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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기독교 교회는 끝났으며, 기독교 신앙은 위대한 역사박물관으로 가고 있는가?” 이는 오스 기니스의 저서 《르네상스》 서두에 나오는 질문이다. 당신은 이 질문에 대해 무엇이라고 대답하겠는가?
서두의 질문은 유럽 교회의 비참한 몰락을 연상시키며 한국 교회의 미래에 대해 무서운 기시감(旣視感, 데자뷔)을 준다. 스치는 곳마다 신앙적 폐허의 상흔을 남기는 세속화의 광풍을 막을 수 없다는 무력감이 기독교계에 깔려 있다. 그 결과 교회는 자신만의 성을 쌓고, 교인들은 이 땅에서 그저 안전하게 살다가 천국에 갈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일제 강점기를 비롯해 한국 전쟁 이후 극심한 가난으로 생존 자체가 어려웠던 시절, 천국의 소망은 성도들이 살아갈 수 있는 귀중한 자양분이 됐고, 삶의 고달픔 속에서도 심령의 평안함 속에서 잠자리에 들게 했다.
예수님의 재림을 기대하며, 인생의 모든 눈물을 그치게 하는 하늘나라를 꿈꾸는 것은 기독교의 중추적 뼈대요, 이 땅에서 기독교인만이 누리는 삶의 희열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모든 신앙인에게 더욱 고취돼야 하고 강화돼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천국의 소망이 세속화라는 참혹한 현실을 피하는 뒷문이 돼서는 안 된다. 천국의 소망은 치명적인 세속화를 피하는 출구가 아니라, 순교적 영성으로 세속화를 강력하게 대적하는 전투적 신앙과 전투적 교회의 토대가 돼야 한다.
세속화 문제의 해결은 현시대에 대한 정확하고 정밀한 이해도와 깊이 연결돼 있다. 시간과 공간의 축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전통적인 선형적 시간(Linear Time)은 사라지고, 미래의 결과를 예측해 바꾸고 조작하는 비선형적 시간대의 사회로 본격적인 진입을 한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이의 질병 유전자를 제거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인간이 초인공지능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바꿀 수 있으며, 생명을 조작하는 초권력을 가질수록 무신론적 세속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시대에 교회는 어떻게 그 고삐를 틀어쥘 것인가?
천국의 소망을 순교적 영성의 동력으로 삼아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스라엘 백성의 가나안 정복 과정은 세속 문화를 대하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산 교과서다. 이스라엘은 우상과 쾌락으로 넘쳐흘렀던 가나안 땅에 적극적으로 침투해 전투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모범을 보여 줬다.
세상의 모든 역사는 결국 하나님의 역사로 귀결됨을 믿는다면, 그리스도인은 왕 같은 제사장으로서 세속화로 황폐화된 이 세상을 하나님께로 돌이키도록 사랑으로 분투하고, 복음으로 기경해야 한다. 제자훈련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천국적 소망을 갖고 계속되는 세속화에 전투적 신앙으로 맞서는 전사를 키우고 훈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