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TIP 임종구 목사_ 푸른초장교회
공전의 히트를 치며 안방을 사로잡은 TV 프로그램 <1박 2일>은 전국의 여행지와 맛집을 소개하고, 캠핑 문화까지 확산시키며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TV 프로그램 <1박 2일>의 원조가 있다. 바로 ‘제자반 1박 2일 수련회’다. 나는 인천 은혜의교회(담임: 박정식 목사)가 제자반 초기에 강원도로 1박 2일 수련회를 다녀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때부터 제자반 1박 수련회를 가기 시작했다. 제자반 1박 2일 수련회가 가져다 준 은혜와 효과는 훈련 초기 다소 밋밋하기 쉬운 제자반 분위기를 확실히 바꿔 줬다.
수련회는 인도자와 훈련생, 훈련생과 훈련생 상호간의 이해와 사랑, 섬김, 제자반만의 끈끈한 소속감을 심어주는 데 더할 나위 없이 기여했다. 한마디로 제자반을 한 공동체로 묶는 ‘의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물론 제자훈련을 하는 교회들은 32주 혹은 35주 중 봄 엠티나 가을소풍, 졸업여행, 성지순례와 같은 시간을 갖긴 하지만, 제자반 1박 2일 수련회는 제자반을 시작하고 한 달 이내에 다녀온다는 점에서 야유회나, 엠티와는 다른 성격을 갖는다.
1박 2일 수련회는 제자훈련을 하는 모든 교회에서 시행하는 매뉴얼 같은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내가 얻은 유익이 크기에 제자훈련 Tip으로 나누려 한다.
1박 2일 수련회는 왜 필요한가?
제자훈련 초기는 인터뷰, 오리엔테이션, 입학예배, 첫 수업, 간증 나누기를 통해 훈련은 시작됐지만, 인도자와 훈련생, 그리고 훈련생과 훈련생 상호간의 이해가 부족한 상태다. 훈련생들이 아직 제자훈련생으로서의 마인드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아 훈련이 다소 건조하고 밋밋하게 흐를 가능성이 있다.
또 훈련 초기지만 탈락자가 나올 수도 있고, 훈련생들 간의 성격 차이로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고, 반장과 총무의 리더십도 아직 형성되지 않은 때다. 뿐만 아니라, 쏟아지는 과제물에 대한 부담감과 입학예배 때의 설레고 기대로 가득했던 마음이 조금 사그라질 만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1박 2일 수련회는 이런 제자반 운영 초기의 모든 리스크(?)를 일소하고, 제자반에 활력을 불어 넣어, 여름방학 때까지 흥분과 열정으로 달려가게 만든다.
1박 2일 수련회의 유익
제자반 1박 2일 수련회의 유익을 몇 가지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 잠재돼 있던 갈등을 해결해 준다. 제자반 첫 시간에 간증을 나누긴 하지만 아직 서로의 성격과 특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초기에 생긴 오해와 갈등을 해결하지 않은 채 계속 훈련을 진행하면 분위기가 나빠질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나누는 데 주저하게 만든다. 그런데 1박 2일 수련회에서 간증보다 더 깊은 삶의 이야기와 비전을 나누게 되면서 서로의 연약함을 감싸 주고, 보호하며 이해하게 된다.
둘째,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비전을 선포함으로 훈련에 대한 목표가 분명해진다. 훈련생들은 1박 2일 수련회에서 밤늦도록 자신의 과거와 인생의 저점(低點)과 고점(高點)을 나누고, 앞으로 제자로서의 비전을 선포함으로써, 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단하게 된다. 훈련생 대부분에게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와, 제자로서의 비전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첫 번째 시간이 바로 1박 2일 수련회일 것이다. 그러나 치유 수련회나, DTS와 같이 진행해서는 안 된다.
셋째, 공동체를 경험하고 소속감과 연대감을 갖게 한다. 1박 수련회를 통해 훈련생들은 복불복만큼이나 치열하고 신나는 게임, 운동, 윷놀이, 음식 만들기 등의 은혜로운 공동체 생활을 경험함으로써 강한 소속감을 갖게 된다.
더불어 1박 2일 수련회 때, 10년 후의 나의 모습, 가정의 모습, 자녀의 모습, 교회의 모습을 그려 보게 하고, 구체적으로 적어 타임캡슐에 보관하면 좋다. 매번 거의 밤을 지새우다시피 하는 1박 2일 수련회는 제자반을 새로운 얼굴로 거듭나게 한다. 경주에서 자전거를 타고 안압지를 돌고, 맛집을 탐방하며, 아침에 보문호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통영의 동피랑 마을에서 사진을 찍고 윷놀이를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제자반은 하나가 되고, 훈련생들은 형제가 된다. 제자반 1박 2일 수련회는 제자반 첫 여행이라는 점에서 언제나 설렌다. 나는 이번 주간에 사역반과 경주로 1박 2일 수련회를 다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