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사이플소식 이수영 기자
한 사람 목회철학으로 온전한 제자를 세워 가는 교회
제9회 은보혜강상 수상자 인터뷰
은보 옥한흠 목사 기념 사업회(이사장: 오정현 목사)는 매년 한 사람 철학을 갖고 주님의 온전한 제자를 세우고자 노력한 교회와 목회자에게 은보혜강상을 시상하고 있다.
은보혜강상은 2013년 제1회 시상식을 시작하면서 ‘은보상’으로 시상해 왔으며, 제8회 시상식이 열린 2023년부터는 고(故) 은보(恩步) 옥한흠 목사와 혜강(惠江) 오정현 목사의 호를 따 ‘은보혜강상’으로 명칭을 바꾸어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1회 신일교회(담임: 이권희 목사), 꿈이있는교회(담임: 반기성 목사), 통영 한우리교회(담임: 오석준 목사)에 이어 제2회 모자이크교회(담임: 정갑준 목사), 고성 삼산교회(최학무 원로목사), 하늘평안교회(담임: 오생락 목사), 제3회 목포 빛과소금교회(조현용 원로목사), 시드니 실로암장로교회(담임: 류병재 목사), 은평성결교회(한태수 목사, 현 사랑과감사교회), 화평교회(최상태 목사, 현 흩어진화평교회), 제4회 푸른초장교회(담임: 임종구 목사), 제5회 새로남교회(담임: 오정호 목사), 인천 은혜의교회(고(故) 박정식 목사), 제6회 대전새중앙교회(이기혁 원로목사), 제7회 남가주사랑의교회(담임: 노창수 목사)가 은보상을 수상했으며, 제8회 송내사랑의교회(담임: 박명배 목사), 익산 예안교회(담임: 오주환 목사)가 은보혜강상을 수상했다.
제9회 시상식이 열리는 2024년에는 제자훈련 목회철학으로 30여 년 동안 제자훈련을 해온 전주새중앙교회(담임: 홍동필 목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은 제3회 한국교회 섬김의 날 둘째 날인 10월 22일에 열렸다. 이에 전주새중앙교회 홍동필 목사의 수상 소감과 함께 그의 목회 인생을 조금이나마 엿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수영 기자>
제9회 은보혜강상 수상자 인터뷰
“살아서 사역함이 은혜, 모든 일은 하나님께서 이루심을 믿으라”
홍동필 목사(전주새중앙교회)
Q. 수상 소감을 부탁드린다.
기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일선에서 열심히 제자훈련을 하며 목회하는 선후배 동역자들을 생각하면 ‘내가 상을 받을 자격이 있나’ 하는 마음에 부끄럽고 미안하기만 하다. 나는 젊은 시절 고(故) 옥한흠 목사님과 최홍준 목사님(現 국제목양사역원 대표, 호산나교회 원로)을 통해 제자훈련의 이론과 실제를 잘 배울 수 있었다. 그 결과 전주새중앙교회라는 좋은 교회를 이룰 수 있었음이 감사할 뿐이다.
Q. 제자훈련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나는 최홍준 목사님께서 개척하신 부산 호산나교회에서 1988년부터 부교역자로 사역을 시작하면서 제7기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를 수료했다. 600명이 조금 넘던 성도가 6년 만에 1,800명이 될 정도로 부흥하는 교회에서 정말 재미있게 제자훈련 목회를 했다. 당시 최홍준 목사님께서는 간경화로 쓰러지시면서까지 제자훈련과 순장반을 놓지 않으셨다. 곁에 정말 좋은 본이 되는 모델이셨기에, 더욱 제자훈련에 확신을 갖고 매진할 수 있었다.
Q. 전주새중앙교회에 제자훈련이 정착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 전주새중앙교회에 부임해 보니, 환경이 너무 척박했다. 우리 교회는 길도 제대로 없는 무덤 사이에 어설픈 양철 십자가만 덩그러니 달린 채 서 있었다. 몇 명 안 되는 성도를 붙잡고 새가족반을 마친 후, 반드시 제자훈련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훈련생을 모집했다. 남자반과 여자반이 한 반씩 개설이 됐는데, 여자반에는 한글을 모르는 분도 계실 정도로 훈련 여건이 좋지 않았다. 그저 앉아만 계시라는 마음으로 훈련을 시작했을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 정작 열심히 훈련받고 나오면서 “훈련은 훈련일 뿐 현실은 이렇게 못 산다”라고 말하며 전체 분위기를 망가뜨리는 훈련생도 있었다. 그 고비를 넘기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이후 모집한 2기 훈련생 3명은 모두 장로로 세워져 지금도 열심히 사역하고 있다.
Q. 제자훈련이 교회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나는 배운 대로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제자훈련을 했다. 그러다 보니 훈련생들이 엄청난 양의 숙제에 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 하던 대로 서로의 집을 들락거리며 이 말, 저 말 나누다가 결국 남의 험담으로 귀결되곤 하던 습관이 사라지고, 그것이 교회 문화로 정착됐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지금도 별말이 없다. 남의 말이 잘 돌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사역을 한다고 하면 제자훈련에서 배운 자세대로, 가타부타하지 않고 말없이 순종하는 훌륭한 성도들이다.
Q. 어떤 영역에 중점을 두고 제자훈련을 인도하는가?
나는 학교에 가면 지식을 배워야 하며, 군대에 가면 나라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하며, 교회에 오면 성경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성경을 배워 예수님을 닮아야 할 것 아니냐고 늘 강조한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매년 성경 일독을 하는 성도를 시상한다. 그런데 이 척박한 지역 교회에서 매년 140명가량의 수상자가 나온다. 세상의 거센 물결을 거스르고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전주새중앙교회가 쓰임받으려면 말씀과 복음을 잘 아는 예수님의 제자들을 키워야 한다. 나는 우리 교회에서 30년 동안 목회했지만, 성도들과 개인적 친분을 쌓지 않았다. 내가 제자훈련을 시켰지만 이들은 내 제자가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이기 때문이다. 이 명제가 흐트러지면 제자훈련의 의미는 퇴색한다.
Q. 제자훈련을 망설이는 목회자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
제자훈련 목회를 하면서 나름 자랑스러운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은퇴를 앞두고 보니, ‘내가 도대체 그간 한 일이 뭐가 있나’ 하는 생각만 든다. 그저 선배와 동료 목회자들을 흉내 내며 따라가느라 바빴을 뿐, 모두 하나님께서 하셨다고 겸손히 고백할 수밖에 없다. 나는 무덤 사이에 있는 교회에서 한글도 모르는 사람과 훈련할 만큼 척박한 환경에서도 제자훈련을 포기하지 않았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먼저 제자훈련 목회철학을 확실히 한 후, 토양 작업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라고 조언하고 싶다. 나머지는 모두 하나님께서 이루심을 믿기 바란다.
Q. 앞으로의 계획을 나눠 달라.
나는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다. 교회 건축과 IMF가 맞물려 마음고생하다가 쓰러져 의식이 없는 채 한참을 보내기도 했고, 작년에는 패혈증 때문에 생사를 오가다 아직도 이런저런 후유증을 겪고 있다. 성도들이 문자 그대로 통곡하며, 나를 위해 기도했다고 들었다. 이렇게 살아 있음이 은혜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일단, 올해 사역훈련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제자훈련을 이어 갈 수 있는 후임 목회자를 잘 세워, 전주새중앙교회가 앞으로도 제자훈련으로 건강하고 든든히 서 나가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