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리더십 박영미 권사_ 경산중앙교회
교회만 다니던 종교인이 아닌,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났던 그때가 기억난다. 하나님께서 나를 만나주신 사건 이후 설교 말씀 가운데 흔하게 듣던 ‘사명’이라는 그 말이 왜 그렇게 좋았던지. ‘내게도 세상이 아닌 만물의 주인 되신 하나님께서 사명을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님께 분명한 사명을 받은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사명은 특별한 사람들만이 갖는 엄청난 것으로 생각하며 ‘난 할 수 없을 거야.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처가 별이 됩니다. 상처를 아파하지만 말고 그것을 사명으로 바꿔 이웃을 살리십시오”라는 말씀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렇다면 나도 하나님께 사명을 받은 걸까? 나도 할 수 있을까? 가슴이 떨려왔다.
작은 섬김과 큰 나눔의 기쁨
구역 목자님과 목원들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신앙생활의 행복함에 빠져있을 때, “집사님, 집사님을 내년에 신임 목자로 추천했습니다”라는 목자님의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신임 목자로의 섬김이 시작됐다.
사명에 대해 고민하던 나는 감사하고 행복했지만, 두렵고 떨렸고 염려도 됐다. 그래서 기도의 자리로 더 달려갔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고 미련한지 알기에 도움을 요청할 곳은 오직 하나님밖에 없었다.
많은 것을 할 순 없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목원 중 신앙적, 가정적으로 힘들고 믿음이 약한 성도들을 마음에 두고 기도했다. 개인적으로 자주 만나 얘기도 들었다. 필요한 게 없는지 살피기도 하고, 구역예배 땐 직접 가서 모셔오기도 했다. 구역예배 장소로 먼저 우리 집을 오픈하고 간식도 정성껏 준비했다. 감동해서 자진해 자신의 집을 오픈하기 전까진 목원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서툴고 미흡했지만, 말씀을 함께 나누며 자주 그리고 먼저, 나의 간증과 삶을 오픈했다. 점차 자연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며 서서히 은혜로 마음이 하나 됨을 느낄 수 있었다. 말씀을 삶 속에 적용해 은혜를 체험한 일, 여전히 듣기만 하고 행하지 못하는 연약함, 기도 응답의 기쁨을 망설임 없이 얘기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어떤 허물도 사랑으로 덮고 위로하는 사랑의 공동체가 돼 갔다. 이것은 내가 하나님과 목자로부터 관심과 사랑, 섬김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열매 맺게 하시는 하나님
그렇게 맡은 구역모임의 즐거움이 더해질 때쯤 교구 목사님으로부터 기존에 하던 구역은 다른 목원에게 맡기고, 오랫동안 돌봄을 받지 못했던 구역을 섬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마음은 힘들었지만, 말씀에 순종했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첫 구역모임을 했다.
역시 힘든 구역이었다. 한 집사님은 “왜 그동안 구역모임을 안 했느냐. 구역예배를 드려야지” 하시면서 불평을 쏟아 놓으시더니, 자신이 시집와서 지금까지 살았던 얘기, 힘든 시집살이 때문에 병을 얻어서 안 아픈 데가 없다는 얘기를 모일 때마다 30분 이상씩 반복하셔서 도저히 말씀을 나눌 수가 없었다. 앞이 캄캄했다.
거기에 글을 모르시는 83세 할머니 한 분과 곧 둘째 아기를 출산할 초신자 새댁 성도, 이렇게 세 분이 모이는 구역모임을 앞으로 어떻게 인도해 나가야 할지 막막했다. 기도밖에 없었다.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말씀 나눔은 초신자 새댁 성도에게 초점을 맞춰 그분의 신앙성장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할머니와 아픈 집사님은 섬기기를 잘하자는 마음의 감동을 주셨다. 그런 마음의 감동을 받고 나니 다시 힘이 생겼다.
‘열심 있는 성도 한 사람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기도로 섬기는 중에, 주일예배도 가끔 빼먹고 돈 벌기에 급급한 구역의 한 모태신앙인 성도에게 신앙상담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주일예배도 잘 빼먹는 성도라 그 말이 너무 반가워, 나는 서슴지 않고 그 마음이 하나님의 기쁨이라면 반드시 응답하실 거라며 큰소리치고 같이 기도했다. 여러 사건 끝에 몹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그 성도는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됐고, 점점 열심 있는 성도가 돼 갔다.
한편, 새댁 성도는 친정, 시댁 모두 안 믿는 집안이었다. 시아버님은 아예 집안에 신을 모시고 계신 그런 가정에서 힘들게 신앙생활을 했다. 배는 불렀는데 제사 음식을 혼자서 다해야 하는 30세 새댁의 아픔을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파 하나님께 울며 기도했다. 이 가정이 제사도 안 지내게 해주시고, 아브라함처럼 믿음의 조상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는 매주 말씀 나눔을 통해 위로받으며 점점 꿀송이 같은 말씀의 맛도 알아갔다. 남편과 함께 성장반을 하면서 조금씩 신앙이 자라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여곡절 끝에 기적처럼 제사도 작은아버님 집에서 지내게 해주셨다.
이렇게 기도 응답을 체험한 성도들은 신앙생활에 더욱 탄력을 받아 모든 일에 순종하는 사람, 행동하는 신앙인이 돼 목자로 섬기는 내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또한, 병원 전도대에서 함께 전도하자는 나의 권유에도 순종해, 매주 전도 현장에서 함께 복음을 전하고 개인적으로도 복음을 전하며 전도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지금은 나보다 구역원들이 더 열심 있는 복음 전도자로 잘 섬기고 있다.
하나님의 기쁨, 전도의 현장에서
하나님께서 영혼 구원을 가장 기뻐하신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제일 먼저 스스로 병원 전도대를 찾아갔다.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찾아간 병원 전도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게 실망감과 좌절감을 줬다. “예수 믿으세요”, “예수 믿으면 좋아요” 하고 나니,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이렇게 전도하다간 시간만 낭비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도폭발훈련을 신청했다.
전도폭발훈련과 함께 성실하게 전도대에 소속돼 전도 현장에 나갔지만, 생각만큼 전도가 되지 않았다. 핍박과 비난, 싫은 소리를 듣는 것보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 더 힘들었다. 만약 병원 전도대에서 함께 동역하는 성도들이 없었다면, 아마 벌써 전도를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전도에 대한 재미(?)가 없어졌을 무렵, 우릴 보면 사람 취급도 안 하던 쌀쌀맞은 전도대상자가 부탁이 있다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다음에 올 때 떡을 좀 사다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 부탁을 받고 정말 기뻤다. 일주일을 기다릴 수 없어, 그 길로 바로 나가서 음료수와 함께 떡을 사다 드렸다.
그 후로 조금씩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이 오랜 당뇨병으로 온몸이 쇠약하고 병원을 떠나서 살 수 없는 형편인 것을 알게 되면서, 그를 긍휼히 여기게 됐다. 가족에게도 버림받아 사람을 믿지 못했던 그는 정말 예수님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자주 만나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고, 그는 아주 조금씩 마음을 열며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새가족 확신반, 성장반, 성경대학의 양육을 통해 변화돼 가는 그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한 청년은 처음 만났을 때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그 역시 쌀쌀맞은 태도와 빈정거림으로 많이 핍박했다. 2년 넘게 그와 접촉하며 섬기는 중에 그도 정상적인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라지 못해 아픔이 많은 상처투성이 청년인 것을 알게 됐다. 예수님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를 그해 행복축제에 초대했고, 바로 교회에 등록해 예배드리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눈물로 뿌리고, 기쁨으로 거두는 곡식단
전도 현장에서 만나 교회로 인도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일일이 지금 다 기록할 수 없지만,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에게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기쁨으로 곡식단을 갖고 돌아오게 하신다.
최근 교회로 인도된 한 성도는 우리가 전도하는 병원에서 건물 청소하는 분이었는데, 1년 넘게 올 듯 말 듯 사람 애간장을 태우더니 어느 날 병원을 그만뒀다. 상실감에 빠져 있은 지 두어 달 후,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사정이 있어 그 병원을 급하게 그만두게 됐고, 그로 인해 상심해 연락을 못 했다면서 나를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부당하게 잘렸다고 너무 억울하다며 울먹였다. 사람의 위로는 잠깐이지만, 예수님께 나가면 예수님이 위로해 주시고 혹 원수 갚을 일이 있을지라도, 우리를 대신해 주님이 갚아 주신다고 위로했다. 그리고 그 주에 바로 교회로 인도했는데, 그는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출석하며 새가족 확신반 양육을 수료했다. 딸도 등록해 함께 기쁨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병원 전도와 병원예배로 섬기면서 부족한 우리를 통해 복음이 증거돼, 평생 우상을 섬기던 이들이 병상 세례를 받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많이 본다. 전도한 그 현장에서 당장의 열매가 없더라도, 다른 곳에서 영혼을 만나게 하셔서 복음 전하게 하시고 교회로 인도하게 하시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지만 지금도 하나님께서는 복음을 들은 영혼들을 기억하시고,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열매를 거두게 하실 것이다. 기쁨의 곡식단은 믿음으로 순종하는 자에게, 그리고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박영미 권사는 경산중앙교회에서 목자와 전도폭발훈련 교사로 섬기고 있으며, 현장에서 병원교구와 병원 전도대 섬김을 통해 복음 전도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