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매년 가을이면 활짝 핀 코스모스와 메밀꽃이 가을의 시작을 알린다. 이윽고 노란 은행잎과 붉은 단풍잎이 물들고,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기 시작하면 가을이 무르익는다. 한국 교회는 가을이 오면 나뭇잎이 물들듯이, 예수의 사랑을 전하는 전도집회를 매년 열곤 한다. 사랑의교회는 대각성전도집회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교회는 새생명축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어느 교회는 총동원전도주일이라는 이름으로 전도집회를 연다. 어떤 이름으로 열리든, 전도는 한국 교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역의 본질 중 하나다.
그런데 전도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전도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게 많은 그리스도인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런 모습은 목회자나 평신도나 별반 다름없다. 전도를 많이 하거나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복음에 대한 감격이 자신 안에서 흘러넘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복음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복음이 너무 좋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지 않고는 몸과 입이 견딜 수 없는 것이다.
흔히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랑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사랑에 빠지면 자신의 사랑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진다. 내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있노라고 말하고 싶고, 어디에서 데이트하는지 말하고 싶어 입이 간질간질하다. 그런데 이렇게 자랑하고 싶은 사랑에 대한 외침이 어느 순간 점점 줄어들고 어느새 입이 꾹 닫혀 버린다. 사랑이 식은 것이다. 일명 권태기가 찾아온다.
복음도 마찬가지다. 나 같은 죄인을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나같이 초라한 인간을 사랑 해주시는 그분의 사랑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우리는 그 사랑에 무뎌지고 있다. 결혼한 부부도 사랑이 식으면 쉽게 헤어지는 것이 요즘 세상이지만, 우리는 주님과 결코 헤어질 수 없는 관계다. 사람의 첫사랑은 변해도, 주님과의 첫사랑은 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필리핀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주일학교를 섬기고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정말 열심히 사역했다. 하지만 사역도 많았고, 결손가정이 많은 지역이라, 모든 아이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섬길 수는 없었다. 그중 예배시간에 잘 떠들고, 친구들을 못살게 구는 한 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워낙 말썽꾸러기였기에 내심 안 보이는 게 근심을 더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몇 주 뒤 그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고 보니 그 아이는 엄마가 가출하고 술주정뱅이 아버지랑 살았는데, 아버지가 매일 술을 먹고 아이를 때렸던 것이다. 하루는 전날 아버지에게 맞고,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머리를 다쳤는데, 바로 병원에 가지 못하고 방치됐다가 죽은 것이다. 그 선교사는 자신이 좀 더 그 아이에게 신경을 썼더라면, 예배에 빠진 다음 날이라도 집에 한번 찾아갔더라면 그 아이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후회했다. 99명의 아이를 잘 돌봐서 주변으로부터 칭찬을 받았지만, 나머지 1명, 한 영혼을 잃어버린 죄책감에 그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매 순간을 사랑에 벅차서 살 수는 없다. 그러나 복음은 벅차 있을 때가 아니라도 전해야 하는 소명이 우리에겐 있다. 이 가을에 내가 받은 사랑을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 해보자. 단풍이 물들듯이, 예수님의 사랑이 스며들 것이고, 그 전한 사랑으로 인해 우리의 가난한 심령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사랑은 남도 살리고, 나도 살리는 그런 것이니까.
“이와 같이 주께서도 복음 전하는 자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명하셨느니라”(고전 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