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클리닉

2015년 09월

청소년과의 일대일 멘토링

교회학교클리닉 오영민 목사_ 아름다운교회

교회학교의 위기, 청소년 멘토링 사역 필요
수년 전 한 기독교 잡지에서 미국과 한국 교인들을 대상으로 회심의 시기를 조사한 통계 자료를 본 적이 있다. 그 자료에 의하면 교인들은 주로 아동·청소년기와 청년기에 회심했다. 하지만 그 통계가 지금도 유효한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현재 교회학교 인원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고, 그 어느 때보다 교회학교가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위기란 것은 단순히 수치의 감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 위기는 신앙인들이 개인 신앙에 대한 분명한 고백, 하나님과 인격적 관계 형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무적으로 예배 참석만 하는 것이다. 이는 그들을 형식적인 종교인으로 고착화시킬 수 있다. 청소년들의 경우, 청소년기를 지나면 자연스럽게 교회를 떠날 수도 있다. 이 같은 위기를 직시한 교회는 현재 교회학교를 살리기 위해 예산 투자를 비롯한 여러 가지 대안 마련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일대일 멘토링 양육은 개인의 생각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대안으로 꼭 필요한 사역이다. 

 

청소년 관계 맺기와 영향력의 기회
먼저 사전적 의미의 ‘멘토’(Mentor)란 ‘현명하고 신뢰할 만한 조언자, 교사’라는 뜻이다. ‘멘토리’(Mentoree)란(혹은 멘티) ‘기꺼이 배우는 학생이며 추종자’다. 멘토링 전문가 밥 빌이라는 사람은 “멘토링이란 당신이 좋아하고, 함께 있기를 즐기며, 신뢰하고 승리하는 삶을 소망하는 그 누군가와 관계 맺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하워드 헨드릭스는 “가장 훌륭한 멘토는 우리의 영혼을 양육시키고 우리의 성품을 빚어 준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멘토링을 정의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멘토링에 관한 그들의 공통적인 핵심은 ‘관계와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 안에서 멘토링적 관계를 맺고, 신앙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관계들이 있다. 교육부서의 교사와 교역자들은 이미 멘토링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 접촉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사역은 ‘관계 맺기’로부터 시작한다. 관계 맺기에 실패하면 아무리 좋은 말씀이 선포돼도 학생들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말씀으로 여겨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는다.
반면 관계 형성에 성공했다 할지라도 신앙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면 진정한 영적 변화를 바라기는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 멘토링 양육 사역은 청소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좋은 만남이자 더 없는 사역의 기회다.

 

청소년 멘토링의 시작 배경
아름다운교회는 개척 초기부터 철저하게 멘토링을 통해 성장해 왔다. 아름다운교회에서 몇 걸음만 더 걸으면 대형 교회가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교회가 위축되지 않고 30년이 흐른 지금까지 지역 교회로 영향력 있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종포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 중 하나가 바로 한 사람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우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회 초기부터 시작한 멘토링 사역과 제자훈련 사역이 지금까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특히 멘토링 사역은 50명이 넘는 평신도지도자들을 통해 대부분 이뤄지고 있다. 청소년 일대일 멘토링 사역은 이렇게 준비된 토양 위에서 교회의 당연한 사역으로 인식됐기에, 진행할 수 있었다.
7년 전 내가 아름다운교회에 부임해 청소년 사역을 시작했을 때도 이미 전(前) 사역자에 의해 청소년 멘토링 양육 사역이 진행되고 있었다. 멘토링 교사훈련으로 교사가 자신의 반 학생들을 멘토링하는 시스템이 갖춰 지고 있었다.

 

목마른 자가 마르지 않는 생수의 참맛을 안다
아름다운교회 성도라면 멘토링 훈련은 필수 과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압적으로 받게 하지는 않는다. 처음 청소년 멘토링을 시작할 때 5주차 등반한 학생을 데리고 반강제적으로 했던 적이 있었는데, 결국 마지막 주차까지 진행하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둬야 했다.
학생들 중에는 단순히 친구 관계 때문에 예배에 출석하는 경우가 많다. 또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출석하기 때문에 진리에 대한 목마름이나 하나님과 성경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아이들은 거의 없다. 그런 상태에서 멘토링을 하다 보니, 본인도 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복음을 충분히 설명해도 그것이 자기 내면에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마지못해 대답하는 경우도 많다.  
예배 출석을 제대로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멘토링 1주차 과정을 시작한 학생이 있었다. 대답도 잘하고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 마지막까지 열변을 토하면서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영접을 시도할 때는 예수님을 믿겠다고 고백했고, 내일부터 교회에 나오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진심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믿는 척했지만, 내면의 변화로는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학원과 학교 스케줄 때문에 힘들다는 핑계를 대며 지금까지 예배에 나오지 않고 있다. 나중에 그 학생의 어머니를 통해서 들었던 말은 “우리 ○○○는 예의상 대답을 잘하고,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해 주는 아이예요. 목사님, 그 아이 대답을 있는 그대로 다 믿으시면 안 돼요”였다. 이 말을 들으면서 그 학생에게 실망하기도 했지만, 생각해 보니 학생의 입장도 조금 이해가 됐다.
나는 이런 경험을 몇 차례 하고 나서 나름대로 멘토링 원칙을 정했다. 먼저 멘토링 신청을 받을 때는 본인이 신청하고 최소한의 의지가 있는지 확인한다. 그래서 주보를 통해 멘토링 훈련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멘토링 교육을 받기 원하는 학생은 철저하게 본인이 신청해 교역자와 시간을 정한다. 교사나 학부모의 권유로 교육을 받는 게 가능하긴 하지만, 복음을 듣고 반응해 신앙이 성장하도록 안내하는 과정은 분명 본인의 의지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자 멘토리(학생) 스스로 약속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돼 마지막 주까지 성실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청소년 멘토링의 개요와 다루는 내용들
보통 장년 멘토링은 7~8주 정도 진행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기간이 있으므로, 가능한 5주 정도로 진행한다. 장소는 주로 교회 소그룹실을 이용하고, 때에 따라서는 직접 학생의 집으로 찾아가기도 한다.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로 총 1~5주간 진행한다. 내용은 1주차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제외하고는 4개의 주제를 갖고 진행한다. 주차에 따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주차: 오리엔테이션 - 네 마음을 열어줘
2주차: 신앙의 출발 - 구원이 도대체 뭐야?
3주차: 성장의 생활 - 신앙은 자라나는 거야
4주차: 교회의 생활 - 교회란 무엇일까?
5주차: 경건의 생활 - Q·T 배워 보기

 

멘토링은 보통 총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멘토링 시간 배정은 10분 정도 안부를 묻는 편안한 대화를 나눈 후, 10분 정도 찬양하고 1시간 정도 멘토링 강의를 진행한다. 마지막 10분은 마무리와 기도시간을 갖는다.
1주차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멘토링을 하는 기간과 대략적인 소요 시간, 그리고 만남 횟수, 약속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 준다. 청소년 멘토링을 할 때 1주차 오리엔테이션은 매우 중요하다.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해서 쉽게 하고 간단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교역자가 청소년 개인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평소 주일예배 설교를 통해 학생들과 만나기는 하지만, 그것은 일대 다수로 만나는 것이지 일대일이 아니다. 교역자와 학생이 멘토와 멘토리로 만나면 그 관계는 훨씬 가까워지고 신앙적인 고민 상담으로까지 연결된다. 오리엔테이션 때에는 멘토링을 신청한 동기부터 시작해 멘토리에 대해 최대한 알 수 있는 질문들을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퀘이커교도들이 사용하는 질문법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차가웠던 시간, 힘들었던 때와 반대로 가장 따뜻했던 시간, 행복했던 추억이나 기억들을 나눈다. 그러면서 멘토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진지하게 반응하면서 대화의 깊이를 더해 간다. 나아가 앞으로의 진로와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진로 상담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러고 나서 멘토링을 통해 기대하는 것과 기도제목을 듣고 함께 기도하면, 학생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알게 된 학생의 이야기들을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알린다. 멘토링은 무엇보다 기도가 중요하고 기도로 준비해야 한다.
2주차부터는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한다. 모든 멘토링 강의 내용은 『멘토링 사역론과 그 실제』(김종포 목사 저)의 내용을 기초로 해, 학생들의 상황에 맞는 예화를 조금 추가하거나 설명을 덧붙인다. 2주차는 전체 멘토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멘토링의 1차 목적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고, 2차 목적은 상대방이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하는 과정에 이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복음에 대해 아는 것 같지만, 일대일로 만나 대화하다 보면 자기 신앙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하는 학생은 몇 안 된다. 강단에서 여러 번 복음 설교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신앙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죄와 구원 문제에 대해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거나 죄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도 많았다.
1시간 이상 죄와 구원 문제를 다루면서 마지막 영접 단계에 이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예수님을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고백한다. 그러면 영접기도를 따라하게 하고, 2주차 멘토링 강의를 마친다. 그러고 나서 주중에 읽을 성경 분량(요한복음)을 정해 주고, 다음 주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무리한다.
그런데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마지막 영접 단계에서 머뭇거리거나 좀 더 생각해 보겠다는 학생도 더러 있었다. 그것은 예수님을 믿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믿고 싶은데 아직은 완전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과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만화로 보는 차마 신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박영덕 저) 라는 책을 선물하고, 다음 주에 만날 때는 3주차 강의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브릿지 일러스트레이션, 개인간증전도, 성경인물예화)을 통해 예수님을 계속 소개해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2주차에서 영접 단계까지 잘 마무리되면 3주차부터 마지막 5주차까지 진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수월하다. 예수님을 제대로 영접했다면 하나님과 말씀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3주차에는 『수레바퀴 예화』, 『말씀의 손 예화』를 통해 신앙성장에 필요한 요소들을 간단하면서도 기억하기 쉽게 전달한다. 4주차에는 교회의 정의부터 교회의 역사, 출석, 봉사, 헌금에 이르는 교회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나눈다. 그리고 마지막 5주차에서는 경건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와 큐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큐티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누며 마무리한다.
5주차 경건의 생활을 마치고 난 후에는 『하나님의 임재연습』(로렌스 형제 저)이라는 책을 선물하며, 하나님과 누리는 관계의 풍성함을 설명한다. 이렇게 5주간의 멘토링이 마무리되면 멘토리와 함께 식사하며 친밀한 관계를 이어간다.

 

멘토링 양육 이후 청소년들의 변화
청소년과 일대일로 어떻게 1시간 30분 동안 멘토링할 수 있냐고 묻는 이들이 있을 것 같다. 오리엔테이션을 통해서 충분히 마음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첫 번째 비결이고, 두 번째는 파피루스(종이)를 통해 강의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리적 전개와 예화를 통해 쉽게 전달되는 강의는 지루할 틈이 없다.
멘토링 양육 이후 학생들의 신앙은 자발적으로 자라 간다. 신앙의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일주일에 한 번 교회 나오는 것으로 만족했던 학생이 일상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주일 목장 모임에서 은혜의 삶을 나누게 된다.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고 의심했던 학생이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해 고백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원 이후의 삶에 대한 성화와 성장, 책임 있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설교를 해도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조금씩 가능해진다.
멘토링 양육 이후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지 않은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복음의 내용을 진지하게 나누고, 복음을 한 번이라도 확실하게 들은 것만으로도 그 씨앗은 하나님의 때에 열매로 나타날 것이라 기대한다.
또 다른 변화는 멘토리에서 멘토로 변화한 것이다. 중등부에서 멘토링 양육훈련을 받은 학생들이 고등부로 올라가서 학생 리더로 섬기며, 고등부에서 훈련받은 학생들은 청년부에서 다양한 사역을 감당한다. 그리고 나아가 교회학교 교사로 세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바로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또 다른 멘토로 서 가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멘토링을 통해 가장 큰 변화를 느끼는 것은 바로 멘토 자신이다. 단순히 주일 사역과 교회 행정에 머무르는 사역을 할 때는 사역자로서의 정체성마저 흔들릴 때가 더러 있었다. 그러나 청소년 멘토링 사역을 시작한 후에는 한 사람의 가치를 붙들면서 다시금 하나님의 부르심과 복음의 능력을 경험하게 됐다. 한 영혼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 영혼의 변화와 성장을 바라보는 것만큼 기쁘고 보람된 일은 없다.
다수를 위한 사역도 충분히 필요하고 효과가 있지만 이렇게 일대일로 만나는 사역을 병행한다면 더욱 많은 사역의 열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을 붙들고 씨름하는 것이 때론 시간 낭비처럼 보이겠지만, 한 영혼의 가치를 알고 한 영혼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면, 그 한 영혼을 통해 또 다른 영혼이 그리스도의 제자로 반드시 세워질 것이다.

 

 

 


오영민 목사는 침례신학대학교와 동대학원(M.Div.) 졸업했으며, 현재 아름다운교회 교육목사와 고등부 담당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