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세상 사람들이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이것만큼은 달라야 한다고 꼽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랑이 있는 사람,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이다. 믿는 자들 사이에서도 그리스도인의 모습 중 가장 기대하는 모습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 충만한 사람,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순위로 꼽는다.
이런 생각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하신 말씀에도 잘 드러난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이 다른 것은 몰라도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만큼만은 꼭 지키길 바라셨던 것이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서로 다른 사람끼리 사랑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잘 아셨던 것 같다. 그래서 요한은 믿음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고, 바울도 방언과 예언, 지식, 구제 심지어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이 있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유익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2년 동안 잘 받았어도 교회 안에서 성도 간에, 가정 안에서 가족들끼리, 이웃이나 직장 안에서 동료들과 진심으로 서로 사랑하기가 쉽지 않다. 때로는 내 시간과 이익을 침범당하지 않는 선에서, 때로는 갈등 상황을 애써 피함으로써, 또 때로는 몸과 마음이 각각 따로국밥인 채로 이 정도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지 않은가 하고 적당히 타협하고 위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회를 수년간 다녀도, 성경을 여러 번 읽어도, 심지어 제자훈련을 받았어도 사랑은 실천하기 쉽지 않다. 언제 어디선가 사랑하기 쉽지 않은 대상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곳에 그런 대상이 한두 명쯤은 꼭 있다. 남편, 아내, 자식, 며느리, 시어머니, 형제 등 자신과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경우일 때가 많다.
김경환 선교사는 《다시, 사랑의 길》에서 “열방을 사랑하기는 쉬웠으나 아픈 아내를 사랑하기는 힘들었다”며 “아내를 돌보는 과정 속에서 사랑 없는 참담한 내 모습과 오랫동안 감춰진 민낯이 다 드러났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김 선교사는 사랑이 힘든 이유는 혼자 할 수 없고, 누군가와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즉 사랑해야 할 구체적 이름 석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말도 안 되는 대상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레오 버스카글리아는 저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서 “그 누구도 살아서 이 세상을 떠날 수 없으며, 바로 지금 열심히 살고 배우고 보살피고 나누고 축하하고 사랑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즉 살면서 누군가를 미워하지만 그러면서 우리는 배우게 되고, 지금 당장 미워하기보다 사랑하라는 것이다.
이에 <디사이플> 10월호에서는 ‘다시 제자도, 서로 사랑하라’는 기획 주제를 통해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또 제자훈련을 받고 예수님을 닮아 가는 삶을 살겠다고 순종한 모든 훈련생들이 어떻게 사랑의 제자도를 실천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훈련 이후에도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제자도의 삶’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내가 사랑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고전 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