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제자훈련

2012년 03월

제자훈련은 나를 변화시켰다

교회와제자훈련 오재현 목사_ 청산교회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22년째 목회를 하고 있다. 현재 섬기고 있는 교회는 나의 두 번째 목회지이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 첫 번째 목회는 서울 봉천동의 어느 달동네에서의 빈민 목회였다. 가난한 자들의 친구이신 예수님을 따라 산업화의 부산물과 같은 빈민촌의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목회를 10년간 했다.
요즘 어린이집의 전신인 탁아소, 지역아동센터의 전신인 공부방,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문화교실, 문맹인들을 위한 한글교실 등 지역사회를 섬기는 긍휼사역을 집중적으로 하였다. 그러면서도 가난한 교인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사역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옥한흠 목사님의 『평신도를 깨운다』을 읽고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에 참석하였고, 달동네 교인들을 대상으로 훈련을 시작하여 제자훈련 2기, 사역훈련 1기생을 배출했다.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부요한 그들을 평신도 지도자로 세웠다. 목회가 너무 재미있었다.
현재 섬기는 교회에서는 12년째 목회를 하고 있다. 부임한 그 다음 해부터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교인들 중에 초·중등교사들의 비중이 높았고, 스스로 엘리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자훈련을 한다고 하니, 교인들 중의 리더라 할 수 있는 장로, 권사, 안수집사 등 구역장, 교구장, 교사들이 모였다.
1기를 원리원칙대로 철저히 훈련시켰다. 다소 힘들어하는 훈련생도 있었고, 성경공부하듯이 따라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변화의 열매도 조금 있었다. 그들은 지금 내 목회의 귀한 동역자들이다.
현재 제자훈련 4기를 마쳤고, 사역훈련 2기를 진행 중이다. 나의 목회철학은 제자훈련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그리스도인을 양성해내는 것이다. 이 철학대로 10년 넘게 부지런히 달려오니 얻은 유익이 많다.
먼저 훈련받은 교인들이 교회에 대한 큰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 교회는 다른 교회들과 달리 담임 목회자가 직접 철저하게 제자훈련을 시키는 교회, 그래서 참 좋은 교회라고 말한다. 또 제자훈련을 통해 은혜롭고 감동적인 삶의 변화가 있었다고 간증한다.
제자훈련 1기생들은 훈련을 통해 받은 은혜와 생활숙제, 큐티, 독후감 등을 담아 란 책으로 펴냈다. 물론 비매품으로 다소 조잡하지만,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또한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통해 구역장과 같은 평신도 동역자들이 배출되는 은혜도 놀랍다.
그러나 제자훈련 가운데 실망스런 부분도 있었다. 삶에서의 훈련을 강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숙제로 끝날 뿐 그 열매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와서 깨닫는 것은 단 한 번의 훈련으로 큰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성경을 배우고, 기도 훈련, 말씀 묵상을 해도 고질병은 평생 고쳐지지 않은 채로 천국에 갈 수도 있다. 나 자신을 봐도 그렇다.
이것을 깨닫고 나서부터 훈련 인도자로서의 심적 부담은 줄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맡겼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때가 되면, 변화의 열매는 반드시 맺힐 것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목회자의 변화이다. 독일 병정처럼 딱딱하고 원리원칙을 강조하던 내가, 이제 조금은 성도들을 너그럽고 여유 있게 대하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제자훈련을 통해 나를 변화시키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