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컨설팅

2014년 02월

제자훈련 받은 성도를 편애한다고 오해 받는다면?

제자훈련컨설팅 오생락 목사_ 하늘평안교회

Q) 저는 작은 교회 담임목사입니다. 사람을 세우는 사역에 뜻을 품고, CAL세미나를 수료한 뒤 제자훈련을 하려고 여러 해를 준비하다가, 드디어 2년 전 다섯 명의 성도와 함께 1기 제자훈련을 은혜롭게 마쳤습니다. 또 연이어 훈련생 여섯 명과 2기 제자훈련을 작년에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교인들로부터 담임목사님은 제자훈련 받은 성도들만 좋아하고, 그들하고만 교회 사역을 한다는 볼멘소리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교회가 작다 보니, 훈련받지 않은 교인들의 시샘이 단순한 투정이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나 올해도 훈련은 진행해야 하는데, 훈련받지 않은 이들의 그런 불평 때문에 훈련을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훈련받은 이들을 교회 각 봉사부서에서 제외할 수도 없어서 고민입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우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 사람 철학을 가지고 2기까지 제자훈련을 진행하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교회가 크든 작든, 훈련생이 많든 적든, 제자훈련이 쉬운 목회자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제자훈련이 정착되기까지는 교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많은 장애물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늘평안교회도 14년 전 처음 제자훈련을 시작했을 때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훈련생 모집의 어려움, 훈련 중에 나타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 훈련생 간의 갈등, 훈련생과 훈련생이 아닌 이들 간의 갈등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과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하늘평안교회 제자훈련 사역이 될 수 있었습니다. 목사님이 섬기시는 교회도 지금의 문제와 갈등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을 믿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훈련받지 않은 성도들이 가진 불만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파악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목사님의 말씀처럼 담임목사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서, 또는 사역에서 소외되는 것이 두려워서 불평할 수도 있겠지만, 제자훈련 자체가 부담스럽고 싫어서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소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담임목사님이 제자훈련 받은 성도들만 좋아한다는 시샘은 제자훈련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이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 시샘이 없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아예 공식적으로 제자훈련생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 것이라고 선언하고 제자훈련을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훈련생들도, 훈련생이 아닌 이들도 그런 관심과 사랑을 당연시합니다. 하지만 제자훈련 초기에는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훈련받지 않은 성도들에 대한 대안도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자훈련 전 단계(양육반)를 개설해 담임목사와 함께하는 행복한 소그룹을 경험하게 하거나, 훈련생들이 아직 훈련받지 않은 이들에게 정성 어린 편지나 선물을 전달하는 과제물을 내줘 서로 간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둘째, ‘과도기’도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어떤 일이든 과도기가 있듯이 제자훈련도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훈련받은 사람에게만 사역을 맡기려고 하면 훈련받지 않은 성도들의 불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일정 기간은 훈련받지 않은 성도들에게도 순장이나 기관(부서)의 리더 사역을 맡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 교회의 경우 처음에는 순장의 자격을 제자훈련의 수료 여부에 두지 않았습니다. 비록 제자훈련을 받지 않은 분들이라 할지라도 은사가 있는 분들은 순장으로 임명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훈련받지 않은 순장들은 훈련을 받거나 순장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교회 안에는 아직 훈련받을 상황이 안 되는 분들, 훈련은 받고 싶지만 제자반이 개설되지 않아서(예를 들어 여성직장인반) 받지 못하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그분들을 소외시켜서는 안됩니다. 사역을 맡길 때 과정이나 과도기를 무시하지 말고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훈련받지 않은 성도들의 불만이 해소될 것입니다.
셋째, 훈련생들이 ‘작은 예수’가 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훈련생들이 예수님을 닮은 모습으로 가정, 교회, 사회를 섬기는 것을 보여주면 훈련받지 않은 성도들의 불만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제자훈련이 교회의 리더가 되는 과정으로 전락해 버리거나, 파벌을 형성하는 것으로 변질되면 훈련생과 훈련받지 않은 이들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훈련받지 않은 성도들의 불만은 점점 더 커집니다. 심지어 ‘제자훈련 무용론 또는 폐지론’까지 나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넷째, 훈련받지 않은 성도들에게 제자훈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갖게 해야 합니다. 성도 중에는 제자훈련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못 받겠다는 분들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제자훈련은 어렵다’는 생각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그래야 각오도 그만큼 단단히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훈련을 통한 기쁨과 감격과 은혜가 훈련의 어려움보다 몇 배, 몇십 배 더 크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꼭 제자훈련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합니다.
하늘평안교회는 작년 하반기에 시작된 ‘늦깎이 제자반’이라는 별명을 가진 제자반이 있습니다. 훈련생 대부분이 우리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신 지 10년 가까이 되는 분들이고, 가장 오래된 분은 15년이나 됐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제자훈련을 목회의 본질로 삼는 교회에서 10년 이상 훈련받지 않고 신앙생활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겠습니까? 교회에서 ‘제자훈련’ 얘기만 나오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고 할 정도로 제자훈련에 대한 콤플렉스(?)가 강했던 분들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 아내가 인도하는 제자반에서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게 훈련을 받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성도들의 제자훈련 시기(時機)까지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게 됩니다.
훈련받지 않은 성도들이  ‘나도 꼭 제자훈련을 받고 싶다’고 느낄 정도의 긍정적인 소외감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더 심해지면 강한 불만을 표출하거나 교회를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시고 ‘냉정과 열정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제자훈련을 받지 않는 이들의 시샘과 갈등의 어려움을 잘 극복한 이후, 제자훈련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목사님의 간증을 듣는 날이 속히 오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생락 목사는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신학석사학위(Th. M.)를 받았으며, 하늘평안교회(구 춘천시온교회) 담임목사와 강원 CAL-NET 대표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