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사이플소식 조장현 목사(청주미평교회 담임)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진액을 쏟는 제2의 광인이 돼라”
제3기 디사이플 목회 아카데미(DPA) 수료식 이모저모
작은 교회를 세워 나가는 비전을 공유하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가을의 문턱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평소 존경하고 가까이 지내는 오생락 목사님(춘천 하늘평안교회 담임)의 전화였다. 10여 전부터 가까이 지내며 목회와 인생의 멘토 역할을 해 주시는 선배 목사님의 전화라 너무나 반가웠다.
그날 대화의 요지는, DPA(디사이플 목회 아카데미, 대표: 오생락 목사)에 관한 것이었다. 개척 교회 목사로서 30년간 지내 오면서 수없이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에 감사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할까를 묵상하는 가운데, 작은 교회를 세워 나가는 일들에 대한 비전을 주셨다는 내용이었다.
오 목사님께서는 “10여 년 동안 삶과 사역을 같이 나눈 김동오 목사님(원주 태장교회)과 조장현 목사가 함께 DPA 사역을 해 준다면 이 사역을 시작할 것이고, 함께해 주지 않으면 못할 것”이라는, 거의 협박(?) 수준의 말씀을 전하셨다.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목회를 고민하다
10여 년 동안 동역을 했던 목사들로서는 오 목사님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그렇게 DPA는 2019년에 시작되어 지난 11월 25일에 DPA 3기 수료식을 거행했다. 수료식이 진행되는 동안 가슴이 너무 뜨거웠다. 특별히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현장 강의가 제한됐다. 올해는 개강 예배와 수료식 외에는 모든 모임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모임의 주제는 매달 다르다. 교회론 강의로 시작해 양육 및 훈련 시스템, 설교, 제자훈련, 성경적인 리더십과 자기 관리 등 주로 목회 방법론보다는 목회의 본질과 철학을 되새기고 정립하는 훈련을 한다.
출석 성도 100명 이하의 담임목사님들 10명으로 제한하는 DPA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의 단체다. 이 사역은 박수받고자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드러내고자 하는 사역도 아니었다. 목회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가진 목사님들을 위해, 같이 이 길을 걸어가는 목사들로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길을 찾아가기 위해 시작한 모임이다.
훈련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경험한 위로와 격려도 있겠지만, 그것이 주된 목적은 아니다. 교회의 규모가 크지 않아도 건강하고 성숙한 교회를 지향하고자 하는 목사님들에게 먼저 걸어온 목회 사역의 길에서 바른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목회인지 같이 고민하고 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간절함으로 한 사람에 집중하라
목회에 대한 절박함 때문일까? 아니면 사역에 대한 진지함 때문일까? 참여하시는 목사님들 한 분 한 분을 통해 간절함을 봤고, 함께 이 길을 걸어가는 동역자들을 만나 기뻤다. 여전히 목회 사역에 대한 불투명이 남아 있지만, 뭔가를 해 보리라고 하는 결연한 의지도 볼 수 있었다.
DPA 3기 마지막 강의는 대표이신 오생락 목사님께서 맡으셨다. ‘제2의 광인(狂人) 되어 살리라!- 마지막 당부’라는 주제강의는 큰 울림이 있었다. DPA는 시작부터 고(故) 옥한흠 목사님의 ‘한 사람 철학’으로부터 출발했다. 때문에 오생락 목사님은 마지막 강의에서 옥한흠 목사님의 생전 메시지를 되새기셨다. 오 목사님은 “담임목사의 자리는 두려운 자리, 고독한 자리, 영적으로 대단히 예민한 자리, 하루에서 몇 번씩 웃고 울어야 하는 자리, 밤낮 쫓기는 자리, 신뢰를 못 받으면 죽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훈련생들에게 10가지 마지막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
1. 잘하려고 하기보다 바르게 하려고 하라.
2. 게으르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 이를 위해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하라. 특히 책 읽는 일, 글 쓰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 돼라.
3. 꼼수 부리지 말고 정면 돌파하라.
4. 황금률(마 7:12)을 실천하라.
5. 목회의 출발점은 ‘주님 사랑’임을 잊지 말라.
6. 죄송하다(잘못했다)는 말과 감사하다는 말을 하라.
7. 장애물을 만나면 엎드려라. 그 장애물이 다음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8. 본질에는 일치를, 비본질에는 자유를, 모든 것에는 사랑을 실천하라.
9. 큰 꿈(야망)을 갖지 말고 한 꿈(오직 예수 그리스도)을 가지라. 정치하지 말라. 큰 교회 기웃거리지 말라. 줄 서지 말라.
10. 목회와 제자훈련에 미친 목사가 돼라.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을 파고들어 정신을 바짝 나게 했다. 목회 사역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DPA의 강사로 섬기지만, 다른 강사 목사님들과 훈련생 목사님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다시 깨닫는 은혜와 도전의 시간을 보낸 것이 기쁘고 감사했다.
끝으로 오생락 목사님께서 섬기시는 춘천 하늘평안교회가 제2회 은보상을 수상할 때 남긴 목회 수기를 기록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나는 주님께서 주신 비전을 품고 매일 가슴 뛰는 목사로 살고 싶다. 그 가슴 뛰는 사역을 감당하다가 영광스럽게 죽고 싶다. 평생 광인(狂人)으로 사셨던 옥한흠 목사님처럼 오직 ‘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그 한 사람을 위해 진액을 쏟은 뒤 홀연히 주님 앞에 서는 ‘제2의 광인(狂人)’이 되고 싶다. 한국 교회의 갱신과 회복을 위해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희생하는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다. 목회에 미치고, 제자훈련에 미친 목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에 미친 목사로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