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2011년 07월

크리스천 리더들의 효과적인 하프타임

리더십 강규형 대표 _ 3P자기경영연구소

10여 년 전에 밥 버포드의 『하프타임』이란 책을 700권 샀다. 돈 내고 산 책 중에 제일 많이 구매한 이유가 있다. 책의 내용과 콘셉트가 특별했고, 크리스천이 아닌 분들께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가치와 명분이 충분했다. 내 나름의 문서 선교 방식이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하프타임 쇼크』, 『하프타임의 고수들』, 『새로운 나』를 비롯해 『인생에도 리허설이 있다』 등 하프타임 관련 책들을 거의 다 섭렵했다.
밥 버포드의 『하프타임』 시리즈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실 절박함 때문이다. 내가 진행하는 세미나에 참석하는 많은 분들이 하프타임 한가운데 있거나, 그 전후에 계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프타임의 존재조차 모르고 준비 없이 후반전에 뛰어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스토리 하나 - 이현승 칼럼 중에서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긍지를 느끼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교육을 받았다.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18세를 지나, 더욱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자신의 수능 점수에 적절한 대학과 학과를 골라 입학했다.
중간에 군대를 다녀와서 졸업을 하니 그의 나이 26세가 되어, 비로소 어린아이 취급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취직 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학원에서 영어와 컴퓨터를 공부하여 2년 만에 간신히 조그만 회사에 들어갔다. 28세였다.
그런데 그가 하는 일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도 능히 할 수 있는 일이라
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인간만이 삶의 3분의 1정도를 ‘준비’만 하면서, ‘교육’만 받으면서 지내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서도 그는 직장에 계속 나갔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다 참으며 집을 갖기 위해 노력한 끝에 10년 만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때 그의 나이 36세였다. 그는 또다시 의문이 생겼다.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삶의 6분의 1을 보내는 동물이 있을까 하는….
집도 장만했고 이제는 좀 삶을 누리며 살고 싶었으나, 아내는 수입의 거의 반을 학원비, 과외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식들을 열심히 교육시켰다. 두 자녀를 다 대학 졸업을 시키기까지 24년이 걸렸다. 그의 나이 60세가 되었다.
자식 중 한 명은 딸이어서 마지막으로 부부동반 세계 여행을 염두에 두고 모았던 돈을 혼수 장만하는 데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딸의 결혼식장을 나오던 그날,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강아지 한 마리가 눈을 맞으며 신나게 깡충거리며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문득 자신이 언젠가 들었던 욕이 생각났다.
“개만도 못한 놈…!”
60세의 그 눈 내리는 겨울날, 그는 또 다시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정말 인간이 동물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그렇다! ‘개만도 못한 놈’이라고 독백을 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하프타임을 가져야 한다. 지금 나의 모습은 5년, 10년 전의 어느 노력 때문인 것처럼 10년, 20년 뒤의 후반전은 하프타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하프타임 쇼크』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앞으로 1~2백년 안에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시대의 역사가 기록될 때, 역사가들이 기억할 가장 중요한 사건은 기술도, 인터넷도, 전자상거래도 아닌 예상치 못한 인간 조건의 변화일 것이다. 처음으로 말 그대로 역사상 처음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스스로 선택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갈수록 더 많은 사람이 그렇게 될 것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들은 ‘자신을 관리’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다.”
이어 그는 성취하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 이 땅에서 자신의 존재 목적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자신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자기 경영(자기관리, 셀프리더십)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어떻게 해야 할까?

1. 하프타임을 위한 목적과 목표 경영
인생 전반전에서 성공을 향해 뛰었다면 후반전은 의미를 위한 것이다. 내 삶과 내 일의 열매는 다른 사람의 나무에서 맺는 것이다. 축적보다 처분의 계절이고 성공에서 의미로 옮겨가기 위해서 방향 설정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목적과 목표를 재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목적과 목표는 어떻게 다르고, 관련되고, 구분되는가? 목표보다 상위 개념이 목적이다. 사명(mission) 선언서,  그리고 비전(vision) 선언문 등이 목적에 해당된다. 우리 인생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개념이다.
목표는 장기-중기-단기 목표로 한 방향 정렬이 중요하다. 즉 10년 단위의 중, 장기 목표가 평생 목표(계획표)가 되고 단기 목표는 연간계획이다. 월간 계획과 주간계획표는 그 아래 실행계획이 되는 것이다. 하프타임에는 따로 시간을 떼어 뭉텅이 모음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잘 구조화된 세미나와 도구를 통해 목적과 목표를 정립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2. 하프타임을 위한 시간 경영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은 흔하게 듣는다. 그리고 시간과 돈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도 잘 알고 있다. 백만장자, 억만장자, 재벌 회장님도 그 많은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없어 시간이 멈추었다. 우리는 돈에 대해서는 예산서, 결산서, 가계부,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현금 흐름표, 재무 제표 등을 만든다. 그런데 돈보다 더 중요한 시간에 관해서는 어떠한가?
적어도 돈 관리하는 만큼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시간의 예산, 결산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 관리에 관한 피터 드러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시간 관리의 핵심을 ‘너의 시간을 알라’고 했고, 그러기 위해서 시간을 기록해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1992년부터 약 20여 년간 시간의 가계부(시간예산, 시간결산)를 써 왔고, 그 덕분에 지극히 평범한 노력으로 탁월한 성과를 이루게 되었다. 방황하는 신입사원에서 CEO로, 월 120만 원에서 수억대 연봉자로 성장했다.

3. 하프타임을 위한 평생 학습
얼마 전 삼성전자 어느 임원의 강의를 들었다. 수많은 박사와 석사, 연구원을 보유한 삼성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 한 명 때문에 전전긍긍한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삼성은 한 우물만 팠는데, 스티브 잡스는 우물을 여러 개 파더니 그 우물들을 서로 연결시키더란다. 그라운드 룰이 다르고 게임의 수준이 다른 것이다.
그 잘나가던 애니콜이 아이폰 한 방에 무너졌고, 갤럭시로 어렵게 추격 중이다. LG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대단한 한국의 대표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심지어 이건희 회장은 앞으로 10년 후 지금의 삼성 제품 중에 계속 판매되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말로 경고하며 분발을 촉구한다.
그렇다면 내가 속한 조직과 나 자신은 어떠한가? 일과 학습은 더 이상 따로가 아닌 한 세트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 보다 졸업한 이후의 학습량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지금 하는 일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안배해 후반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병행 경력’이 필요하다. 그 병행 경력도 학습에서부터 출발한다. 사회학자 벤자민 바버는 “나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고 했다.
평생학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독서 모임이 좋다. 나는 2년 전에 ‘독서포럼 나비’(나로부터 비롯되는)라는 독서모임을 서너 명으로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새벽 6시 4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매주 60~70명씩 새벽바람을 가르며 각지에서 모여든다.
심지어 대구, 부산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처음으로 책을 보았다는 고백부터 독서 토론을 통해 우울증을 극복했다는 어느 사모님의 간증, 대학생 자녀가 180도 바뀌었다며 혹 다단계 아니냐며 확인하러 오신 학부모까지…. 평생 학습을 위한 열기가 대단히 뜨겁다.

스토리 둘 - 어느 95세 할아버지의 회고
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65세 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죠. 그런 내가 30년 후인 95세 생일 때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 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30년의 시간은 지금 내 나이 95세로 보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만일 내가 퇴직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 나 스스로가 늙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95살이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날, 95살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 『시작하라 그들처럼』(서광원)에서 인용

신문에도 실렸던 95세 할아버지의 회고를 가끔 세미나에서 들려준다. 분위기는 단박에 숙연해진다. ‘개만도 못한 놈’이란 독백이나 ‘후회’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려면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존재하는 하프타임을 지혜롭게 보내야 한다.
하프타임은 단지 쉬는 시간이 아니다. 후반전을 위한 ‘작전타임’이다. 상반기를 보낸 크리스천 리더는 목적과 목표를 새롭게 정비하여 종이에 써서 늘 휴대해야 한다. 택시에 올라타서 “아무데나 갑시다”라고 해보자! 정신병원이나 경찰서로 데려다줄 것이다. 목적과 목표가 없는 것은 실패를 계획하는 것과 같다. 오직 목적과 목표가 나를 이끌어준다.
크리스천 리더는 시간의 가계부-시간의 예산, 시간의 결산-를 써야만 한다. 보이지 않는 시간을 가시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시간 관리에 관한 가장 큰 지혜다. 도요타 자동차의 중요한 노하우 중에 ‘간판 방식’이라는 것도 ‘보이지 않는 관리’를 ‘보이는 관리’로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다. 시간도 그렇게 기록하는 것이 가장 큰 통찰이자 지속 가능한 실행방법이다. 20여 년간 그렇게 해왔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이 시간이기 때문이다.
크리스천 리더는 평생 학습이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평생 학습은 당신을 젊게 할 것이다. 평생 학습을 하게 되면 뇌세포는 늙지 않는다. 뇌세포가 건강하면 육체적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사람은 호기심이 없어지면서부터 늙는다. 배우면 젊어지고 삶을 즐길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드러커는 2005년 96세에 죽기 직전까지 35권의 명저를 쓰면서 현역으로, 학생으로 남았다. 그래서 하프타임을 넘어 역사에 남을 위대한 후반전의 승리자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상반기에 깨졌든 승리했든 관계없이 건강해야만 후반전을 뛸 수 있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실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심지어 자신이 망쳐놓은 몸을 죄도 없는 의사보고 고쳐내라는 형국이다.
약 2년 전에 건강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큰 충격과 깨달음을 얻었다. 회원들이 건강 독서모임만으로 평균 8kg씩을 감량했다. 나도 73.7kg에서 2주 만에 66.1kg으로 7.6kg을 줄였다. 그 외에도 어떻게 무엇을 먹을지, 물은 어떻게 먹고, 왜 아침을 과일식으로 바꿔야 하는지,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효소가 왜 중요한지 등을 알게 됐다.
거의 삶의 혁명적인 변화를 체험했다. 건강 독서모임 1기, 2기에 이어 3기는 12주 프로그램화하여 진행 직전에 있다. 장차 독서모임처럼 건강 독서모임도 전국적인 사회 운동으로 준비 중이다.
전반전에 성공을 향한 전력 질주로 지치고 고갈된 리더들이 재정비되고 재충전하여 의미 있는 후반전을 살도록 돕는 것 또한 나의 후반전 사역 중 하나이다. 직업에서 은퇴할 수는 있어도 소명에서 은퇴할 수는 없다고 한다. 성공에서 의미로 옮겨가야 한다. 의미는 내 지식과 경험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삶에 가치를 더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전반기를 보낸 크리스천 리더들의 열매는 다른 사람의 나무에서 열리면 좋겠다.

강규형 대표는 이랜드 퓨마 본부장을 거처 현재 3P자기경영연구소 대표, 자기주도 학습 비바앤포포 대표, 독서포럼 나비 대표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