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9년 03월

자기 부인(自己否認)인가? 자아실현(自我實現)인가?

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국제제자훈련원

왜 제자훈련을 해야 하는가? 죄인의 본성을 굴복시켜 예수님을 닮은 체질로 바꾸는 더 나은 길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있어야 하는데, 영적 각성을 위한 여러 가지 길 중에서 기본적으로 제자훈련만큼 타락한 인간 본성을 제어해 우리의 몸을 영적 체질로 바꾸는 것은 아직까지 찾기 어렵다.
체질 변화에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 제자훈련은 죄의 몸을 말씀의 불에 달구며, 깎고 자르며 담금질하는 것이다. 수백, 수천의 벼름질을 통해 예수님을 닮은 거듭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오직 말씀으로 천지 만물을 통치하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3년간 동고동락을 한 것도 죄성을 가진 제자들의 체질을 바꾸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도대체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죄의 본성을 말씀의 풀무에서 녹여 만들어 내려는 결과물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 부인(自己否認)이다. 이것은 인간 본성의 대척점에 있기에 세상적 방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치열하고 철저한 제자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사이비가 있기 마련이다. 오늘날 교회 내의 제자훈련이 자기 부인이 아닌 자아실현(自我實現)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제자훈련 하는 교회 안에 파열음이 있는 것은 그 밑바닥에 자아실현의 욕구 분출이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닮도록 제자훈련을 했는데, 실상은 가룟 유다처럼 자신의 뜻을 실현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교회 내에서 사역이나 형제에 대한 판단과 비판이 일어날 때, 그것이 자기 부인의 열매인지 아니면 자아실현의 폭발인지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예수님께서 형제 사랑에는 한계 없이 문을 열어 놓으셨음에도, 형제를 판단하는 자리에는 결코 서지 않도록 엄하게 경고하신 이유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성경은 자아실현을 타락의 시초로 보여 준다. 창세기에서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근본적인 이유는 자아를 실현하라는 사탄의 속삭임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면서까지 시도한 자아실현은 결국 인류의 타락과 파멸로 이어졌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며, 주님을 좇을 것을 명하신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은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본성에 몸이 지배 당하는 죄의 유기체라고 할 수 있다. 제자훈련을 통해 자기를 부인하는 법을 체질화하지 못하면 결국 아담과 하와처럼 자아실현의 길로, 본능의 길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그러므로 제자훈련 사역자는 제자훈련이 명백한 자기 부인의 체질로 바꾸는 영적 담금질임을 기억하고, 어떤 경우에도 훈련생이 자아실현의 길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훈련생은 내가 가는 길이 자기 부인의 길임을 천명하고, 행여나 자아실현의 길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