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실패담 정안민 목사_ 이천 주사랑교회
1989년에 제자훈련을 시작해 어느덧 25년이 흘렀다. 한 분야에 이 정도 전념했으면 세상에서 ‘고수’, ‘대가’, ‘달인’ 소리를 들을 만한데, 한 사람을 세우는 제자훈련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부족한 것뿐이다.
지도자의 과욕이 훈련을 망친다
내가 제자훈련을 하면서 소위 실패처럼 느껴져 낯부끄러웠던 적이 어느 때였던가? 교회를 개척해 4개월이 되었을 무렵, 남녀 한 반씩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일할 일꾼이 없었던 터라 빨리 제자훈련을 해서 동역자를 세우고 싶은 의욕이 컸다. 그래서 서둘러 제자훈련을 시작했고, 대단한 열정과 의욕을 갖고 훈련생을 지명 선발해 훈련받게 했다.
외적으로는 어느 정도 갖춰진 훈련생들이었기에, 훈련하면 신실한 제자로 태어날 것이라는 큰 기대를 갖고 강하게 훈련을 시켰다. 사랑의교회 부목사로 제자훈련을 할 때보다 더 엄하게 훈련했다. 훈련생들이 해내야 할 과제물도 더 많이 내줬다. 그리고 과제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그만큼 벌금을 부여했고, 어떤 일이 있어도 과제물을 꼭 해내도록 강하게 압박했다. 과제물 스트레스로 훈련 당일, 당뇨 수치가 최고치로 올라가는 훈련생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도자의 의욕과 기대치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먼저 시험에 든 사람은 지도자 된 나 자신이었다.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훈련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못했다. 그들을 향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심지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 훈련생들을 사랑할 마음마저도 사라져 갔다. 또한, 훈련생들의 원성이 높아져만 갔다. 제자훈련이 은혜롭고 너무 좋다는 말보다 ‘훈련이 힘들다’, ‘훈련이 너무 세다’라는 말이 더 많이 나왔다.
훈련 시간이 되면 다 같이 긴장했고, 주눅이 들었다. 지도자의 지나친 의욕이 은혜로워야 할 제자훈련을 고난의 행군처럼 느껴지게 했던 것이다. 지도자의 의욕이 제자훈련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과중한 과제물을 내주는 것이 제자훈련을 잘 시키는 것도 아니다. 제자훈련은 은혜 가운데 인격적인 성숙과 삶의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데 지도자의 지나친 과욕이 제자훈련을 망쳤던 것이다.
훈련생 선발의 실패가 훈련을 망친다
제자훈련의 성패는 훈련생을 선발하는 데서 좌우된다. 제자훈련을 하는 목적을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평신도지도자를 세우는 데 그 훈련의 목적을 둘 것이냐? 하는 것이고, 아니면 전 성도를 양육하는 데 훈련의 목적을 둘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 목적에 따라 훈련생 선발 기준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만일 제자훈련을 평신도지도자로 세우는 과정으로 본다면, 훈련생 선발 기준이 높고 까다로워야 한다. 또, 제자훈련에 들어오기 전에 반드시 양육 훈련 과정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전 성도를 양육하는 과정으로 제자훈련을 한다면 훈련생 선발의 기준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도 된다.
평신도지도자 훈련 과정으로 제자훈련을 한다고 하면 중대형 교회는 훈련생을 선발하는 데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지만, 300명 이하의 작은 교회는 훈련생을 매년 선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다소 갖춰진 바가 부족해도 훈련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거기서 오는 문제는 심도 있게 제자훈련을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한번은 훈련생이 부족했다. 몇 년을 더 기다린다고 해도 훈련생 상황이 더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어 보였고, 매년 행하는 제자훈련을 중단할 수 없어서 선발 기준을 완화했다. 그 결과 그해 제자훈련은 제대로 되지 않아 낭패를 봤다. 그 나름대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고, 분위기 좋은 제자훈련은 됐지만, 강한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우지는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편중된 격려와 칭찬이 훈련을 망친다
같은 내 손이지만 긴 손가락도 있고 짧은 손가락도 있듯이, 제자훈련을 하다 보면 특별히 돋보이는 훈련생이 있다. 훈련을 시작할 때는 완전히 초짜였지만, 한 과 한 과를 학습하면서 성숙해 가는 모습을 보니 그를 격려하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한 사람이나 몇 사람에게 지나치게 편중된 격려와 칭찬은 다른 훈련생들의 질투와 시기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한번은 내 실수로 많은 변화와 성숙을 보여준 자매를 드러내놓고 자주 칭찬했다가, 다른 훈련생들 사이에 가십 대상이 돼 훈련 분위기가 어색해진 적이 있다. 이처럼 한 사람 또는 몇 사람에게 편중된 격려와 칭찬은 다른 훈련생들의 마음을 어렵게 만들기에 편애처럼 보이는 지나친 격려와 칭찬은 삼가야 한다.
사실, 제자훈련을 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말함은 적절하지 않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사람 눈높이에 불과하다. 나는 경험을 통해서 확신한다. 제자훈련에 실패는 없고 오직 성공만 있다는 것이다. 제자훈련을 하면 성령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해 훈련생 한 사람 한 사람을 가르치시고, 깨닫게 하시며, 몸소 행하도록 하신다.
그리고 훈련생의 인격적인 면과 영적인 면을 다듬고 깨뜨리시며 변화시켜, 결국 훈련생을 온전하게 해,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워가도록 이끄신다. 그런즉 제자훈련에서 있지도 않은 실패를 두려워하며 주저하지 말고, 무조건 목회 현장에서 실행하라. 그리하면 큰 유익이 있으리라.
정안민 목사는 총신대 신대원과 풀러신학교 목회학 박사(D.Min.)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경기지역 CAL-NET 총무로 섬기고 있으며, 이천에서 주사랑교회를 개척해 담임목사로 시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