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

2010년 04월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소그룹에서 특별하게 보내는 방법

소그룹 임종구 목사 _ 대구 푸른초장교회

부활절은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생활에서 연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되는 절기이다. 대개의 경우, 사순절을 전후로 특별 새벽기도회와 찬양대의 칸타타 봉헌 등이 이어지고 또 성례식을 가진다. 성탄절과 함께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절기이기 때문에 교회는 할 수 있으면 주보 광고면이 넘쳐날 정도의 많은 행사와 사역을 이 기간에 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이런 익숙한 고난주간과 부활절의 행사들이 그야말로 행사(?)로 다가올 때도 있다. 이 기간에 성도들은 엄청난 역할과 부담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슴으로 느끼며 보내야할 고난주간과 부활절이 의무적이고 형식적인 절기로 보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의미 있는 절기의 행사들은 노역(?)으로 전락해버리고 생명력이 빠져나가버린 진부한 지식이나 퍼포먼스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소그룹 안에서 고난과 부활의 깊은 의미를 가슴에 차분히 새기고, 영적 회복과 치유의 기회로 삼는 일은 더욱 빛을 발한다.

 

식탁 교제 속에서 살아나는 부활 공동체
나는 어린 시절 동해안의 어느 작은 감리교회를 다녔다. 목사님이 계시지 않은 교회였고, 장로님 한 분과 몇 분의 권사님, 청년들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고난주간이면 새벽과 저녁에 모여들었다. 당시에 강단에서 하신 설교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왠지 모를 원형적 공동체의 따스한 온기와 영적 질감은 마음에아직고 진하게  남아 있다.
부활주일 새벽에 흰 한복을 입고 초를 켜고 선 그분들은 그야말로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었다. 부활주일은 언제나 잔치였다. 넉넉하게 삶은 계란은 온 동네 아이들에게 나누어지고, 권사님들은 교회 부엌에서 싱싱한 봄 미역에다 큼직한 고등어를 넣어 국을 끊이셨다. 미국 교회로 친다면 이게 칠면조 요리인 셈이다. 온 교회 식구들이 둘러앉아 이 고등어 미역국을 먹을 때에 부활절은 절정(?)에 달했다. 이 소박한 식탁은 우리가 한 몸 된 교회라는 강력한 연대감을 주었고, 고등어 미역국을 먹으면서 나누는 고추모종을 내는 이야기, 못자리하는 이야기 등은 성스럽게마저 들렸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부활주일의 특별한 식탁 교제를 위해 권사님들에게 몇 주 전부터 떼(?)를 쓴다.
 오늘날의 부활절은 왠지 너무 도회적이고 개인주의적 성향을 띤다. 그러나 재래시장이 아닌 백화점과 같이 왠지 만져서는 안 될 만큼 너무도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다. 부활 칸타타가 끝나기 무섭게 성도들은 예배당을 빠져나가 각각 어디론가 자신의 갈 길로 사라져버린다.
주님은 공생애의 마지막, 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고난주간과 부활절에 가장 공동체적인 일상을 보내셨다. 그러므로 소그룹에서의 고난주간과 부활절은 이 절기들의 성경적 모델로서, 더욱 가깝고 대안적인 것이 된다. 주님은 가장 극적인 자신의 마지막 주간을 제자들과 함께하셨다. 함께 예루살렘으로 여행하셨고, 특별한 식사를 제자들과 함께하기를 원하셨는데 안타깝게도 그 식탁에 배반자도 초대되었다.   
제자들과 함께 가장 절박한 기도의 현장에 가셨고, 자신의 잔을 마시셨다. 부활 이후 자신의 행적을 보아도 확신하지 못하는 제자들을 찾아오셨고, 또 그들과 함께 음식을 드셨다. 이스라엘 출신 그리스도인 아르트 카츠(Art Katz)는 이렇게 말했다.
“공동체(소그룹)는 당신을 자기만 아는 비참한 개인적인 삶에서 건져낸다. 그 비참한 삶을 살 때 우리는 일주일에 한 시간 드리는 예배 시간 동안만 서로를 사랑했고, 예배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서 우리 자신만의 꽃에 물을 주고, 우리의 베란다에 앉아서 우리 자신을 위해 준비된 음식을 먹고, 자신의 차를 청소했다.”
그의 말과 같이 진정한 공동체는 개인주의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자신을 희생하신 고난주간과 승리의 기쁨으로 가득한 부활절을 소그룹 안에서 어떻게 하면 가슴가득 벅차오르는 감격으로 맞을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

 

소그룹 안에서 맞이하는 기쁨의 부활절 
먼저 사순절이 시작될 즈음에 소그룹 식구들에게 미리 공지하여 고난주간과 부활절 기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아이디어들을 생각하게 하고, 함께 모여 의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사순절 달력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월말 즈음에 소그룹 모임의 2부 순서로 함께 준비해 만들어 보는 것이다. 각자가 만든 사순절 달력을 자기 집에 붙여놓게 되는데, 여기에는 소그룹이 준비하고 있는 계획들이 표시된다. 
고난주간부터 시작하면 겨우 한 주간에 고난과 부활이라는 의미를 다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그 풍성한 영적 의미를 공유하고 가슴에 담기에는 시간이 다소 빠듯하다. 그러니 시간적 여유를 두고 미리 계획을 짜면 더 좋다.
고난주간에 예수님의 행적을 중심으로 한 성경읽기나 큐티, 성 금요일에 금식하기, 예수님의 모범에 따라 세족식하기, 부활계란 바구니 꾸미기 등은 이미 교회 소그룹에서 많이 하고 있는 아이디어들이다. 여기서는 이외에 우리 교회 소그룹에서 직접 해보았던 몇 가지 아이디어를 공개하고자 한다.

 

첫째, 자매들의 소그룹 공동체에서 공동으로 퀼트나 십자수를 한다.
주제는 고난주간, 종려주일, 성 금요일, 부활주일과 같은 성경내용이고, 강단용이나 가정용 배너를 직접 퀼트로 만드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동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 함께 작업하다 보면 자연스레 소그룹의 공동체성도 길러진다.
이 아이디어는 아기자기하고 섬세함이 있는 자매들이 흥미 있어 하는 영역이어서 그런지 반응이 참 좋았다. 무엇보다도 제작과정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참여하여 사순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자매들의 소그룹에서 만든 배너는 교회에 전시되었고, 다른 소그룹 식구들의 엄청난 참여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둘째, 고난주간 동안 TV 보지 않기와 컴퓨터 하지 않기 등 미디어 금식을 한다.
이때에 고난주간에 읽을 성경 본문과 가정예배 지침서가 교회차원에서 각 소그룹에 배부된다. 소그룹에서 함께 미디어 금식을 실천하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떤 소그룹에서는 미디어 금식과 함께, 고난주간에 매일저녁 모여서 성경을 읽고 헤어졌다. 아이들과 함께 거실에 둘러앉아 성경을 읽고, 짧은 기도회를 가진 뒤 헤어지는 것이다. 이런 미디어금식은 특별히 자녀들의 신앙 교육에도 매우 유익한 경험이 되고 있다.
몇 년 이렇게 실시하다 보니 미디어 금식은 우리 교회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고, 소그룹은 고난주간 내내 함께 얼굴을 보며 교제하게 되었다. 특히 미디어 금식으로 절약되는 돈을 소그룹 모임 때 헌금으로 내고, 그 헌금을 구제에 사용하고 있다.

 

셋째, 사순절 기간이나 고난주간에 소그룹으로 모여 다함께 영화를 본다.
교회에서 미리 DVD를 준비하여 홍보하고, 고난주간 소그룹 모임에서 보게 하는데 영화가 끝나갈 쯤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깊은 감동을 받는다.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는 주기철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그의 선택>과 <아들의 고백>, 이기풍 선교사의 <탐라의 그루터기>, 손양원 목사의 사랑을 담은 <사랑의 사도>, 문준경 전도사의 <남도의 백합화> 등이 있다. 교회에서는 미리 소그룹에서 영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영화 포스터를 교회에 전시하고 소그룹별로 DVD를 신청하도록 돕는다.

 

넷째, 부활절 음식을 함께 만들고 나눈다.
부활주일 저녁에 소그룹 식구들이 다함께 모여 함께 사순절과 고난주간, 부활절 행사를 하느라 수고한 헌신들을 서로 격려하는 시간으로 삼는다.
이 시간은 이 모든 절기를 마무리하고 그동안 받았던 은혜를 나누는 시간으로 절기의 절정이 된다. 리더는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면서 십자가와 부활신앙으로 살아갈 것을 확신 있게 권면한다.
 
다섯째, 성지순례를 다녀온다.
이미 잘 알려진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지를 비롯해서 각 지역에 숨은 기독교 성지를 소그룹에서 하루여행으로 다녀온다.
백령도 기독교역사관을 비롯해서 소래교회, 애양원, 김제금산교회, 노고단 기독교선교유적, 제암리교회 등 가까운 지역에도 너무나 많은 기독교성지가 있다. 사전 조사를 통해 공부도 하고, 현장을 방문해서 믿음의 선배들이 남긴 영적 유산을 나눈다.
이와 같이 소그룹에서 고난주간과 부활절에 시간을 함께하는 것은 소박하지만 가슴 한켠에 깊은 감동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자칫 획일적이기 쉬운 고난주간과 부활절 절기가 새로운 영적 교훈과 진정한 의미로 성도들에게 다가 올 수 있게 한다.
데이비드 키네먼과 게이브 라이언이 대표적인 기독교 전문 리서치 그룹 바나에서 수년간 모은 설문자료를 중심으로 쓴 책 『나쁜 그리스도인』에서 현대인들은 기독교인을 떠올릴 때 85%가 ‘위선’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충격적인 글을 썼다.
친밀한 소그룹은 모든 종류의 위선을 밀어낸다. 소그룹에서는 군중이 아닌 가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숨결을 느끼면서 함께 고난주간과 부활절 절기를 보낼 때, 신앙은 피상적인 것에서 가슴 깊이 파고드는 것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서 진정으로 살아있는 기독교 원형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임종구 목사는 대구신학교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1996년 푸른초장교회를 개척했다. 제자훈련을 목회철학으로 삼고 척박한 대구 지역에서 제자훈련으로 성장하는 건강한 교회, 복음에 강한 교회를 세우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