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2022년 07월

아프지도 말고 죽지도 말자!

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제자훈련에 입문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바로 “아프지도 말고 죽지도 말자”이다. 제자훈련을 받는 동안 영적으로도 무장해야하지만 육체적으로도 무장하고 관리를 잘해야 함을 강조하는 일종의 구호다. 제자훈련의 엄청난 과제물을 소화하려면 체력은 필수다. 그래서 이 구호를 훈련생들에게 오리엔테이션 시간부터 외치게 하는 교회도 있다.


그러나 “아프지도 말고 죽지도 말자”라는 구호는 그 누구보다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목회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훈련생은 일주일에 한 번 훈련을 받지만, 목회자는 여러 개의 제자반을 인도하기도 하고, 제자반 외에 설교 준비와 행정, 심방 등 많은 사역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아프지도 말고 죽지도 말 각오로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많은 목회자가 이중, 삼중의 목회 사역으로 인해 스트레스는 물론,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매주 강단에 서서 말씀을 선포해야 하고, 아픔을 당한 성도를 위로하고 상담해야 하는 목회자 입장에서 ‘나도 아프다’, ‘나도 힘들다’라는 말을 꺼내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긴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경제적 심리적 외상을 겪은 목회자들의 피로도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영적 거장들 중에도 이런 영혼의 어두운 시기를 지난 이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종교개혁자인 마틴 루터도 외로움의 긴 터널을 지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권고에서 “혼자 있지 말고 함께 있을 사람을 찾아 나서고, 긴장을 풀고 웃고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시도해 볼 것”을 조언했다. 즉 힘들 때는 혼자 있지 말고 누군가와 함께 있으라는 것이다.


일본 소설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는 20대에 폐결핵으로 인해 척추 골양이 발병해 13년 동안 병상을 지켜야 했다. 무신론자였던 그가 요양 중에 하나님을 만난 뒤 쓴 시가 ‘아프지 않으면’이다.


아프지 않으면 드리지 못할 기도가 있다.

아프지 않으면 듣지 못할 말씀이 있다.

아프지 않으면 접근하지 못할 성전이 있다.

아프지 않으면 우러러보지 못할 거룩한 얼굴이 있다.

아아, 아프지 않으면 나는 인간일 수 없다.


아프지 않으면 인간일 수 없다는, 연약할 때 더 인간적일 수 있다는 신앙의 고백이다. 우리는 연약함 때문에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은혜를 고백할 수 있다. 또 나의 육체의 가시 때문에 다른 이의 아픔을 이해하고 기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돌본다면, 좀 더 하나님 나라를 위해 길게 사역함으로써 많은 하나님의 일꾼들을 주의 나라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디사이플> 7/8월호에서는 ‘목회자의 영육의 강건함을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라’는 기획 주제를 통해 목회자의 과중한 사역으로 인한 탈진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느리지만 건강하게 완주하는 법, 재충전을 위해 홀로 시간 만들기, 동역자 간의 서로 격려하며 짐을 나눠 지기, 가족들과 함께하기 등의 방안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시편 2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