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풍부한 성경 지식도 필요하고, 사랑의 섬김도 필요하다. 그런데 오랫동안 순장들을 지켜보며 깨달은 것은 순장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영권(靈權)이라는 것이다. 순장이 다락방에서 성경 지식을 잘 전달한다고 해서 순원들이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순장의 성경 지식이 좀 부족해도, 순원들을 뜨겁게 사랑으로 섬기는 다락방에 변화가 있다.
그런데 가장 큰 변화가 있는 다락방은 순장에게 영권이 있는 경우다. 순장의 영권이란 성령의 기름부음이 있는 말씀을 전하고, 기도로 순원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아픔을 감싸고, 고통을 함께하는 위로부터 임하는 권세다. 이런 순장이 있는 다락방은 순원들의 삶에 죄가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순장 재교육은 어떻게든 순장들이 위로부터 임하는 능력을 경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함께 기도할 때, 심령이 찔림이 있는 기도, 환경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소망의 빛을 보는 기도를 할 수 있다. 영권을 가진 순장은 말씀을 나눌 때도 듣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를 위해 사랑의교회는 순장들과 함께 금식하며 기도하는 일에 보다 우선순위를 두려고 한다. 안디옥교회는 바울과 바나바를 파송하기 전에 함께 금식하며 기도했다. 순장은 교회가 교구의 신자들을 돌보기 위해 파송한 지역 선교사라고 할 수 있다. 순장들이 진정으로 말씀과 기도 속에서 기름부음이 있기 위해서는 하나님 앞에 진심으로 자신의 무력함을 드러내며 하나님만 바라는 것을 체질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영적 도구가 금식기도다. 올바른 금식기도는 우리의 거만한 심령에 거룩한 상처를 내는 작업이요, 주님께서 원하시는 새로운 체질로 바꾸는 경건한 훈련이다.
교회 리더들 중에서 지식이 있으면 실천력이 없고, 실천력이 있으면 전체를 보는 눈이 부족한 안타까운 경우를 적지 않게 봤다. 순장직을 제대로 행하기 위해서는 실천력과 빅 픽처(Big Picture)를 동시에 가져야 한다. 금식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심정에 눈이 열리면 이 둘의 간격을 극복하는 길도 열릴 것이다. 다락방은 영권이 있어야 산다. 이는 리더 자신의 전적인 무력함을 드러내고, 그 빈 마음에 온전히 하나님 한 분만으로 채울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