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한태수 목사 _ 은평성결교회
주일예배를 위해 강단을 아름답게 장식한 꽃이 금요일쯤 되면 시들어 버린다. 싱싱하고 아름답던 꽃들이 시들어 버린 것을 바라볼 때에는 가슴이 시리다. 나무의 본 줄기에서 잘린 가지들은 화려해 보이나 결국은 시들고 말라 버린다. 가지는 줄기에 붙어 있을 때에만 양분과 수분을 공급받아 계속적으로 잎사귀를 내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된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믿음은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만들어 낸 산물이다. 하나님과의 관계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요, 열매 없는 사역이다. 그러기에 교회의 리더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 맺는 것을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풍요로워지면 사역의 열매는 저절로 풍성해지지만, 하나님과의 관계가 약해지면 아무리 힘을 써도 열매가 부실해진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주변으로 밀려나면 감사와 즐거움은 사라지고 불평과 원망이 찾아온다.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관계가 올바르지 못할 때에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가 없으면 예배를 많이 드린다고 하더라도 은혜를 받지 못한다. 제자훈련을 한다고 하더라도 무슨 열매가 있겠는가! 종교적 행동이 곧 믿음이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그 행동은 하나님의 은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교회에 와서 예배하고 봉사하고 금식하고 교육받는다고 해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들은 자칫 자기를 부각시키고, 자기 의를 드러내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그것이 믿음이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하나님을 알아가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찾아 관계를 바로 세울 때 기쁨으로 일하게 된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 서면 그는 점점 커지고 나는 점점 작아진다. 나와 세상은 간 곳 없고 오직 주님만 남는다. 그분이 나의 전부가 되고 그분 한 분만으로 만족하게 된다. 그분이 나의 생명이요, 모범이요, 목표요, 만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조금만 방심해도 틀어지기 쉽다. 자그마한 구멍을 통해 끊임없이 사단이 방해하기 때문이다. 사단은 사람의 약점을 파고들어 하나님과의 관계를 틀어 놓으려 한다. 하나님의 의도를 흐리게 하고 모호하게 만든다. 죄와 게으름에 빠지게 한다. 자기 의를 드러내게 한다. 이런 유혹에 넘어지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올바로 세워지지 못한다.
그렇다면 교회 안에 있는 리더들이 어떻게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 세우고 유지할 수 있을까?
1. 자신의 신앙 건강지수를 매일 체크해 보라
몸의 건강을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종합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좋은 병원일수록 사람의 건강지수를 정확하게 진단해 준다. 혈액, 소변검사는 기본이요, 위와 장 내시경, X-Ray, 초음파 등의 검사를 통해 자기의 건강이 체크된다. 초기에 나타난 질병들은 쉽게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검진을 하지 않아서 병을 키우고 죽음 직전까지 가는 이들도 있다.
신앙의 건강지수도 매일 체크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우리의 신앙검진은 만병의 대 의사이신 그분께 받아 보아야 한다. 성경말씀을 묵상하는 큐티 시간을 매일 갖다 보면 자기의 신앙이 체크된다. 어디에 문제가 생겼고 어떻게 치료할까 하는 진단과 처방이 나온다. ‘교회의 머리이신 주님의 통제를 얼마나 잘 받고 있는가?’, ‘순종과 섬김의 열매가 있는가?’, 그것이 신앙진단의 첫 번째 과정이다. 그리고 ‘내 심장은 얼마나 강하고 뜨겁게 뛰고 있는가?’를 체크하고 ‘하나님 사랑, 말씀 사랑, 사람 사랑’의 열정의 온도를 체크해 보면 진단이 된다.
‘기도의 호흡은 얼마나 자연스럽고 평안하게 계속적으로 하고 있는가?’, ‘지금 인공호흡이라도 해야 할 위기에 있는 것은 아닌가?’, ‘몸은 얼마나 움직이고 있는가?’, ‘운동으로 다져가고 있는가?’ 살펴야 한다. 이것은 몸으로 봉사하고 전도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은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매일 매일 나의 봉사와 헌신, 그리고 전도하는 생활을 체크해 보는 것이다. 이것 중에 어느 한 부분이라도 고장 나 있다면 방치해 두지 말고 신속하게 치료해 주어야 한다. 방치한 그것 때문에 치명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앙 건강지수를 신속히 진단하고 처방함으로 하나님과 언제나 올바른 관계를 맺어야 한다.
2. 꾸준한 관계를 위해 말씀과 기도에 충실하라
운동선수들도 기본기를 다듬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고 대성할 수 있다. 기본기에 충실하지 못하면 선수 수명이 짧아진다. 기교와 변칙이 잠깐은 통할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오랫동안 버틸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믿음생활의 리더들이 천국 가는 그날까지 하나님께 쓰임받기 위해서는 신앙의 기본기에 충실해야만 한다.
그 기본기란 하나님의 말씀을 공부하는 일이요, 지속적으로 하나님과 대화하는 기도에 충실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다. 하나님과 그분의 뜻을 깊이 알면 알수록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그분과의 관계가 친밀해지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지속적인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된다. 말씀과 기도는 들숨과 날숨 같아서 지속적으로 균형 있게 행해야 건강한 신앙상태에 머물 수 있게 된다. 호흡이 고르지 못하면 몸 전체에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말씀 공부와 기도의 조화가 깨어지면 우리 속에 있는 영이 탄식하게 된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말씀을 읽고, 듣고, 연구하고, 암송하고, 묵상하며, 적용하기를 힘써야 한다. 말씀을 떠나서는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릴 수도 없다. 하나님의 뜻을 부지런히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나의 뜻도 주님께 아뢰는 기도생활에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기도의 호흡이 약해지면 만사가 귀찮게 느껴지고 하나님의 뜻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힘을 잃게 된다. 하나님의 뜻을 묻고 나의 뜻을 아뢰는 말씀공부와 기도생활의 기본기에 충실하면 하나님과의 관계를 계속적으로 바르게 세울 수 있다.
3. 타성을 깨려는 몸부림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일도 반복하다 보면 타성에 빠지기 쉽다. 타성에 빠지면 감격이 식고 생명력이 약화된다. 첫 사랑과 첫 믿음이 식는 이유가 무엇인가? 벌써 타성에 빠졌기 때문이다. 타성에 빠지면 감격 없이 사역을 하게 된다. 하나님은 감격 없이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일들을 지겨워하신다. 종교적 외식에 신물이 나셨다. 누구나 빠지기 쉬운 함정 그것이 바로 타성이다.
서울시는 지난 4월 4일 업무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태도가 불량하다고 판단되는 공무원 102명을 선별했다. 그들은 ‘3% 퇴출후보’로 불렸다. 그들이 퇴출후보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20년 넘게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타성에 빠져 버린 것이다. 확고하게 자기 지위가 보장된 사람일수록 타성에 빠질 확률이 높다.
제주도에 있는 ‘분재예술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이 예술원을 개발하는 일에 미친 사람이 있다. 그가 만든 분재의 예술적 가치에도 반했지만 더욱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그의 분재 철학이었다. 그 철학에 매료되어 중국의 지도자 장쩌민은 30분 동안 머무르려고 들렸다가 1시간 30분 동안 머물렀고, 그 후 수많은 중국 고위 관리들이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분재 철학 중 가장 인상 깊게 남은 말이 있다. 분재한 나무는 일반 나무보다 3~4배 오래 사는데, 그 비결은 뿌리 잘라주기에 있다는 것이었다. 2~3년에 한 번씩 뿌리의 절반 이상을 잘라 주면 나무는 새 뿌리를 내리려고 진액을 짜내는데 그러면서 생명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 화분에 담긴 뿌리를 타성 혹은 고정관념으로 보는 것이다.
사역도 2~3년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타성에 빠지게 된다. 습관적인 일을 반복하다보면 하나님 없이 자기 힘으로 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나님과 바른 관계의 유지 없이 리더의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문제가 된다. 타성을 깨기 위해 2~3년에 한 번씩은 감당키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는 모험이 필요하다. 타성에서 벗어나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르게 맺어지고 선한 일에 기대감과 설레는 마음으로 감격하며 감당하게 된다.
4. 주님께 집중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
하나님께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소음과 유혹은 끊임없이 우리를 따라온다. 하나님도 섬기지만 세상도 섬기라고 유혹한다. ‘하나님을 믿어도 더 깊이 들어가지는 마라.’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끈을 놓지 마라.’ 인정의 끈, 명예의 끈, 재물의 끈들을 잡고 있게 하려고 끊임 없이 꿈틀거리는 세력이 있다. 그 세력은 우리의 집중력을 약화시키고 산만하게 만든다. 목표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흩어놓는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 보면 우리의 목표요, 푯대이신 주님을 잃어버리고 방황하기 쉽다.
이때 주님과 나 사이에 끼어든 모든 것들을 끄집어 내려놓고 하나님께 집중해야 관계가 바로 세워진다. 불타는 야망과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탐욕도 내려놓는다. 내가 좋아하던 모든 것들도 다 내려놓는다. 사역의 열매도 내려놓고, 과거의 업적을 기리며 기념사업을 하는 일도 내려놓는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하나님께 집중할 때 깨어졌던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된다. 나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고 오직 주님이 절대 필요하여 주님 없이는 살 수 없어 몸부림 칠 때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분의 능력으로 다시 일어난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고 아쉬워하지도 않는다. 그분만으로 참 만족을 누리게 된다. 전심으로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도록 삶을 단순화하고 광야에서 홀로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을 종종 가져야 한다.
5. 낮아지는 삶을 통해 주님과의 관계를 심화하라
제자훈련에 집중하는 기간에는 훈련에 집중하기 위하여 한 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한 혼신의 힘을 쏟아 부어 훈련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여름이 오면 방학 기간이 있다. 이때는 자기계발과 회복을 위하여 자기 나름대로 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사람마다 충전의 방법도 다르겠지만, 그 중 한 방법은 주님의 성육신 정신을 실습하는 것이다. 요한복음 1장 14절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람 되심은 우리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함이다. 그 방법으로 사람을 구원하셨다. 우리도 주님의 화육정신을 본받아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 내려가서 그들과 함께 사랑을 나눠야 한다. 주님은 지극히 작은 자들을 돌아보는 것이 곧 주님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때로는 오지에 있는 선교지를 방문하여 저들과 같이 시간을 보낸다.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피그미족, 마사이족, 여러 산지족이 있는 마을에서 저들의 음식을 같이 먹고 저들과 같은 잠자리에서 잠을 잔다. 저들이 소리 지를 때 함께 소리 지르고 저들이 춤을 출 때 함께 춤을 춘다. 오염된 문명의 때를 말끔히 벗어 던지고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갈 때 첫 사랑과 첫 믿음을 회복하게 되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 세워진다. 누구와도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현장에서 주님의 심정을 느끼게 된다.
누구나 실수하고 넘어질 수 있다. 타성에 빠져서 감각 없는 사람처럼 습관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때도 있다. 깊은 영적인 잠에 빠지고 병들어 고통하며 헤맬 때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면 하나님이 쓰신다. 그러기에 무엇보다도 주님과의 관계를 바르게 회복하는 일이 우선이다. 모세도 함정의 늪에 빠진 적이 있었고, 다윗과 바울 등 모든 신앙의 위인들도 주님과 관계가 바르지 못한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회복을 위한 몸부림과 훈련을 통해서 회복되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르게 세워졌다. 하나님은 회복된 그들에게 그의 사역을 맡기셨다. 지금은 그 무엇이라도 내려놓을 각오를 하고 회복을 경험할 때다.
한태수 목사는 서울신학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풀러신학대학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카메룬 복음신학대학교 학장, 국제제자훈련원 서울지역 CAL-Net 팀장을 맡고 있으며, 은평성결교회 담임목사로 시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