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2013년 11월

disciple, 다시 10년을 달린다

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2003년 11월에는 영영 올 것 같지 않았던 <디사이플> 10년과 드디어 마주하게 되었다. 매달 한 권의 <디사이플>을 출판하기 위해 편집회의와 취재, 원고마감과 교정, 디자인, 인쇄와 입고까지의 반복된 사이클이 10년이나 됐다. 초기 4년 동안은 <디사이플>의 틀을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 매년 크리스마스를 인쇄소에서 인쇄 감리하며 보내 후배 기자의 원망을 사기도 했었다.

 

내가 처음 봤던 잡지는 대학 시절 전통 찻집에 갔다가 한 귀퉁이에 진열된 오래된 <뿌리 깊은 나무>와 인상 깊었던 <샘이 깊은 나무>였다. 한글 가로 제호의 두 잡지는 굉장히 한국적이었다. 이후 교회를 다니며 본 <빛과 소금>, <낮은 울타리>, <목회와 신학>, <복음과 상황> 등도 모두 한글 제호의 잡지들이었다. 간혹 외국 브랜드 잡지를 한국에서 출판할 때도 <리더 스 다이제스트> 등 한국어로 번역하지, 영어 제호 자체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정작 내가 만들고 있는 잡지 제호는 <disciple>이라는 영어 제호다. 우리 어머니는 아직도 딸이 어떤 잡지를 만드는지 발음을 잘 못하신다. 어린 아들들에게도 엄마가 어떤 잡지를 만드는지 제목을 말해 주기가 어려워 포기하길 여러 번이었다.

 

영어 제호를 그대로 번역하면 제자, 사도라는 의미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disciple>은 이런 제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다. 한 사람 철학, 작은 자를 들어 쓰신 예수님의 정신을 잇고, 그 소수에 의한 변화에 주목하며 교회와 가정, 사회가 변화되기를 바라며 10년을 달려왔다.

 

그런데 우리의 걸음은 아직도 교회와 가정에 머물고 있다. 가정 안에서조차 아직도 변화의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어 죄송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 솔직히 <disciple>은 어렵다. 제호처럼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자훈련 하면 무조건 ‘인내’와 ‘견딤’이 떠오른다.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도 참고 인내하며 계속 가는 모습. 미련해 보이기도 한다. 그 미련함은 10년을 맞은 <disciple>의 지금 모습과도 비슷하다. 다들 떠나고, 제자훈련은 실패했다고 말하는데, 또다시 앞으로 10년간 <disciple>을 만들어야 하니까 말이다.


생전 옥한흠 목사는 ‘<디사이플> 100호를 돌아보며’라는 칼럼에서 “21세기는 지식 위주의 정보사회에서 이미지를 중시하는 꿈의 사회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이제 제자훈련도 정보에 목말라하는 목회자들보다 제자훈련이 풍기는 좋은 이미지에 매료되어 제자훈련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자훈련에 대한 좋은 이미지 덕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씻어지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앞으로 <disciple>은 전국 곳곳에서 작지만 묵묵하게 제자훈련의 한길을 걸어온 목회자와 평신도들의 좋은 이미지를 다시 담아내는 역할을 한동안 더 해야 할지 모른다. 그 일에 지금까지 달려온 10년의 세월이 다시 걸릴지도 모르지만, 제자훈련 하는 심정으로 걸어가야 할 것 같다. 옥한흠 목사님의 칼럼 마지막 말씀처럼 그날이 오기까지 <disciple>은 쉬지 않고 달려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