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리더십

2014년 03월

소그룹에 참여하지 않는 구성원, 어떻게 다가갈까?

순장리더십 윤효선 권사_ 은평성결교회

소그룹의 잠수자들을 발굴해 생기 넣기
우리는 수없이 “주님을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한다. 성경은 우리에게 예수님의 양을 먹이고 치라고 말씀한다. 구역장으로 부름 받은 나는 주님의 양을 위탁받은 작은 청지기 목자이다.
어떻게 하면 주인의 마음에 합당한 목자가 될 수 있을까? 한때는 양이 내 소유인양 내 열심에 치우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주님은 분명 예수님의 양을 먹이라고 하셨다. 어느 순간 그들은 내 양이 아닌 주님의 양임을 온전히 깨닫게 됐다.
내 맘에 드는 양이 아닌, 주인 되신 주님의 마음에 합당한 양으로 양육하자고 결단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양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을 품게 해주십사 때마다 간구했다. 그들을 바라보시며 흘리시는 아버지의 눈물을 가지고 다양한 사랑의 모양과 색깔로 섬겨 왔다.
상처가 많은 구성원일수록 친밀해지기 어렵다. 그들은 세상의 관점으로 판단받거나 비웃음당할까 봐 자신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함께 드리는 구역예배는 마음이 닫힌 자에게는 나오기 싫은 성경공부 시간과 같을 것이다. 친밀함이 없어서 함께 있는 것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들과 겉도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겠는가?
쭈뼛쭈뼛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돼야만 하는 그 자리. 구역 예배의 잠수자들을 발굴해서 생기를 불어넣는 그 일은 쉽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한쪽 날개만으로 날 수 없는 것처럼 공적 예배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구역 예배를 통해 온전하게 채우고 높이 날아오를 수 있도록 날갯짓을 해보자.

 

단계별로 접근하기
새가족반 양육을 마친 새로운 구성원이 처음 예배를 드리게 될 경우, 처음엔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우선 구역장인 나와 친밀해져야 하기 때문에 구역 예배 후에 따로 전화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연락망인 SNS에서 애교를 적절히 섞어 친분을 쌓는다.
둘째로 새롭게 예수님의 자녀로 입양돼 들어온 구성원에게는 스킨십을 지속적으로 한다.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적절하게 손을 꼭 잡아주거나, 만나고 헤어질 때 가벼운 포옹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서먹함의 끈을 제거해 나간다.
셋째로 나누고 베푼다. 가장 좋은 것이 먹을 것이다. 별것 아니지만 집에서 만든 유자차, 매실액, 오미자 등을 작은 유리병에 담아서 준다. 가끔은 모임 때 좋아했던 음식을 기억해놨다가 따로 포장해서 주기도 하는 등 세심한 관심을 표현한다. 그러면 처음에는 거부하다가도 받아들고 가서 감사하다는 답변이 돌아오고, 그다음 모임 때는 작은 꾸러미를 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
마지막으로 기도제목을 나누며 서로 중보자가 된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자녀, 남편, 양가 어른들 이야기를 하면서 가족의 문제를 솔직하게 기도제목을 통해 나누다 보면 온전하게 주님 안에서 한 지체임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단계를 기반으로 하며 내게 맡겨진 소그룹 안의 각 구성원들의 상황과 눈높이에 맞춰 다가간다. 그동안 만났던 구역 식구들의 예를 통해 구체적으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일대일 맞춤형으로
어느 해 이사하면서 새로운 구역원을 만났다. 그러나 그는 구역 예배를 전혀 드리지 않고 있었다. 십 년 넘게 신앙생활을 했지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한, 성전 뜰만 밟는 선데이 크리스천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일을 지키지 않으면 왠지 벌을 받을 것 같은 두려움에 싸여 신앙생활을 지속하고 있었다. 가정은 남편의 사업실패로 부부의 갈등이 심각했고, 부모의 욕심으로 인해 자녀들은 수렁에 빠지고 있었다.
어느 날 구역 예배를 드리자고 전화했지만, 그 자매는 “시간이 없어서 주일만 지키겠다”며 마음의 문을 좀체 열지 않았다. 그래서 “집사님,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실 때 둘이서만 드려요”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되는 청에 귀찮아서 마지못해 허락해줬다. 둘 다 직장인이라 주로 늦은 밤에 만나서 예배를 드려야 했다. 난 새벽마다 그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을 내게 알게 해달라고 기도로 준비한 후, 마음을 다해 집중해서 구역 예배를 드렸다.
구역 예배 후 나는 내 아픔, 내 상처들을 먼저 드러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나님이 우리 가정을 수렁에서 건지시고 여기까지 인도해주셨음을 나눴다. 그랬는데 그가 내게 마음을 내어주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일대일 예배였기에 가능했다. 그는 그렇게 오랜 시간 구역 예배를 통해 많은 아픔을 공유하고 함께 울며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만나기 시작했다.


두 번째, 무조건 사랑으로 받아주기
쪽방에서 오랜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삶을 체념하고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오히려 다리에 장애만 남은 채 세상과 단절돼 살아가고 있는 한 자매를 만났다. 그때 나는 그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진한 눈물을 가지고 수없이 찾아가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때로는 그의 필요를 채워주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려 노력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마음의 문을 열고 구역 예배에 열심을 내 줬다. 가끔 술에 취하면 새벽이고 낮이고 가릴 것 없이 전화해서 펑펑 울 때도 있었지만, 그 또한 마음을 열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싶어 감사할 따름이었다. 철야예배를 권면해서 나오게 된 첫날, 기도의 동역자들과 함께 그를 술 취함에서 풀어주시기를 합심하여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가 다음날부터 새벽기도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

 

세 번째, 직접 찾아가기
구역 식구 중에 식당에서 일하는 자매가 있었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생활이 어렵다는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어 구역 예배를 꺼렸다. 식당 일이 늦게 끝나기 때문에 더더욱 구역 예배를 제대로 드릴 수가 없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그에게 예배의 소중함과 감격을 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승용차를 몰고 가 그의 식당 앞에서 퇴근 시간인 11시까지 기다렸다가 차 안에서 함께 구역 예배를 드렸다.
치킨 가게를 운영하던 또 다른 자매는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손가락이 잘려 봉합 수술을 하게 됐다. 구역 식구들은 매주 병원으로 찾아가 병원식당을 빌려 그곳에서 환자와 함께 구역 예배를 드렸다. 합심으로 치유기도도 했다. 손가락을 못 쓰게 될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과는 달리 점점 손가락의 신경이 살아났다. 나는 퇴근 후 매일 찾아가며, 같은 방에 누워있는 믿지 않는 다른 환우 6명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양의 열무김치를 건네고 사랑을 표현했다.
그 자매는 하나님 앞에서 마음을 열었다. 지금 그는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어엿한 집사가 돼 나의 가장 소중한 동역자로 함께 구역 식구들을 돌보고 있다. 지금까지도 그때의 열무김치를 잊을 수 없다고 환하게 웃으며, 치유해주신 하나님을 담대히 간증하고 다닌다.

 

네 번째, 따로 또 같이 교제하기
믿지 않는 가족들 때문에 집에서 구역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자매와는 때로 놀이터에서 만나 함께 예배드리기도 했다. 이렇게 한사람씩 일대일로 맞춤식 구역 예배를 드리다 보면, 어떨 때는 일주일에 예배를 8번 드릴 때도 있었다. 그래도 구역 예배를 드릴 수 있음에 늘 감사했다.
주일엔 주중에 서로 볼 수 없었던, 일대일로 구역 예배를 드리던 구역 식구들을 식당으로 다 초대해 함께 점심을 먹으며 교제를 나눈다. 이렇게 따로 구역 예배하고 주일날 모이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그들은 스스럼없이 친해진다. 그러면서 하나님께 받은 사랑이 감사해서, 서로가 서로를 용납하고 사랑하며 함께 하는 예배자로 변화돼 가는 모습을 본다.

나에게 주시는 갖가지 선물(은사)
구역 식구를 돌보다 보면 그들의 마음 문을 열기 위해 내게 필요한 다양한 은사를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체험하게 된다.
아픈 구역 식구를 간절함으로 기도하다 보면 치유가 일어나는 신유의 은사를 주신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구역 식구를 보듬고 기도하면 회복의 은혜를 주신다. 앞길이 막막해서 낙심하고 하나님을 찾을 수 없는 연약한 자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면, 그들을 위로하고 길을 보여주시는 참으로 전능하시고 사랑이 풍성하신 하나님을 만나게 하신다.
그 전능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오늘도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을 내게 주시길 간구한다. 아버지의 눈물이 있는 그곳에 나의 눈물이, 아버지가 바라보는 그곳에 내게 주신 사랑의 눈이 머물기를 바란다. 어느 누구의 마음이든 열고 들어가 진정한 주님의 작은 청지기 목자가 되기를 소원한다. 가장 약한 자를 들어 강하게 하시는 하나님께서 수많은 구역장 중에 부끄럽고 허물 많은 나를 통해 이 글을 쓰게 하시니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린다.

 


윤효선 권사는 1985년부터 은평성결교회에 출석했으며, 여전도회 회장으로 2년을, 권사회 회장으로 1년을 섬겼으며, 글로리아 중창단으로도 섬겼다. 현재 은평성결교회 구역장과 성가대원으로 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