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 원기태 목사 _ 호산나교회
K 집사(58세)는 소그룹 모임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다. 약속된 시간보다 10분 먼저 도착해서 모임을 준비하고 뒤늦게 도착한 형제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자상함을 가지고 있다. 연배도 가장 높고 신앙 경력도 오래되고, 교회 봉사도 열심히 하는 소위 말하는 열심당이다. 그런데 소그룹 모임이 시작되면 리더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예를 들면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10분, 15분을 계속한다. 처음 몇 번은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몰라 당황하면서 보냈다. 그럴수록 소그룹 분위기는 점차 가라앉게 되었고, 다른 형제들은 모임에 대한 기대를 뒤로하고 마지못해 참석하는, 아주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K 집사는 전달력도 좋아 본인이 의도한 내용을 분명하게 표현했고,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서 설명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는 데에서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소그룹 중심의 양육과 훈련을 하는 목회자라면 자주 직면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교인들은 소그룹 환경에 익숙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왜 소그룹이 필요한지도 모른 채 목사님이 하자니까 마지못해 참석하는 것으로 소그룹이 시작되고, 운영되고 있는 것이 많은 교회의 현실이다.
소그룹 모임의 진행에 있어서 구성원의 학력과 나이, 신앙 경력 등으로 인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나이나 사회적 지위, 신앙 경력이나 직분의 차이로, 누구는 말을 많이 하고 주도적이며, 누구는 조용히 듣기만 하는 그런 분위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때문에 소그룹 인도자는 소그룹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구성원들의 이런 고정관념부터 깰 필요가 있다. 아니 소그룹 인도자 자신부터 깨야 되는 고정관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소그룹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소그룹 인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먼저 인식해야 한다.
소그룹 인도자가 준비되어야 할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도자는 소그룹에 참여하는 성도들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소그룹 환경이 생소한 훈련생들에게는 두 가지 유형의 모습이 나타난다. 하나는 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번 말을 시작하면 상당 시간 분위기를 주도해가는 유형이다. 구성원 개개인의 다양한 기질과 직업, 신앙 배경에 따라 소그룹에 참여도가 다르다.
말을 많이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경우에 있어서 인도자는 훈련생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모임을 망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익숙지 않은 소그룹 환경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유형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훈련생 개개인을 유심히 살피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둘째, 인도자는 소그룹에 참여하는 성도들의 동기와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특히, 모임 중에 말을 많이 하는 형제의 경우,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받은 은혜가 너무 커서 간증하고 싶은 열정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형제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의도인지 파악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도자는 소그룹 공동체의 순수성과 하나 됨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잘못된 동기나 목적이 발견된다면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엔 모임 이외의 시간에 따로 만나 지도할 수 있다. K 집사의 경우는 형제들의 신앙 성숙에 도움을 주고자 많은 자료를 준비해서 가르치려는 유형이었다. 소그룹 모임에 참여하는 목적이 나 자신을 위한 것보다는 다른 형제를 섬기기 위한 의도였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달리, 인도자는 크게 부담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또 다른 인도자가 생김으로써 소그룹이 혼돈에 빠치기 때문이다.
셋째, 인도자는 소그룹 모임을 앞두고 전체 진행에 대한 콘티를 준비해야 한다. 모임의 학습목표를 세우고 진행을 준비할 때,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한다. 예를 들면, 읽은 성경 본문의 ‘그는’ 누구를 가리킨다고 생각하는가, 누가복음의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아는 대로 말하시오 등이다.
2. 분위기를 전환할 때 말할 기회를 준다. 예를 들어, 슬픈 사연을 나누고 기도한 후에 모임 분위기를 바꿀 때 질문을 던져 다소 긴 대답으로 분위기의 변화를 주도록 할 수 있다. 대부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재치도 있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3. 말할 기회를 주지 않을 수는 없지만 다른 형제들보다 횟수를 줄여서 말하게 한다. 다른 형제들이 2~3회 대답할 때 1~2회 기회를 준다.
4. 그러다가 특정 주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리포트를 준비해서 다음 시간에 발표하도록 한다. 물론 시간은 10분 이내로 정해 준다.
넷째, 인도자는 소그룹 모임을 아끼고 사랑할 뿐 아니라 소그룹에 대한 스피릿(spirit)이 있어야 한다. 소그룹 역시 작은 교회다. 그러므로 구성원들을 죄로부터 보호하고 돌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훈련으로 무장시켜서, 또 다른 소그룹을 재생산하고 섬길 수 있도록 삶의 현장에 파송하는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럴 때 한 사람이라도 쉽게 생각하지 않고, 끝까지 섬기려는 마음 자세가 생긴다.
K 집사의 경우 개인적으로 만나서 오히려 격려해준 적이 있다. 왜냐하면 그가 다른 구성원들이 자신을 경계하고 멀리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더 이상 모임에 나오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임에 나오지 않는다면 인도자는 큰 짐을 덜게 되기 때문에 반길 만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소그룹에서 ‘왕따’가 되면 더 큰 상처를 받게 되고, 그러면 교회를 멀리하게 되는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소그룹 환경의 특성에 대해 반복해서 가르쳐주었다. 그 후에 K 집사는 제자훈련을 잘 마치고 순장으로, 전도폭발 훈련자로 섬기게 되었다.
소그룹 인도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어떤 구성원이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때론 인도자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기도하면서 섬길 때 성령님께서 만지시고 변화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대부분의 인도자 역시 이러한 과정을 통과하면서 지금 인도자로 섬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사랑의 빚을 끊임없이 보상하는 마음으로 섬기고 돌보며 훈련시켜서, 또 다른 강력한 소그룹 인도자로 세워야 한다. 사람을 세우는 일은 그 어떤 일과 비교할 수 없는 가장 가치 있는 사역이기 때문에 주님이 함께하시겠다고 하셨음을 믿자.
원기태 목사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합동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호산나교회에서 10년째 사역하고 있으며, 교회 전체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