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컨설팅 장관익 목사_ 전주사랑의교회
주위의 많은 교회들이 제자훈련을 통해 부흥하며 놀랍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렇지만 내가 이 글을 쓴다는 것은 솔직히 무척 괴롭고 힘든 일이다. 2012년 한 해를 돌아봤을 때 목사 자신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목회의 본질이 제자훈련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 했지만, 여전히 교회는 별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일 출석수는 연초에 출석하는 수와 비슷하고, 부끄럽게도 “나 제자훈련 받았다”라는 자부심만 심어준 사람만을 배출한 것 같아서 더욱 힘이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고 청탁을 거절하고 많이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래, 내 이야기를 듣고 한 사람이라도 공감하고 도움을 얻게 된다면 감사할 일이다’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보며
‘제자훈련만이 본질이고 이에 목숨을 걸어야 진정한 목사이지 않느냐’는 마음으로 제자훈련에 미쳐야겠다고 각오하면서 이 길을 들어선 지가 벌써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나 스스로를 돌아볼 때, ‘제자훈련에 은사가 없거나 지혜가 부족해서 변화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을 갖고 있고, 그런 사실에 대해서 굳이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제자훈련을 적당히 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다. ‘제자훈련 안 하면 목회하지 않겠다’는 것만은 항상 분명히 하고 싶은 마음이다. 또한 누가 뭐래도 제자훈련이 교회를 교회답게 하고, 한 영혼 한 영혼을 놓고 생명을 거는 것이 목회의 본질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어차피 이미 이 길에 들어섰고 제자훈련만을 생각하며 먼 길을 달려왔기에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다.
아무래도 올 겨울은 더 혹독한 추위 속, 깊은 광야에서 제자훈련 지도자로서 나 자신을 점검하고 새롭게 돌아봐야 할 것 같다. ‘허겁지겁 훈련 시간에 임하지는 않았는지,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눈물로 기도했는지, 사람을 키우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위해 사람을 도구로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삶의 변화를 보며 좋아했을 뿐 그 다음에 따라와야 할 성장과 성숙에 대한 후속 조치가 소홀하지는 않았는지’를 돌아봐야겠다.
자가진단을 위한 10계명
제1계명: “은혜를 체험하라”
목사는 은혜를 받아야 한다. 은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은혜를 잘 모르는 목사가 제자훈련에 성공하는 예는 없다. 예수님이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고 내 죄를 용서해주셨다는 사실 때문에 가슴이 뜨겁고 감격스럽고 벅차서 정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은혜를 받은 경험이 있는 목사는 제자훈련을 잘한다. 지도자가 은혜를 받아야 은혜를 나눌 수 있다.
제2계명: “제자훈련에 마지막 승부를 걸라”
실패를 많이 한 목회자일수록 제자훈련을 잘한다. 이렇게도 해보다가 실패하고 저렇게도 해보다가 실패해서 마지막으로 제자훈련에 매달리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아주 높다. 왜냐하면 이제 제자훈련이 아니고는 소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눈팔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헌신한다. 제자훈련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제3계명: “분명한 평신도 철학을 정립하라”
성경에 보면 교역자와 평신도는 신분상 높고 낮음의 차이가 없다. 은사의 차이도 없다. 단지 직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수님께서 맡기신 직분이 다른 것뿐이다. 그러므로 제자훈련을 잘하려면 평신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과 똑같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무것도 모르는 아주머니 한 분을 앉혀놓고도 땀을 흘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예수님의 제자를 만들겠다고 헌신할 수 있다.
제4계명: “충분하고 철저한 준비를 하라”
제자훈련은 상당히 어려운 테크닉을 요구한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제자훈련이다. 강의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내가 열심히 준비해서, 암기해서 말하면 되니깐 말이다. 설교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제자훈련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 10여 명이 둘러앉아서 1~2년 동안 하나님의 말씀을 나눈다고 생각해보라. 잘못하면 잡담이 되어버리거나 목사 혼자서 외치는 설교가 되어버린다. 그러므로 소그룹을 인도하는 것은 상당한 테크닉이 필요하고, 인도자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제5계명: “한 우물을 파라”
물이 나올 때까지 한 우물을 파야 한다. 제자훈련 하는 교회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할 시간적인 여유나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기웃거리는 사람은 제자훈련에 성공할 수 없다. 제자훈련을 하다 보면 때로는 지금까지 무리 없이 해오던 목회의 한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제자 삼는다’는 분명한 사명에 입각해서 꼭 필요한 프로그램만을 남기고 제자훈련에 집중해야 목회가 산다. 이것이 사명 지향적 목회다. 목적이 이끄는 교회다. 특별히 교회의 규모가 작을수록 목회의 핵심에 집중해야 한다.
제6계명: “인내하라”
제자훈련은 마라톤과 같다. 단기간에 어떤 결과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제자훈련 하는 목회자는 인내하면서 초지일관해야 한다. 제자훈련에서 열매가 맺히려면 적어도 4~5년 동안 최선을 다해 헌신해야 한다. 지금 당장 열매가 보이지 않더라도 씨를 뿌리고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더운 여름날 땀을 흘리는 농부와 같이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 한 번 터지기만 하면 엄청난 결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제자훈련은 언젠가 터질 폭탄을 제조하는 것과 같다. 바로 이것이 주님의 방법이었다. 주님께서도 이 땅에서 사역하시는 동안 인내하면서 12명의 제자를 훈련시키셨다.
제7계명: “희생하라”
제자훈련을 하면 참 재미있다. 그 기쁨 때문에 정신없이 목회하게 된다. 잘못하면 쉬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제자훈련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병이 들어 너무 일찍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목회자들이 있다. 제자훈련이 너무 재미있어서 헌신하다가 어느 날 아침 에녹처럼 천국에 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선한 목자는 자기 양떼를 위해서 목숨을 버린다”고 했다. 선한 목자는 자기를 희생하고 버린다. 희생하는 사람은 성공한다.
제8계명: “사람을 사랑하라”
영혼 하나하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제자훈련을 하지 못한다. 그 사람의 학력을 사랑하지 말라. 그 사람의 부유함을 사랑하지 말라. 그 사람의 인물 좋은 것을 사랑하지 말라. 그 사람의 영혼을 사랑하라. 영혼을 사랑하는 사람은 제자훈련에 성공한다. 제자훈련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어떤 결과를 위해 사람을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 교회 성장이라고 하는 야망을 이루기 위한 희생물로 만들지 말라.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 진정한 제자훈련이 이루어지고 진정한 삶의 변화와 부흥을 경험하게 된다.
제9계명: “성령의 은혜에 전적으로 의지하라”
제자훈련은 성령께서 열매 맺게 하시는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제자훈련을 열심히 시켜도 성령이 역사하지 않으면 씨를 뿌려놓고 물을 주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성령에 의지하는 목회자는 열심히 기도한다. 제자훈련 한다고 바쁘게 지내면서 무릎 끓는 시간을 잃어버리면 은혜도 없고 사랑도 없는 정말 딱딱한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바울이 고백한 것처럼 “내 속에서 능력으로 역사하시는 이의 역사를 따라” 제자훈련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제10계명: “평신도 동역자와 일하기를 좋아하라”
나 혼자 일하기 좋아하는 목사는 제자훈련 하지 못한다. 평신도를 제자훈련 시켜서 자신과 함께 일하는 동역자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제자훈련을 잘한다. 건강한 교회는 목사 혼자서 뛰지 않는다. 수많은 평신도 지도자들이 함께 목회하는 교회는 건강하다. 이제는 ‘독불장군’식으로 목회해서는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평신도 동역자를 세워 그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일반적인 현상이겠지만 경험이 점점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배운 것과 실제로 사는 것의 간격이 커지고, 게다가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자가진단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현장에서 느끼는 솔직한 고백이다. 마치 전력이 다 떨어진 건전지를 충전하려면 외부로부터 강력한 힘이 필요하듯이 나에게도 재충전,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은 제자훈련 인도자로서 늘 곁에 두어야 할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평신도를 깨운다』와 CAL세미나 강의 CD들, 그리고 <디사이플>잡지다.
이번 겨울, 제자훈련을 기도하며 준비하기 위해서 고(故) 옥한흠 목사님의 글을 함께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요약해서 인용하려 한다. “성공적인 제자훈련을 위한 10계명”이다(평깨 2000년 9-10월호 44호).
이런 십계명을 마음에 두고 목회하면 분명히 제자훈련에서 열매를 맛보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이 제자훈련을 위한 십계명은 제자훈련의 다림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피곤하고 지치고 힘든 사역의 현장을 떠나 눈 쌓인 기도원에서 며칠을 보내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재정비하는 것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비록 2012년 제자훈련 수료생들만 배출한 듯한 허탈함이 있지만, 계속해서 이 길을 걸어야 하는 제자훈련 목회자로서 뼛속 깊이 새겨진 ‘제자’와 ‘광인’이라는 단어를 숙명처럼 안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 28:20)고 하신 주님이 계시기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감사한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기대한다. 이 땅의 목회 현장마다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있기를 바란다.
장관익 목사는 전남대 법과대학과 총신대신대원을 졸업했다. 이후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11년간 부교역자로 섬겼고, 현재 미국 Fuller Seminary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전주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