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캠페인 안소영 기자
40일 캠페인 이후, 그 분위기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이 문제는 40일 캠페인을 준비하는 교회들이 안고 있는 숙제다. 물론 그 해결책은 각 교회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르다. 다만 좋은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해답을 찾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운대제일교회(담임: 심욱섭 목사)의 사례 역시 주목할만하다.
안식년을 앞두고 사역을 마무리하던 심욱섭 목사는 40일 캠페인을 2기 사역의 첫 발판으로 염두에 두었다. 『목적이 이끄는 삶』 내용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심 목사는 안식년 동안 『목적이 이끄는 삶』을 여러 차례 읽으며 개인적으로 준비했다. 동시에 부교역자들에게는 교회 현장에서 40일 캠페인을 시작하기에 앞서 본격적인 틀을 짜게 했다. 전교인과 전교역자가 참여하며, 새로운 2기 사역를 위해 해운대제일교회의 40일 캠페인 여정이 시작됐던 것이다.
성도들이 주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라
디데이는 11월, 본격적인 준비는 7월부터 진행됐다. 행정팀, 예배팀, 기도팀, 사역 박람회팀, 홍보팀 등 각 사역을 준비하는 팀도 이때 구성됐다. 이 팀 구성부터 해운대제일교회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는데, 다름 아닌 모든 팀에 교역자뿐 아니라 평신도들이 포함되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사실 대부분의 교회가 그렇듯이 해운대제일교회 역시 교역자들이 모든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성도들은 참가하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이번 40일 캠페인에서는 전체 준비과정에서부터 평신도 리더들과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전 행사들을 기획하고 책임지는데 있어서 전체 총괄을 목회자가 담당했던 것과 달리, 각 팀에 그에 관련한 책임과 준비를 전적으로 위임한 것 역시 자율성과 능동성을 극대화시켰다.
덕분에 몇 개월에 걸쳐 매주 각 팀별로 이루어진 회의 시간에는 성도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넘쳐났다. 또한 팀에 참여한 성도들은 캠페인 준비에 대해 자연스레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그들뿐만 아니라 또 다른 성도들에게 캠페인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낳았다. 다른 교회 성도들까지 참여하고 싶어 문의할 정도니, 자율성이 가져온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예배팀을 섬겼던 남진 목사는 “성도들과 함께 무대, 특송 등 전체적인 예배 디자인까지 논의하며 진행했는데, 성도들의 여러 아이디어를 보며 많이 놀라고 배우게 됐다”며, “성도들의 잠재된 가능성과 인프라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었으며, 이를 통해 성도들이 능동적으로 사역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한다.
실제 이 때 계획된 열린 예배는 전통 교회 형식이었던 예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변화시키는 기점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준비과정을 거친 40일 캠페인은 전 교역자와 전 교인의 기대와 집중을 받으며 시작됐다. 심 목사는 40일 동안 직접 새벽, 오전, 저녁, 세 번에 걸쳐 말씀을 전하면서 교인 전체가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잠재된 리더가 발굴되고, 분가의 두려움이 극복되다
각 준비팀에서도 드러났지만, 평신도의 주동성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곳은 역시 소그룹이었다. 40일 캠페인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요인 역시 소그룹이다. 10월에는 이 소그룹을 맡을 리더들만을 대상으로 목적이 이끄는 삶의 교육이 이뤄졌다.
소그룹은 원래 교회의 소그룹보다 더 적은 인원인 3~4명으로 나눠졌다. 덕분에 기존의 리더들뿐 아니라 훈련을 받고 있지만 사역의 장이 없었던 예비 리더들이 이 캠페인을 계기로 소그룹의 리더로 세워졌다. 사실 예비 리더들을 세우는 것과 적은 인원이 모이는 것에 대해서 우려의 소리가 있었는데, 해운대제일교회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40일 캠페인을 통해 감춰져 있던 예비 리더들을 발굴하는 수확을 얻었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적은 인원수로 나뉜 소그룹으로 인해 분가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예비 리더들의 경우, 기대 이상으로 열정적인 섬김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지금까지 소그룹의 리더로 영혼들을 잘 섬기고 있다.
이 일은 해운대제일교회에 40일 캠페인의 과정과 그 이후에 리더십에 대한 재교육을 계속 진행하면서 소그룹 리더들의 필요를 채워줘야 한다는 깨달음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또한 소그룹의 분가문제는 당시 교회와 소그룹 모두가 부담을 느꼈던 부분인데, 캠페인을 통해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분가가 된 셈이었다. 성도들은 캠페인을 통해 영혼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으며, 소그룹이 나눠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아닌 거룩한 부담감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러한 마음은 소그룹의 역동성을 맛보게 했으며, 그 역동적인 모습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인생의 목적을 알았으니 비전을 향해 달린다
40일 캠페인을 통해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단연 성도들의 삶의 자세였다. 어떤 성도는 주일에 하던 영업을 그만뒀고, 어떤 성도는 가게에 술을 팔지 않는다고 써 붙이기도 했다.
또한 새벽기도는 내 사전에 없다고 말하던 성도가 40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기도에 참여하는 일도 일어났다. 주차장 사업을 하던 성도는 주일에 주차장을 교회 성도들을 위해 개방했다. 인생의 목적을 알았기에 그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지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열기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데, 해운대제일교회 교역자들은 가장 큰 비결로 교회가 비전 제시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해운대제일교회의 현재 비전은 ‘VISION21, 2012-선교200/2000일꾼’이다. 2012년에 200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협력하며, 2000명의 평신도 사역자를 세우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비전이 40일 캠페인을 통해 성도들의 영혼에 대한 열정이 회복되고, 사역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면서 더 확고하게 세워진 것이다.
교회는 그러한 성도들의 살아난 열정을 미리 읽고, 비전 제시와 함께 그 열정이 뻗어나갈 길을 마련해주는 데도 힘썼다. 그 중 하나가 40일 캠페인에 참여하면, 4단계로 이루어진 양육과정의 첫 단계를 이수한 셈으로 친 것이다.
덕분에 초신자들은 자연스레 두 번째 단계로 영입되면서 교회에 확고하게 정착하게 됐고, 또한 제자훈련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던 많은 성도들이 제자훈련에 지원하게 됐다. 40일 캠페인을 통해 그저 자신의 인생 목적을 아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려 했고, 이것이 40일 캠페인이 끝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훈련과 전도에 관한 열기를 이어가게 한 것이다.
남진 목사는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그저 프로그램만 갖고 왔으면 40일 캠페인 역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전락했을지도 모르지만 40일 캠페인의 열기를 비전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같다”고 덧붙였다.
심욱섭 목사는 40일 캠페인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40일 캠페인을 그저 섣부르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준비하며 교인 전체에게 동기부여를 하면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을 남겼다.
이렇게 전 교인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길을 열면서 성도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게 하고, 영혼에 대한 열정과 비전이 맞물리며 소그룹, 나아가서는 교회의 역동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해운대제일교회의 힘찬 발걸음이 기대된다.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