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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어느 날 TV 채널을 돌리다 한 프로그램에 눈에 갔다. TV 화면에는 유명한 연예인이 아닌 무명의 한 남자가 나와 있었다. 바로 불펜 투수 A 씨였다. 야구 경기에는 실제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뿐만 아니라, 경기장 뒤에서 선수들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불펜 투수라는 포지션이 있는데, 이 불펜 투수는 1군과 2군 투수들의 연습 공을 받아 주는 역할을 한다. 때로는 투수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주기 위해 공을 받은 후, “오늘 공 좋네. 이런 공을 누가 칠 수 있겠어” 하며 격려하기도 하고, 코치 역할도 해 주며 물도 갖다주곤 한다.
A씨는 단순히 야구 연습 상대라 불리기도 하지만, “네가 내 공을 받아 줘서 삼진을 잡았어”, “오늘 감이 올라와 네 덕분에 안타를 칠 수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필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불펜 투수로서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칭 자신을 “야구계의 피에로”라고 말한다. 자신의 감정 상태에 상관없이 투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큰 소리로 격려도 해 줘야 하고, 그들의 기분을 좋게 해 주기도 하며, 그들의 실력을 향상시켜 주려 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전문성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어린 시절 많이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중에 오뚝이가 있다. 오뚝이는 아무리 쓰러뜨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바로 선다. 그래서 실패나 힘든 상황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오뚝이’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오뚝이는 무게 중심이 맨 아래에 있고, 지구에는 중력이 작용하므로 무엇이든지 당기고 있다. 이런 원리로 오뚝이는 옆으로 쓰러졌다가도 중력으로 인해 바로 서게 되는 것이다.
신앙도 이와 같다. 말씀과 기도라는 무게 중심이 튼튼한 사람은 아무리 힘든 시험이나 고난이 찾아와도 결국 다시 일어서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면 예배와 교제가 줄어들자, 우울증이나 영적 침체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다시 회복시키고 일으켜 세우는 비결은 말씀밖에 없다.
이에 <디사이플> 3월호에서는 ‘신앙의 홀로서기가 부각된 시대, 말씀으로 바로 서게 하라’는 기획 주제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예배, 훈련, 소그룹 모임이 대면과 비대면으로 혼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앙의 홀로서기를 위해 교회가 성도들의 삶에 말씀을 어떻게 채워 주고, 공급해 줘야 하는지 고민하며 알아보고자 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