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클리닉 박용주 전도사 _ 목동 지구촌교회
“사랑하면 방법이 나온다.” 내가 섬기는 교회의 예배당 한편에 있는 문구이다. 교사와 학생들이 친해지는 구체적인 방법은 “사랑”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방법보다 사랑이 선행되는 것이다(順序的). 또한 영혼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모든 방법은 이 사랑과 연결되어 있다(根源的). 그래서 하나님은 교사의 직분을 방법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맡기신다. 이것은 요한복음 21장에 잘 나타나 있다.
예수님은 그분을 세 번 부인한 베드로를 책망하지도, 또한 그의 충성다짐도 받아내지 않으신다. 다만 예수님이 확인하신(정확히는 확인시킨) 한 가지는 주님을 향한 베드로의 부끄러운 사랑과 그런 베드로를 향한 예수님의 신실한 사랑이었다.
예수님은 기독교 사역의 최선과 근원을 잘 아셨다. 이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교회학교 교사로 부름 받았고, 그 사랑 안에서만 교사 사역에 필요한 지혜와 능력을 얻을 수 있다.
하나님이 우리를 교사로 부르신 목적, 사랑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앎의 가장 큰 방해가 되듯, 사랑을 기본이라 묻어두고 방법을 찾는 것은 사랑을 원리로 삼는 사역의 가장 큰 방해가 된다. 나는 사역을 하면 할수록 친밀함이 없는 관계의 중심에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맡겨진 양들을 향한 사랑 없음”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지난해 사역을 마무리하면서 하나님은 나의 답답한 사역의 실체를 보여주셨다. 진리를 바르게 전하고 싶다는 열정과 진리에 대한 사모함으로 설교했지만, 내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내게 맡겨진 5학년, 6학년 학생들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세대와 학생들을 판단하고 제한하는 마음이 내면에 가득했다.
바른 지식을 가진 분들은 위에서 말한 나의 고백에서 모순되는 부분을 보았을 것이다. 바로 “진리에 대한 사모함은 있었지만 학생들을 깊이 사랑하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요한복음 21장 본문에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말씀하신다. “나를 신실하게 사랑하고픈 너의 소원을 안단다. 그렇다면 내 양을 사랑함으로 그것을 표현해주렴.”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맡겨진 양들을 향한 사랑의 연속성을 삶으로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이 연속성은 거듭된 좌절과 회복을 통해 더욱 든든해질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 하나님이 우리를 교사로 부르신 목적 또한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내가 교사와 학생들이 친해지는 방법을 말하기 전에 “사랑”을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이다. 나에게 학생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부어지자, 학생들을 생각하는 시간과 기도가 뜨거워졌다. 더욱 구체적인 사역들을 계획할 수 있었다. 더 열정적으로 설교말씀을 준비하고 전하게 되었다. 더 크고 깊은 관심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살피게 되었다.
사실 친밀함의 방법을 말해주는 책들은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다만 그 책을 찾아 읽고, 이해하고, 삶으로 살아내는 의지는 사랑의 깊이와 비례한다. 그런 면에서 사랑은 교사 사역의 핵심이자, 최고의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이 글을 읽는 교사들이 주님을 향한 사랑을 지금 맡겨진 학생들에게 표현하길 부탁드린다. 이를 위해 간절하고 절박한 기도가 드려지길 소망한다.
평범한 교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내용
교사들과 학생들이 친밀해지는 방법들(skills)을 나누기 전에 한 가지 더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 오늘날 우리는 넘쳐나는 방법들과 비례한 피상적인 관계를 보게 된다. 많은 방법들은 종이와 잉크만 낭비하고 사라진다. 국내외의 유명한 저자들이 제시하는 방법들은 올려다봐야 할 영웅담일 뿐이다. 책 속의 방법들과 글을 읽는 평범한 교사 사이에 뭔가 간극이 있어 보인다. 나는 이 부분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이 글에서 고민해 보았다.
그래서 이제부터 살펴 볼 방법들은 내가 섬기는 교회의 평범한 교사들을 인터뷰해 얻은 것들이다. 그들은 이 글의 주제를 잘 실천하고 있는 분들이다. 또한 평범한 주부, 청년, 직장인들이다. 그들이 제시하는 방법들은 이미 독자들도 실천하는 내용들도 있겠고, 마음만 있으면 당장 실천할 내용들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책과 강의, 미디어 등을 통해 얻는 수많은 방법들을 평범한 교사들이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김정희 선생님(63세, 대상 : 초 1~2학년, 교사경력 4년 반)
저는 학생들이 교회에 오면 먼저 꼭 껴안아 줍니다. 그리고 한 주의 안부를 물어봅니다. 학생들은 주중에 있었던 일을 제게 말하죠. 이때 저는 2차 질문을 합니다. “아빠, 엄마와 함께 갔었니?” 이런 질문들을 통해 학생들의 집안 분위기까지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의 성경본문을 찾아주고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해 줍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교회에 오면 먼저 저를 찾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특징을 찾아내(예를 들어 말 많은 학생인지, 수줍은 학생인지, 내색을 못하는 학생인지) 그것에 따라 관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예배 시간에는 눈빛으로 계속 학생들에게 관심을 표현하면서 예배의 태도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한 학생씩 그날의 칭찬사항을 말해주고, 이름을 부르며 기도해 줍니다.
예덕수 선생님(52세, 대상 : 초 1~2학년, 교사경력 15년)
제가 사용하는 방법은 학생들의 주일학교 생활을 담은 “바인더”입니다. 예를 들어 다은이의 바인더 첫 페이지에는 다은이의 사진에 “다은이의 주일학교 생활”을 타이틀로 디자인한 표지가 들어갑니다. 이 바인더는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부모님과의 소통입니다. 저는 통신문과 주보, 자녀들의 교회생활 등을 바인더에 끼워 보냅니다. 이를 통해 부모님께 우리의 활동을 전합니다. 이에 더하여 재미있는 난센스 퀴즈나 과제 등을 통해 부모님과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는 활동들을 만듭니다. 이렇게 선생님, 학생, 부모님이 서로 연결됩니다. 저는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는 저와 학생들과의 교제의 통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진을 많이 활용합니다. 하지만 사진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에 말풍선을 꼭 넣습니다. 저는 말풍선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지요. 학생들 또한 친구들 앞에서 못한 말을 말풍선에 담아 제게 전달해 줍니다. 한 해가 지나고 1년의 추억이 담긴 바인더를 학생들에게 전달할 때는 아쉬움과 함께 진한 감사를 주님께 드리게 됩니다.
조동석 선생님(33세, 대상 : 초 5~6학년, 교사경력 2년)
저는 학생들에게 교회라는 공간이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출하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제 자신이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다가가려고 합니다. 가능하면 작은 제스처도 아이들 스타일로 하죠. 저는 학생들에게 1.1.1법칙(1주에 1번 1시간 예배)을 가르칩니다. 이것이 실천되는 방법은 반 전체의 친밀감을 통해서입니다.
즉, ‘우리 반’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이죠. ‘우리 반’ 마인드는 많은 대화를 통해서 형성됩니다. 저는 교회 오는 이 시간, 이 자리에서만큼은 서로에게 관심을 갖자고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공과를 시작할 때 한 주에 대한 생활을 질문합니다. 아이들은 순서대로 15초 안에 대답하죠. 이런 룰은 우리 반의 대화방식입니다.
또한 학생들이 서로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때 질문과 답은 짧아야 합니다. 대화가 많아지면 학생들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지요. 이외에 야외 활동이나 운동도 양념처럼 ‘우리 반’ 마인드 형성을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우리반’ 마인드는 경건생활 계획, 출석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조원철 선생님(52세, 대상 : 중 2학년, 교사경력 중등부 33년)
저는 새로운 반이 시작될 때에 학생들의 별명을 특징에 따라 성경인물로 직접 지어줍니다. 영어로 “Paul 준혁”식으로 부르면 학생들이 참 좋아합니다. 저는 스킨십으로 마음을 전하려고 하는데, 만날 때는 항상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마칠 때는 허깅을 하고 축복의 기도를 하나님께 드립니다. 이때에 아이들이 감동으로 눈물을 흘릴 때가 많습니다. 학생들은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나이가 많지만 친구 같고 형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따뜻하게 학생들을 위로하는 자로 서고 싶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회초리는 역효과만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그들에게 친근하고 따뜻하게 다가가려는 제 모습에 마음을 열고 다가옵니다. 학생들은 특별한 방법보다는 저의 그 마음을 알고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박용주 전도사(35세, 대상 : 초 5~6학년)
현재 제가 하고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설교노트입니다. 학생들은 주일 말씀을 설교노트(요약, 감동, 적용)에 쓰고, 저는 한 주 동안 그 내용에 코멘트를 달아 줍니다. 설교노트를 대화형식의 편지로 활용하는 것이지요. 글을 보면 학생들의 마음과 생각이 읽어집니다. 또한 코멘트를 달아주면서 학생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설교노트를 이런 방식으로 사용한 결과 학생들이 제게 마음을 더 쉽게 열었습니다. 소통의 좋은 출발점이 된 것입니다.
설교노트의 내용은 심방전화 할 때, 부모님과 대화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설교노트를 통한 열매(예배 태도, 말씀요약과 적용능력 등) 또한 다양합니다. 청중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설교 준비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설교노트를 주보에 하는 것이 아니라, 설교노트 책에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게 되면 보관과 사용이 용이해져 2차, 3차 의사소통이 가능하리라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심방예배입니다. 경험한 바로 심방예배는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매우 큰 영향을 끼칩니다. 저는 담임선생님과 함께 학생들의 집에 찾아가 일반적인 심방예배를 드립니다.
예배를 드리고 나면 학생들의 공부방으로 들어가, 학생들과 독대(獨對)합니다. 책상 앞에 앉게 하고 이들의 주요 고민인 학업과 꿈에 대해 자연스럽게 나눕니다. 이때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 약한 과목, 고민, 부모님과의 관계 등을 편하게 나눕니다.
나눔의 마무리로 저는 학생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몇 가지 원칙들을 제시합니다. 특별히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먼저 기도할 것을 강조하지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대화를 간절한 기도로 바꾸어 하나님께 드리고 있습니다.
교사 자신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이번에 인터뷰한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학생들을 사랑했고,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달성하고자 하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었다. 심지어 정반대로 보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비슷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모두에게 기계적으로 통하는 한 가지 방법이란 없다. 그것을 실행할 교사와 대상인 학생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 자신과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상태에서 어떤 방법을 찾는 것은 의미와 지속성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지면을 통해 특별히 교사 자신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대상에 대한 이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는). 교사는 결코 강점으로만 일하거나, 또한 약점을 개선하는 것에 게을러서는 안 된다. 친밀함을 위한 방법을 결정할 때도 교사 자신의 은사와 기질이 잘 표현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지혜롭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계속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나는 글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강하다. 그래서 설교노트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위에서 본 한 선생님은 사진을 주로 사용하는 바인더를 활용한다.
나이가 많으신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눈높이로 대화를 주도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서로 자신들의 상황을 나눌 수 있는 대화방식을 사용하면 된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성경적인 관점으로 점검해 주면 된다. 학생들은 최소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생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요리를 잘한다면, 여행을 좋아한다면, 기도를 많이 한다면, 그 강점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사랑하면 방법이 나온다
한 선생님께 인터뷰 갈무리를 부탁드렸다. 그 선생님은 마음에 담아둔 아쉬움을 주저하며 이야기를 꺼내셨다.
“외람되지만 주위의 몇몇 선생님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선생님들이 정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치 로봇같이 의무적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헤어집니다. 학생들이 떠들어도 방관하고 있습니다.”
나도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학생들과 친밀함의 가능성을 스스로 한계 짓고, 지식전달자와 관리자로 머물러 있는 교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반대로 학생들과 친밀한 교사들의 특징은 학생들에게 민감하다. 학생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 특징에 따라 관계의 기술을 사용한다. 학생들은 그 민감함에서 교사의 사랑을 느낀다. 그 사랑을 느끼면 교사의 서투른 방법도 이해해 준다. 하지만 사랑이 없다면 마음을 열지 않는다.
사랑을 구하라. 사랑을 구하면 이미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을 표현할 방법을 구하라. 이 글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교제의 기술들을 제시해 주는 책들을 찾아 읽으라. 그 방법들 중에서 교사 각자의 장점이 드러나는 방법과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들을 고려하라.
가능하면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실천할 방법을 결정하라. 첫술에 배 부르려고 하지 말고, 한 가지가 익숙해지면 다른 한 가지를 더하는 방식으로 쌓아가라. 이 문장을 기억하라. “사랑하면 방법이 나온다.”
박용주 전도사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M. Div.)를 졸업하고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Th. M 과정 중에 있다.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 등의 CCM 작사가이기도 한 그는 오엠국제선교회 소속 중앙아시아 선교사로 섬겼으며, 현재는 목동 지구촌교회에서 소년 2부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