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TIP

2012년 06월

개척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시작하려면

제자훈련TIP 이기범 목사_ 주가행교회

개척 교회에서 처음 제자훈련을 시작하려면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많다. 모든 책임을 지고 시작해야 하는 목회자 자신에게 경험이 없고 두려운 마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자훈련을 왜 해야 하고, 제자훈련이 얼마나 좋은지 성도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를 개척하고 2년쯤 지났을 때, 성도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기도하는 것만으로는 교회의 사명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래서는 한 사람도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시킬 수 없다는 위기감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CAL세미나를 참석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큰 축복이었다. 그러나 막상 교회에 와서 제자훈련을 시작하려니까 막막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한동안 망설이고 주저하면서 시간만 보냈다. 언제부터 시작해야 할지, 시작한다면 어떻게 훈련생들을 모을지, 과연 누가 신청이나 할지, 신청을 받고 나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등등 모든 것이 막막했다. 그런 걱정으로 1년이라는 세월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또 5개월이 흘렀다.
이렇게 시간만 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님께 기도드렸다. 이후 일정을 잡아 제자훈련을 알리는 광고부터 했다. 광고 내용은 훈련생들의 모집시기와 오리엔테이션 및 입학식, 훈련일정 등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 오로지 일단 시작부터 하자는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부딪힌 것이다.
아마 나와 같은 개척 교회 목회자들은 적은 수의 성도들 중에서 훈련생을 모아야 하고, 또 인도자 자신이 훈련시키기에는 스스로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제자훈련을 시작하는 것 자체에 대해 엄두를 못 내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위의 목사님들에게 제자훈련을 할 것을 권면하면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교회에 아직 훈련받을 만한 성도가 없어서 시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하나님께서는 훈련시키시기를 원하시고, 누구라도 훈련시키실 수 있으시며, 또 하나님께 훈련받으면 누구라도 훌륭한 일꾼이 된다. 주님은 무식해 보이는 어부들을 훈련하셔서 베드로 같은 수제자를 만드셨고, 돈만 아는 세리를 훈련하셔서 마태복음을 쓰게 하셨다.
나는 망설이고 주저하는 개척 교회 목회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1. 작정기도 시간을 갖는다.
2. 제자훈련 인도자 지침서를 훑어본다.
3. 전체적인 일정을 대충 정한다.
4. 훈련생을 모집한다.
5. 오리엔테이션 교재를 만든다.
6.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갖는다.
7. 훈련을 시작한다.

1. 작정기도 시간을 갖는다. 작정기도는 금식기도를 해도 좋고, 기도원에 들어가서 집중기도를 해도 좋다. 목회를 보조할 사람이 없다면, 목회를 하면서 일정기간 매일 시간을 정해 기도해도 좋다. 이 기도 시간은 하나님과의 약속이니 그 기도 시간을 꼭 지켜야 한다.

2. 제자훈련 인도자 지침서를 훑어본다. 제자훈련 인도자 지침서를 완전히 습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제자훈련을 위해서 인도자 지침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1, 2, 3권을 모두 속독해야 한다.
또 간혹 제자훈련을 시작한 후 훈련생들이 이상한 질문을 해서 인도자가 답변하지 못하는 난감한 일이 발생할까봐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조금도 염려하지 말자. 인도자 지침서가 아주 잘 만들어져 있어서 인도자가 참고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또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성령님께서 인도자가 훈련생에게 대답할 수 있도록 도우실 것이기에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다. 용감하게 시작하는 동역자들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철저히 돕고 계심을 경험할 것이다.
나는 50세에 목회를 시작했고, 53세에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다른 목사님들에 비해서 특별히 아는 것이 많지 않았지만 제자훈련을 하면서 위기를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신기하게도 필요할 때마다 성령님께서 할 말을 주셨고, 궁금증을 풀어주셨을 뿐 아니라 훈련생들이 목사인 나를 더욱 신뢰하도록 영적 권위까지 덧입혀주셨다. 또 하나님께서 인도자에게 부어주시는 커다란 축복도 경험했다.

3. 전체적인 일정을 대충 정한다. 경험도 없으면서 너무 완벽하게 일정을 세우려고 하면 어렵기도 하고 또 완벽할 수도 없어서 자꾸 수정하게 되고, 따라서 시간만 흐르게 된다. 그러나 대강의 일정은 제자훈련을 추진해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일단 작정기도, 훈련생 모집, 오리엔테이션 시간, 훈련일정 등을 메모 형식으로 정리해보고, 교회에 광고하라. 광고를 하고 나면 일정이 확정되고, 본격적으로 준비하여 진행하게 된다. 만약 일정을 정하지도 않고 광고도 하지 않으면 더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 시작하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내기 쉽다.
 
4. 훈련생을 모집한다.
훈련생 모집을 위해서 왜 교회에 제자훈련이 필요한지 먼저 주일예배 설교를 통해서 제자훈련의 필요성을 성도들에게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4~5차례 지루하지도 무겁지도 않게 언급하면서 성도들이면 누구나 제자훈련을 하고 싶은 마음과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도록 사전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훈련지원서를 만들어서 지원하도록 한다. 훈련생이 5명 이상 되어야 효과가 높지만, 3명 이상이라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회는 남자반의 경우 1, 2기가 3명으로 시작했고, 중간에 1명씩 탈락해서 2명씩 훈련하기도 했다.
물론 훈련생이 적으면 나눔이 풍성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단 졸업생이 있어야 다음 제자훈련이 원활하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처음부터 많은 훈련생을 욕심내는 것보다 우선 시작부터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또 인도자의 생각에 훈련을 꼭 받았으면 하는 성도가 있다면, 인도자가 직접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권유하는 것보다는, 먼저 지원서를 낸 성도를 설득하여 함께 공부하자고 권유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인도자가 직접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기도 하고, 직접 하는 경우 부작용의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도자가 너무 강요하거나 사정하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훈련생들을 준비하시고 붙여주신다.

5. 오리엔테이션 교재를 만든다. 훈련을 시작하기 전, 먼저 오리엔테이션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오리엔테이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리엔테이션은 인도자가 훈련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훈련생들이 자신이 어떤 훈련을 받고, 또 어떻게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숙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이해하고, 훈련 시간을 정하고, 입학식을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오리엔테이션의 내용에는 목적과 의의, 제자훈련이 가져다주는 유익, 제자훈련의 구성(훈련 시간, 훈련 장소, 제자반 훈련생의 경조사, 제자반 훈련생들의 관계, 훈련생 상호간의 대화법, 공동체 기도방법, 해야 할 과제물, 훈련 중 닥칠 수 있는 시험 등), 제자훈련의 공지사항, 제자훈련생들의 선서, 기도후원자 서약서, 제자훈련 커리큘럼, 말씀읽기 견본, 독후감 견본, 효율적인 경건의 시간 운영법, 경건의 시간(QT) 견본, 제자훈련 과별 참고도서, 간증문 견본, 제자훈련 암송구절 등이 있다.
이런 내용들은 제자훈련 인도자 지침서를 참고하고, 만약 그래도 해결하기가 어렵다면 제자훈련을 하고 있는 교회에 부탁하여 견본을 구해 사용하면 좋다. 오리엔테이션 교재를 만들고 나면, 이제 훈련의 모든 과정이 눈에 들어오고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그 일정을 따라 진행하면 된다.

6.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갖는다. 훈련을 시작하기 1주일 전, 주일 오후에 예비소집 시간을 갖고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훈련생들도 이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나면 훈련의 방향을 이해하고 훈련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꼭 해야 할 것은 훈련 날짜와 시간 정하기, 총무 선출하기, 입학식 준비하기(기도와 선서), 기도후원자 받아오기, 첫 번째 훈련을 위한 숙제(성구암송, 예습, 독서와 독후감, 간증문 쓰기, 시간 지키기 등), 지각·결석자 벌금 정하기 등이다.
나는 이 오리엔테이션이 훈련 전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도자는 이 오리엔테이션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하고, 또 잘 준비해야 한다. 제자훈련의 성패가 바로 이 오리엔테이션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 훈련을 시작한다. 훈련에 있어 인도자가 얼마나 진지한 모습을 보이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인도자가 하나님 앞에서 생명을 걸고 훈련하는 모습을 보일 때, 훈련생들도 각오를 달리하고 따라오게 된다. 인도자는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그날 진행해야 할 내용들을 살펴보고 준비한 후, 본당에서 충분한 기도 시간(30분 이상)을 갖고 훈련에 임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훈련생들도 미리 와서 기도하고 훈련에 임함으로써 훈련 시간 내내 은혜가 충만함을 경험하게 된다.
한편 훈련 시간에는 기도후원자들이 기도실에서 중보기도를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사모나 훈련생들의 배우자들, 또는 교회의 기도용사들을 활용하면 좋다.
또 교회에 따라 국제제자훈련원에서 나온 교재의 내용을 가감하는 경우도 있는데, 교재 내용에 충실하게 시작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인도자의 판단에 따라 교재 내용이 흡족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교재 내용에 충실한 것이 훈련생들에게 신뢰를 줄 수도 있고, 또 뭔가 빼먹은 것 같은 허전함도 막을 수 있다.
훈련 내용을 조정하는 것은 최소한 몇 번의 제자훈련을 실시한 이후, 인도자가 제자훈련에 대해 잘 파악한 후에 조정해도 좋을 것이다.

제자훈련은 목회자에게 축복이다. 제자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하고 나면 목회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첫째는 설교에 자신감이 생긴다. 제자훈련의 전 과정과 여러 참고 도서들이 설교에 많은 도움을 주고, 제자훈련을 받은 성도들이 말씀을 보는 눈과 귀가 열려 설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나는 제자훈련 덕분에 목회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우리 교회는 새로 등록하는 교인이 많지 않다. 그러나 등록한 교인은 떠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훈련받은 제자들이 주님의 제자가 되어서 교회 각처에서 헌신적으로 섬길 뿐 아니라, 새로 등록한 새가족들을 따뜻하게 보살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회는 서울에서 가까운 김포에 있는데, 대부분의 위성도시들이 그렇겠지만 김포 역시 새로 시작한 신혼부부나 은퇴한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문제는 일꾼으로 일해야 할 젊은 사람들이 자녀들의 중고등학교 진학을 위해서 이곳을 떠나기도 하고,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 이 지역을 떠나 서울로 이사한다는 점이다. 우리 교회도 그런 가정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정말 고맙고 감사한 것은 한 가정도 빠짐없이 다 다시 김포로 돌아왔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서울에는 주가행교회가 없다는 것이다. 얼마나 눈물이 나도록 감사한지 모른다. 처음에 한 가정이 돌아왔을 때는 성도들이 의아해했다. 사업에 성공한 후 자녀를 위하여 강남으로 이사를 갔었다. 모든 젊은 성도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2년 후 다시 김포로 이사 오고 말았다. 사람들은 “왜 다시 돌아왔느냐?”며 의아해했지만, 그분들은 “서울에는 주가행교회 없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남편 집사님은 이미 제자훈련을 받았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훈련 신청을 해서 제자훈련을 두 번 받았다.
그 후 그는 제자훈련 전도사가 되었다. 지금은 사역훈련을 받고 있는데 아주 모범생이다. 그 후 서울로 떠났던 다른 가정들도 다 돌아왔다.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축복이고 감격이었다. 이 기쁨은 죽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개척 교회 목회자 여러분, 목회에 성공하려면 아무리 어려워도 제자훈련을 반드시 하길 바란다. 교회의 부흥이 문제가 아니라 행복한 목회,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목회를 할 수 있으며, 목회자로서의 감사가 넘치게 될 줄로 확신한다.


*이기범 목사는 단국대학교 경제학과와 개혁신학연구원을 졸업했다. 2000년에 김포에서 주가행교회를 개척해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