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오생락 목사 _ 춘천시온교회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내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아내의 남편입니다.
명세서만 적힌 돈 없는 월급봉투를 아내에게 내밀며 내 능력 부족으로 당신을 고생시킨다고 말하고, 겸연쩍어하는 아내의 무능한 남편입니다.
세 아이의 엄마로 힘들어하는 아내의 가사 일을 도우며 내 피곤함을 감춥니다.
그래도 함께 살아주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아내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남편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이들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요것조것 조잘대는 막내의 물음에 만사를 제쳐놓고 대답부터 해야 하고, 이제는 중학생이 된 큰놈들 때문에 뉴스 볼륨도 숨죽이며 들어야 합니다.
막내의 눈높이에 맞춰 놀이동산도 가고, 큰놈들 학교 수행평가를 위해 자료도 찾고, 답사도 가야 합니다.
내 늘어진 어깨에 매달린 무거운 아이들 유치원비, 학원비가 나를 옥죄어 와서 교복도 얻어 입히며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생일날 케이크 하나 꽃 한 송이 챙겨 주지 못하고, 초코파이에 쓰다만 몽당 초에 촛불을 켜고 박수만 크게 치는 아빠.
나는 그들을 위해 사는 아빠입니다.
가정의 위기는 ‘가장의 리더십 부재’ 때문
위 글은 『여보, 나 힘들어(남편이야기)』라는 책에 나오는 ‘어느 40대 가장의 이야기’ 중 일부이다.
오늘날 수많은 매체와 사람들이 ‘가정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가정의 위기는 ‘가장의 위기’요, 가장의 위기는 바로 ‘가장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삼종지의(三從之義)’라는 말이 있다. “여자는 어려서는 아버지를, 시집가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라서 살아야 한다”는 봉건시대의 유물이다. 그런데 이 말이 ‘신삼종지의(新三從之義)’ 즉, “남자는 어려서는 어머니를 따르고, 학교에 가서는 여교사를 따르며, 결혼해서는 아내를 따른다”로 바뀐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가정은 가장의 리더십이 상실된 채 온통 아내의 책임 아래 움직이고 있다. 특히, 자녀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아버지는 있는 듯 없는 듯 가정에서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녀들의 학교생활은 어떤지, 학원은 어디를 다니는지, 무슨 과목 과외를 하는지, 가까운 친구는 누구인지 등 자녀들과 관련된 일들은 거의 다 엄마의 몫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가장의 리더십 부재’가 크리스천 가정이라고 해서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데 있다. 교회 안에 있는 수많은 크리스천 가장들 역시 점점 가정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채 방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나님은 현대 사회의 위기, 가정의 위기를 크리스천 가장들을 통해 바로 잡기를 원하신다.
크리스천 가장의 리더십 세우기 방안
이를 위해서 크리스천 가장의 리더십과 역할이 회복되어야 한다. 그러면 가정에서 크리스천 가장의 리더십이 세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가장의 영적 권위가 회복되어야 한다.
가정에서 크리스천 가장의 리더십이 올바로 세워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장으로서의 권위, 특히 영적 권위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가장으로서의 권위’라는 말에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가부장적인 권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가장, 즉 남편으로서 또는 아버지로서의 영적 권위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은 분명히 남편이 아내의 머리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됨과 같다고 말씀하고 있다.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됨과 같음이니 그가 바로 몸의 구주시니라”(엡 5:23). 이것은 가장에게 하나님이 부여하신 영적 권위가 있음을 가르쳐 주고 있는 말씀이다.
가장의 영적 권위는 군림하고 억압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방법으로 가족들을 섬기고 배려하는 데 있다. 성경은 남편들을 향하여 ‘아내를 사랑하라’고 하면서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심같이 하라”(엡 5:25)고 말씀하고 있다.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엡 6:4)고 말씀하신다.
오늘날 이 시대는 권위 상실의 시대이다. 국가 지도자의 권위, 목사의 권위, 교사의 권위, 그리고 가장의 권위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도무지 권위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국가든, 교회든, 가정이든 그 공동체가 평화롭게 유지, 발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리더의 권위가 회복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에서 가장의 영적 권위가 세워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2.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회복되어야 한다.
창세기 3장에 보면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에게 하나님이 찾아오셔서 이렇게 물으신다. “내가 네게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창 3:11). 그때 아담은 가장으로서 당치 않은 대답을 하고 만다.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 3:12).
나에게도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큰아이가 고등학교를 어느 시골에 있는 기독교 대안학교에 진학하여 다닐 때 일이다. 그런데 학교에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문제가 발생해 집으로 연락이 왔다. 그 문제 앞에서 나는 책임을 회피하는 가장, 더 나아가 그 책임을 아내에게 전가시키는 비겁한 가장이 되고 말았다.
“춘천에도 고등학교가 많은데 왜 그렇게 멀리 있는 학교에 아이를 보냈는가. 이게 다 당신 때문이니까 당신이 책임져야 해.”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낯이 뜨거워질 정도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책임감이 결여된 리더는 리더가 아니다. 리더는 공동체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설령, 자신 때문에 생겨난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리더는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일이라면 어떤 문제든 그것을 자기 책임으로 인식하고 극복하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아내에게 생긴 문제든, 자녀들에게 생긴 문제든 그것은 바로 그들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기 이전에 먼저 가장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크리스천 가장이 갖춰야 할 진정한 리더십이다.
3. 가족 간의 단절된 대화가 회복되어야 한다.
금실이 좋은 부부가 있었다. 몹시 가난했던 젊은 시절, 그들의 식사는 늘 한 조각의 빵을 나누어 먹는 것이 전부였다. 그 모든 어려움을 사랑과 이해로 극복한 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자 그들은 결혼 40주년에 금혼식을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부부는 무척 행복했다. 손님들이 돌아간 뒤 부부는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식탁에 마주 앉았다. 하루 종일 손님을 맞이하느라 지쳐 있었으므로 그들은 간단하게 구운 빵 한 조각에 잼을 발라 나누어 먹기로 했다.
“빵 한 조각을 앞에 두고 마주앉으니 가난했던 시절이 생각나는구려.”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는 지난 40년 동안 늘 그래왔듯이 할머니에게 빵의 제일 끝부분을 잘라 내밀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할머니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역시 당신은 오늘 같은 날에도 내게 두꺼운 빵 껍질을 주는 군요. 40년을 함께 살아오는 동안 난 날마다 당신이 내미는 빵 부스러기를 먹어 왔어요. 하지만 오늘같이 특별한 날에도 당신이 이럴 줄은 몰랐어요. 당신은 내 기분이 어떨지 조금도 헤아릴 줄 모르는군요.”
할머니는 분에 못 이겨 마침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할아버지는 몹시 놀란 듯 한동안 머뭇거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할머니가 울음을 그친 뒤에야 할아버지는 더듬더듬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진작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난 몰랐소. 하지만 여보, 바삭바삭한 빵 끄트머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었소.”
크리스천 가장의 리더십은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서 세워진다. 대화가 단절된 가정이라면 어떻게 가장의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아내와의 대화, 자녀들과의 대화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 우리 교회 어느 자매가 자신의 가정이 마치 무덤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여 내게 충격을 준 적이 있다. 그 자매는 대화가 단절된 가정의 모습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당신의 가정은 어떤가? 가족 간에 대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당신은 가장으로서 아내와 자주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자녀들에게 무관심 내지는 잔소리만 하는 가장은 아닌가?
크리스천 가장은 가정에서 가족들과 사랑의 대화를 잘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크리스천 가장은 가족들을 격려하고, 위로하고, 칭찬하는 대화를 통해 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국가든, 교회든 한 공동체의 미래는 리더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리더가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가정도 예외는 아니다. 가정에서 크리스천 가장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그 가정은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다.
당신이 만일 크리스천 가장이라면 가장으로서의 영적 권위와 책임감, 그리고 단절된 가족 간의 대화를 회복함으로써 리더십을 바로 세우기 바란다. 그리고 그 리더십을 통해 가족들이 주님 안에서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가족 구성원들을 섬기기 바란다. 그것이 바로 당신을 한 가정의 가장으로 세우신 하나님의 뜻이요 섭리이기 때문이다.
오생락 목사는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신학석사학위(Th. M)를 받았으며, 1991년 춘천시온교회를 개척해 지금까지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