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야기

2013년 10월

상하이한인연합교회 * 하나님 나라의 백성다운 삶, 제자훈련으로 세워지다

현장이야기 김영현 목사

엄기영 목사는 총신대학교와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했다. 현재 IBA(International BAM Alliance)를 섬기고 있으며, 해외 유학생 수양회인 KOSTA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서 10여 년 동안 선교사로 사역하다가 2002년 상하이한인연합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해 섬기고 있다.


양쯔강 하구에 있는 중국 최대의 도시 상하이는 중국 대외 개방의 창구역할을 감당했다. 오랜 기간 종교가 허락되지 않았던 이 땅에 3,000명이 출석하는 한인 교회가 있다. 40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로도 유명한 상하이에서 무더위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열정적인 사역을 펼치고 있는 상하이연합교회를 방문했다.
그런데 이 교회에서 만나는 성도들마다 교회 자랑에 여념이 없다. 교회 건물 곳곳을 장식한 다양한 사역에 관한 포스터들만 봐도 교회가 굉장한 역동성을 지니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마침 성도들을 대상으로 한 포럼이 열렸는데, 120여 명의 성도들이 모여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지에 대한 강의를 경청하고 있었다.

“초대 교회를 경험하고 싶으면 상하이한인연합교회를 오시면 됩니다.”
“모태신앙이지만, 이곳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났습니다.”
“이제 저의 회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쓰임 받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주재원으로 머무는 동안 잘 훈련받았습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전보다 더 열심히 봉사할 계획입니다.”

 

사역의 방향을 결정한 제자훈련
상하이한인연합교회가 오늘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어떤 발자취를 밟아왔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담임목사인 엄기영 목사는 한국의 보수적 장로교단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 등에 업혀 다닌 삼각산 기도원은 그에게는 신앙의 영적 고향과도 같았다.
“어떻게 그렇게 먼 길을 걸어 다녔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삼각산 기도원에 가서 집회에 참석했죠. 산으로 올라가 밤을 지새우며 기도하고 내려오신 어머니 옆에서 새벽을 맞이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보수 교단에서 자라고 기도원 영성으로 무장해 전통적인 신앙관을 가지고 성장한 엄 목사는 군대를 제대하고, 신학교에 다시 복학할 무렵 신앙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당시 엄 목사는 신앙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을 때였다. 말씀이 자신의 현실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오신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씀하는데, 구원은 받았지만 풍성히 신앙생활하지 못하는 저를 발견한 것이죠. 신앙에 대해 회의가 들었고, 온전한 십일조, 주일성수 등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면서 형식적으로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1981년 그런 고민을 품고 있을 때 만났던 교회가 바로 서울침례교회(당시 담임목사 : 이동원 목사)였다. 신학교를 다니고 있던 형님의 소개로 설교 잘한다는 목사를 찾아가 수요예배 구경(?)을 갔다. 그 가벼운 발걸음이 그의 사역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을지 그 당시는 몰랐다. 우선 수요예배에 젊은이들이 엄청나게 많이 모인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리고 그 교회에서 부르는 찬양과 예배의 전체적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었기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토요일에 모이는 대학부 모임에 나가 소그룹 모임에 참여하면서 받은 충격도 적지 않았다.
“‘큐티하십니까?’라고 리더가 질문을 했는데, 완전히 외계어로 들렸어요. 얼버무리고 넘어갔지만, 소그룹 모임이 끝나는 시간까지 저는 ‘큐티가 뭐지?’ 하고 머릿속으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외계어로 들렸던 그 큐티를 통해서 신앙의 굴곡에도 불구하고, 주님과 풍성하게 교제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동원 목사를 통해서 설교가 얼마나 위대하고 감동적인지를 경험하게 되었다. 또 서울침례교회에서 엄 목사는 인생의 진로를 바꿔 놓는 제자훈련을 만나게 된다.
당시 서울침례교회 대학부에는 당시 기성 교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던 선교단체 간사들 중 교회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마땅히 갈 교회를 찾지 못해 모여 들었고, 그러한 영향으로 제자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교회를 옮긴 1982년 초 겨울 수련회를 통해서 내수동교회 대학부 오정현 간사를 통해서도 제자훈련에 대한 큰 도전을 받았다.

 

선교사에서 목회자로
당시 서울침례교회 대학부에는 옥한흠 목사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난 후, 성도교회에서 옮겨온 사람들이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여러 가지 상황을 움직이셔서 한국 교회를 부흥시키시고 사람을 세우셨다.
엄 목사는 대학부에서 네비게이토의 영향을 받은 제자훈련을 경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옥한흠 목사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 교제하며 개인적으로 풍성한 성장을 맛봤다. 한 지역 교회 대학부의 성장을 직접 체험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갖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엄 목사는 캠퍼스 제자훈련 사역에 헌신하기로 결단을 하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일본 선교로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 선교사로의 헌신을 다짐했던 첫 고백, 서울침례교회에서 받은 선교중심의 제자훈련을 통한 준비과정 그리고 일본 선교를 하고자 하는 동현교회의 파송과 서울 사랑의교회의 후원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분명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선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엄 목사는 일본 동경의 와세다대학 앞에 위치한 일본 성서그리스도교회 안에 ‘건강한 제자훈련을 통해 성장하는 일본 대학부’를 만들고자 사역했다. 그 이후 10년간의 일본 사역을 마치고 안식년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을 당시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상하이한인연합교회의 담임목사 자리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전임 사역자는 사랑의교회 부교역자 출신인데, 부임한 지 4달 만에 간경화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교회가 공석이라는 것이었다. 한번도 중국에 가서 한인 교회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엄 목사는 존경하는 선배 목사님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순종하고 다녀는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상하이를 방문했다. 그런데 현장을 보고서도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10년 전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서 정말 낙후된 지역이었고, 음식도 잘 맞지 않았어요. 미국에서도 청빙이 들어온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머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기도하면 할수록 하나님은 중국에 마음을 주시는 거예요. 정말 어려운 선교지에 비하면 힘든 곳이라 할 수는 없지만, 서울 을지로 3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잘 모르면 좁은 길을 선택하자’라는 마음으로 다시 발걸음을 내딛었죠.”

 

현장이 다르면 방법도 달라야 한다
그렇게 일본 사역 10년을 뒤로하고, 다시 중국사역을 시작했다. 2002년 4월 말에 부임을 한 엄기영 목사는 첫해에는 예배에만 집중하고, 교회의 모든 시스템은 기존대로 유지했다. 서둘러 변화를 주다가 오히려 교인들의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소그룹 모임의 이름을 구역이라고 부르는 등 외형적인 변화에는 치중을 하지 않는데, 그것은 그릇보다 무엇을 담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임 2년차부터는 표어를 ‘진리가 세워지는 교회’로 정하고, 교회의 양육 훈련 시스템을 세워 부교역자들과 적절히 나눠 본격적으로 훈련하기 시작했다.
선교사로 살아온 엄 목사는 모든 성도가 선교적 삶을 살 수 있도록 훈련하는 목회 방향을 가지고 제자훈련 사역을 시작했다. 복음을 전하고, 복음을 받은 사람들이 주님과 사귐을 가질 수 있도록 제자훈련을 하고 순장으로 헌신하도록 했다. 헌신된 사람들이 선교에 자신을 드릴 수 있도록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훈련 사역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전략은 영미권 이민 교회와 달리, 대부분 상사 주재원들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3~4년 머물다가 떠나는 중국 교민사회의 실정에 잘 맞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동안 그가 계속해왔던 캠퍼스 사역의 현장과도 닮았기에 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엄 목사가 한 가지 놓친 것이 있었다. 아무리 신학과 철학이 건전할지라도 목회는 선교나 캠퍼스 사역과는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캠퍼스 현장에는 비슷한 나이와 동질 문화 그룹이 존재하지만, 교회 안에는 다양한 계층이 공존한다. 그러한 공존의 현장에서 기존 리더십 그룹과 걸음의 속도를 맞춰 가야 하는 목회의 노하우가 그에게 없었던 것이다.
“목회 안에는 사회학적인 요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목회에는 관계가 따르고, 행정이 따라야 하는데 말입니다. 이게 당시 저와 같은 선교단체 사역자들의 맹점인 것 같아요. 그들은 본질이라고 붙잡지만, 본질을 본질 되게 하기 위해서는 비 본질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엄 목사가 여기에서 사회학적 요소라고 이야기하는 한 부분은 예를 들자면 전임 교역자와 제자훈련을 실시한 기존 리더십과의 재훈련의 문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상하이한인연합교회의 초대 목회자도 제자훈련을 실시했다. 그리고 2대 교역자도 사랑의교회 부교역자 출신이어서 부임하면서 바로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그래서 제자훈련을 맛본 리더들이 상당수 교회에 있었던 상황이다.
이런 경우 담임목사는 기존 리더십들과의 철학 공유와 리더십 점검을 위해서 제자훈련보다는 사역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역훈련보다 제자훈련을 고집하는 경우는 보통 기존의 리더들이 제자훈련 수료자에게서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성경지식과 인격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일 가능성이 더 많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사역훈련 교재 1권을 통해 제자훈련에서 이뤄져야 할 인격의 변화를 도모하고, 2권을 통해서 교회론을 함께 공유하는 한편, 교회를 섬기는 준비 작업을 하는 정도로 재훈련을 하는 것도 좋다. 그렇지 않고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또 다시 시작할 경우 예기치 못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상하이한인연합교회의 어려움은 위의 문제와는 또 다른 것이었다. 남자 제자반을 구성하고 훈련을 시작했으나 중국의 특성상 주재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중국 내의 잦은 출장과 한국에서 오는 회사관계자 접대와 회의 등으로 대부분 기준 이상의 결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리엔테이션 때 결석의 기준을 제시해 줬지만, 원칙대로 진행할 경우 모든 훈련생이 탈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시 훈련을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었기에 아쉬움을 안고, 엄 목사와 함께한 1기 제자훈련은 그렇게 마감을 해야만 했다. 여전히 이 부분은 엄 목사에게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기성 교회에 제자훈련을 접목할 때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상하고, 1기 제자훈련의 강도를 설정하며 교회 내 바른 제자훈련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급성장을 조심해야 합니다
엄기영 목사가 초기 제자훈련을 접목하면서 직면한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교회가 급성장했다는 사실이다. 한중수교를 맺은 지 10년이 됐을 무렵 엄 목사가 상하이한인연합교회에 부임을 했고, 이 시기는 한국 사람들에게 이제는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 증명된 시기였다.
성장이 목회의 걸림돌이라고 말하면 많은 이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제자훈련 목회는 급격하게 성장하는 것도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차근차근 훈련으로 다져진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것이 아니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급성장을 했을 때 목회자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
“전도를 통해서 성장한 것이 아니라,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상해에 와서 우리 교회로 온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처음 예수님을 믿은 사람은 10%도 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교단과 여러 배경을 가지고 연합 교회로 모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제자훈련만 받았어도 순장으로 세워야 하는 상황이었죠. 준비가 덜 되었지만, 리더가 돼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전체 훈련의 과정을 수료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으로 비상 투입을 하는 일은 급격한 성장을 보이는 교회뿐만 아니라 전통 교회에 제자훈련을 접목하는 초기에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제자훈련 목회의 특성상 리더가 짧은 시간 안에 배출될 수 없기 때문에, 마치 학도병이 온전히 훈련을 받지 못하고 실전에 배치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에 위험요소를 인지해야 한다.
그러면 엄 목사는 이런 목회적 비상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그는 일단 수요에 비해서 소그룹 리더가 충분히 나오지 않은 경우 대그룹의 가르침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주일 설교를 통해서라도 올바른 복음을 선포하고 전체 성도가 성장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목회자는 그러한 상황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우리 교회에서 머무는 동안 주일설교를 통해서 복음을 듣고 거듭나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역을 했습니다.”
제자훈련 목회는 소그룹 훈련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귀납적 성경공부로 평신도들이 점점 성장해 가면서 목회자도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제자훈련과 함께 주일설교에 에너지를 얼마나 쏟고, 어떻게 프로그램화해 나갈 것인지도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03년 교갱협 수련회에서 ‘설교와 리더십’에 대해서 강의한 옥한흠 목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목회자가 교인들에게 영향력을 가장 잘 행사할 수 있는 채널은 바로 설교입니다. 설교는 교인들의 의식세계와 영적 세계, 심지어 교인들의 사생활에까지 영향력을 미칩니다. 그래서 설교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교회는 설교와 함께 서고, 설교와 함께 쓰러집니다. 그만큼 설교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채널입니다.”
상하이로 단기간 근무하러 오는 성도들 가운데는 양육과 훈련을 받기보다는 잠시 다닐 교회를 선택하는 숫자도 상당수 있다. 그것은 상하이뿐만이 아니다. 성도들이 교회를 선택하고 훈련을 받기 위해서 양육되는 기간 동안 설교를 통해서 성장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제자훈련을 정리하라
지금의 상하이는 10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 대부분을 차지했던 상자주재원들 가운데 점점 자영업으로 새로운 방향을 돌이키는 사람들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남성들이 제자훈련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재원이 교인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3~5년 거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양육하고 훈련해 순장으로 사역할 때쯤이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마치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과 같은 패턴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자훈련과 같이 오랜 기간 리더를 배출하는 과정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기영 목사는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목회와 제자훈련을 바라보고, 이들을 양육시키고 훈련시킨 후에는 다시 한국으로 파송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엄 목사의 이러한 하나님 나라 관점은 단지 중국의 상황에 맞추기 위해서 고안해 낸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과거 성경신학과 제자훈련이 부딪혀서 제자훈련 무용론이 대두되던 시절, 깊은 고민을 통해 스스로 정리하며 갖고 있던 깨달음이었다. 그러면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제자훈련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하나님께서는 이미 시작된 하나님 나라와 재림을 통해 완성될 그 사이를 살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교회라는 공동체를 주셨습니다. 이 교회라는 공동체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답게 살아갈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야만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고 성숙되어 가는 것입니다. 백성답다는 개념과 제자훈련이 맞닿아 있는 것입니다. 옥한흠 목사님이 한스 큉의 『교회론』에서 정답을 찾으셨는데, 저도 교회론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와 제자훈련을 이해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교회에서의 제자훈련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다운 삶으로서의 제자훈련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엄 목사는 이렇게 하나님 나라와 제자훈련을 연결시켜 봤을 때, 성도들이 훈련받고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교회 안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섬기려고 나아가는 현상이 전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중국은 서구권 국가들과는 달리, 이민이 불가능한 나라다.
따라서 누구나 이방인으로 혹은 여행자로 잠시 살다가 떠나야 하는 나라인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 땅에 순례자로서 잠시 살다가 가야 하는 실존을 더 분명하게 깨닫게 해 주는 부분인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 나라의 신학으로 제자훈련을 바라보는 관점은 모든 제자훈련 교회들이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교회 자체를 위해서 소그룹 리더를 배출하는 과정으로서의 제자훈련도 본질적인 것이지만, 더 나아가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고 성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제자훈련을 받은 성도들이 교회와 가정만이 아니라 세상 한복판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강조할 필요가 있다. 삶 속의 하나님 나라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평신도들의 말을 들어보자.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마치고 제가 있는 이곳이 선교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중국에서 창업을 하고, 지난 6년간 직원들에게 모두 복음을 전했습니다. 한족들과 조선족으로 구성된 저희 회사에서 중국어로 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했습니다. 놀라운 변화였죠.”(황보 찬 장로)
“중국에 처음 왔을 때는 정서가 달라서 상처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중국을 향한 마음이 점점 닫혀갔었죠. 하지만 훈련을 받고 나서 교회를 중심으로 사역을 감당하면서 점점 시각과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저의 마음은 지금 중국 교회들과 그 가정의 회복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부부세미나를 통해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최정선 권사)
선교지에서 살아간다고 해서 모두 선교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교민사회 속에 그리고 교회 내부의 사역에 점점 안주하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다.
하지만 상하이한인연합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제자훈련을 실시하며 교회만이 아니라 지역에서도 자연스럽게 하나님 나라의 백성다운 삶을 살아가게 한다. 마치 초대 교회처럼 때로는 이민과 어쩔 수 없는 흩어짐을 통해서 성도들이 선교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훈련의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중국으로 그들의 삶의 터전을 옮기신 이유를 깨닫게 된다.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제자훈련을 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제자훈련을 담당하는 부교역자들이나 사역훈련을 실시하는 담임목사가 모두 하나님 나라 신학을 가지고 있기에 당연히 훈련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달되겠지만, 프로그램으로서의 접근도 중요하다.
그래서 상하이한인연합교회는 ‘하나님 나라 세미나’를 1년에 2차례 남녀로 나눠서 모집해 진행한다. 1년 중 총 4차례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각 세미나는 12시간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하나님 나라 세미나의 수료 여부는 제자훈련의 허입 조건에 들어 있지 않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모든 훈련생들은 수강을 한다. 이미 교회의 문화로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성도는 10번 이상 세미나에 참여했던 사람도 있다.

 

제자훈련의 1차 목표,
큐티의 습관화
하나님 나라 백성의 삶을 중국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녹녹치 않은 일이다. 하루아침에 완성을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짧은 기간 머물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모든 커리큘럼을 소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제자훈련과 사역훈련 후 교회를 섬기는 시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제자훈련에서는 무엇보다 말씀묵상을 습관화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소그룹에서는 매일 성경 본문 중심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 순장들은 화요일에 미리 말씀을 묵상하고, 순장반에 참석해 준비한다. 엄기영 목사는 다락방 교재를 사용하는 다른 제자훈련 교회들에 비해서 강도를 많이 낮춘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말씀 묵상이 잘 정착되어 어떤 교회 못지않은 건강한 소그룹이 활성화되어 있다.
“1980년대만 해도 한국 교회에서 성경을 잘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95년 이후부터는 여러 매체로 인해 지식적 공급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이제 한국 교회 성도들은 오히려 외로움을 함께 나누고, 돌봄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셀 교회와 가정교회가 등장했다고 봅니다. 저는 분당 지구촌교회 목자의 부드러움과 서울 사랑의교회 순장의 말씀의 깊이와 뿌리가 함께 필요하다고 봅니다.”
상하이한인연합교회는 큐티 잡지를 이용해서 소그룹을 진행하면서 성도들 각자가 주님과의 개인적인 교제를 습관화해 가면서 그것을 기반으로 교제하고, 기도하는 진정한 돌봄을 경험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제자훈련에서부터 모든 훈련생들이 큐티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습관화되었는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제자훈련의 꽃은 큐티의 생활화라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가지고, 그분과 인격적인 고백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서 신앙생활 한다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훈련을 받은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말씀을 가지고 고백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황보 찬 장로)
“올해 들어 성경을 4독 째 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5독입니다. 제자훈련을 하면서 귀납적으로 성경연구하는 법을 배웠는데, 삼국지도 10번을 본다는데 하물며 성경이겠습니까? 상하이에 와서는 가정예배도 꾸준히 드리고 있습니다. 가장으로서, 순장으로서 소그룹을 인도하는 점에 있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말씀 묵상인 것 같습니다.”(마세호 집사)

 

한국 교회를 위한 훈련소
상하이한인연합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수료하고 나서도 순장사역은 하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우선 제자훈련 수료생들에게 기대되는 기준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자 제자로서 주님과 교제하는 방법을 몸에 습관화했느냐다. 
“3~5년 훈련시키고 세워놓으면 떠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제자훈련과 사역훈련 이후, 큐티를 자신의 거룩한 삶의 습관으로 세울 수 있으면 된다는 수준으로 훈련을 시킵니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백성과 주님의 제자로서 주님과 교제를 해 나가는 방법을 내 몸에 습관화했다는 데 만족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배워서 한국으로 간다면 성공이라는 것입니다. 거기까지 대중화시키는 작업을 우리 교회는 하고 있습니다.”
상하이한인연합교회에는 평균 3,000명이 출석한다. 그리고 여름 방학기간에는 2,000명까지 출석 인원이 뚝 떨어진다. 방학을 맞아 어머니와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주재원들이 한국으로 휴가를 떠나는 등 국내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독특한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면 교인 상당수가 교체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따라서 상하이에 머무는 동안 그들의 신앙을 성숙시키는 것은 한국 교회를 위해서 대단히 중요한 사역인 것이다.
“우연히 순장반 모임에서 상하이에 와서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만나고, 진정한 거듭남을 체험한 사람이 있냐고 질문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순장의 1/3이 손을 들었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상하이를 방문해 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상해는 서울에 비해서 크기나 규모, 발전 수준 면에서 전혀 뒤떨어진 도시가 아니다. 얼마든지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며, 여유를 즐기다가 돌아갈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일단 상하이한인연합교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들은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게 되고 교회는 그들의 신앙이 성장하도록 노력한다.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가지고, 한국 교회를 위해서 뛰는 것이다.
“타 교회 강의를 가서 만난 사람들이나 우리 교회를 찾는 사람들 중에 한 교회의 양육과정에 의해서 메뉴얼화 된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다른 교회에서 그리스도인의 제자로 잘 융화되어 사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사랑의교회의 순장도 다른 교회에 가서 좋은 순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상하이한인연합교회는 다양한 교단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온다. 다른 교회에서도 제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진정한 제자훈련이라는 생각으로 설교하고, 가르치며 훈련하기 때문에 그 다양함을 잘 품어서 하나 되게 하는 목회문화가 이미 정착되어 있는 것이다.
“심방을 하다 보면 한국에서 신앙생활 하기 힘든 사람들을 불러내서 저희 교회로 보내신다는 것을 느낀답니다. 시댁 식구들과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대인관계로 인해 제자훈련을 받기 힘든 사람들이 상하이에 와서는 잘 훈련받고 계신 것을 보게 됩니다.”(최정선 권사)
이렇게 상하이한인연합교회는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마치고, 교회의 순장으로서만 파송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어떤 교회에서도 거듭난 그리스도인으로서 또한 교회를 섬기는 리더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한국으로 재 파송하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교회만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몸담고 있는 직장도 선교지로 삼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나님 나라 세미나와 더불어 BAM(Business as Mission) 세미나를 개최해서 비즈니스 세계를 향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교회를 위한 몽학선생이 되려 합니다
상하이한인연합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꿈을 꾸면서 한국으로 성도들을 파송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교회가 위치해 있는 중국이라는 나라를 전략적으로 섬기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교회가 속한 지역이 선교지라는 사실은 모든 한인 교회들에게 도전적이다. 상하이한인연합교회도 선교적인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교회다. 엄기영 목사 본인이 선교사 출신이고, 중국에 머물면서 많은 장단기 선교사들을 봐왔기 때문에 중국의 한인 교회가, 특히 제자훈련을 하는 교회가 어떻게 섬길 것인지를 고민했다. 그 결과 장기 선교사들이 하지 못하고, 단기선교팀도 하지 못하는 사역을 찾아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재정이 풍성한 한국 교회 단기선교팀들이 휘젓고 가면 현장의 장기 선교사들은 힘들어합니다. 장기 선교사들은 중국이라는 상황으로 인해 목회를 하더라도 공안의 문제와 함께, 현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목회의 열매를 보여주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현장은 한국에 가서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했던 모든 것을 중국어로 번역을 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중국 교회에서도 CAL세미나를 할 수 있도록 저희 교회는 중국 교회를 돕는 몽학선생이 되기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교회가 CAL세미나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중국 교회 안에서 제자훈련 모델 교회가 나와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CAL세미나가 가지는 힘은 그 현장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아직 중국 교회가 그 일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그전까지 제자훈련 현장을 중국어로 보여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은 물론, 제자반과 다락방까지 중국어로 구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미셔널 교회를 꿈꾼다
많은 교회들이 저마다 미셔널(missional) 교회를 추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셔널 교회를 꿈꾸는 사역자들도 많이 있다. 그들은 상하이한인연합교회를 눈여겨봐야 한다. 이 교회에서 만난 평신도들은 대부분 엄기영 목사가 구사하는 단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고민하고 꿈꿔온 그 비전을 이야기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만큼 비전의 공유가 잘 되어 있는 것이다. 상하이한인연합교회가 꿈꾸는 그 비전은 미셔널 라이프(missional life)를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셔널 교회는 어떤 교회입니까? 성도들이 미셔널 라이프를 살면 미셔널 교회인 것입니다. 그래서 제자훈련과 미션을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문을 열고 나가면 선교지가 아닙니까? 미셔널 라이프의 핵심이 제자훈련이고 제자도인 것이죠.”
타 문화권에서 타 문화권 사람들을 만나고 살아가는 교회에서 제자훈련은 자신의 영성 관리만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 그러한 삶의 태도, 비즈니스와의 연결점과 의도성을 가지는 제자훈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남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주부들은 소비자로서 비즈니스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또 내가 중보기도자로 서야 한다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도제목이 남편의 승진과 외도 등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다락방에서 나누는 남편을 향한 기도제목이 비즈니스계의 선교사로 설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중보 기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하이한인연합교회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선교지에 자리하고 있다. 말 그대로 문만 열고 나가면 선교지인 것이다. 성도들이 회사 출장으로 중국 곳곳을 다니면서 복음의 필요성을 너무나 절실히 느끼고,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하나님을 전할지를 생각하면서 살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모든 교회는 선교지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모든 교회들이 하나님 나라의 구성원이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은 ‘이미’(already)와 ‘아직’(not yet)의 긴장선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밖으로 나가는 선교 이전에 백성다움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그 부분에서 제자훈련이 차지하는 위치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교회들이 각 교회가 처한 상황에서 선교적 삶을 실천하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며 성숙시키는 일에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상하이가 중국 개방의 창구 역할을 했듯이, 상하이한인연합교회의 섬김을 통해서 중국 교회가 제자훈련 목회현장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소망해 본다. <김영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